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악수를 하면 한쪽이 어색하기 마련이다. 둘 중 한사람은, 주로 왼손잡이겠지만, 잘 쓰지 않는 손을 내밀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쯤은 달팽이의 비극에 비하면 하찮은 투정에 불과하다. 껍질의 나선 방향이 서로 다른 달팽이는 짝짓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신슈우대 생물학과 타카히로 아사미 교수팀은 껍질의 나선 방향이 달팽이의 종분화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10월 1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단 하나의 유전자가 달팽이 껍질의 나선 방향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껍질을 가진 달팽이에서 돌연변이가 생겨 시계반대방향인 새끼가 나올 경우, 이 녀석은 자라서 제대로 짝짓기를 하지 못한다. 달팽이는 짝짓기를 할 때 생식기를 서로 맞물리게 해야하는데, 껍질의 방향이 다를 경우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악수를 하려는 형국이다.
그러나 돌연변이체들끼리 만나면 자손을 낳을 수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실제로 유하드라라는 속에 속하는 20종의 달팽이 중 4종이 시계반대방향의 껍질을 갖고 있다. 연구자들은“이번 연구는 유전자가 하나만 바뀌어도 종이 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