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슬픈 영화를 보고 울다가 잠든 다음날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면 눈이 부어있다. 상처를 입거나 병균에 감염됐을 때도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가장 심하게 붓는 부위가 눈이다. 이럴 때 실제로 붓는 부위는 눈꺼풀이다.
눈꺼풀 내부에는 그물처럼 성긴 조직이 있는데, 여기에 수분이 차면 부어올라보이는 것이다. 또 눈꺼풀 피부는 신체의 피부 중에서 가장 얇고 느슨하며 탄력성이 좋다. 따라서 쉽게 늘어날 수 있다. 두꺼운 풍선보다 얇은 풍선이 더 잘 불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눈물이 산소를 녹여 각막에 공급
눈꺼풀의 한자이름은 ‘안검’이다. 눈꺼풀은 피부, 안륜근, 그물구조층, 검판, 그리고 결막의 5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눈꺼풀 피부에는 위에 1백-1백50개, 아래에 70-80개의 속눈썹이 나있다.
위 속눈썹부터 눈썹까지의 눈꺼풀 피부 바로 아래쪽은 안륜근으로 덮여있다. 안륜근은 눈을 중심으로 위와 아래에 모두 분포해 마치 바퀴처럼 동심원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안륜근은 외부에서 자극을 받았을 때 수축함으로써 눈을 감게 해 안구를 보호한다. 안륜근 안쪽에는 그물구조층이 있고 그 안쪽은 다시 검판이라는 튼튼한 섬유조직으로 덮여있다. 검판은 눈꺼풀이 일정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해준다.
5층 구조 중 가장 안쪽의 결막은 검판에 단단히 부착돼 있다. 위쪽 눈꺼풀의 결막 안에는 크라우스씨 샘과 볼프링씨 샘이라는 작은 눈물샘이 있다. 이들이 평상시에 조금씩 분비한 눈물은 각막을 덮는다. 각막에는 산소를 운반해줄 혈관이 없어 공기 중에 있는 산소가 눈물에 녹아 각막에 공급된다. 뿐만 아니라 눈물은 눈에 들어온 이물질이나 필요없는 분비물을 씻어내는 역할도 한다.
눈은 분당 10-15회 깜박이면서 각막에 계속 눈물을 적신다. 또 눈물이 빨리 증발되지 않도록 눈꺼풀 안쪽 피지샘에서는 지방성분이 분비된다. 기름이 덮여있는 물과 그렇지 않은 물 중에서 기름이 덮여있는 쪽이 늦게 증발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방성분은 눈을 깜빡일 때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작용도 한다.
눈꺼풀에는 총 2개의 작은 피지샘이 있다. 위 속눈썹 근처에 있는 짜이스선과 그보다 더 안쪽에 있는 마이봄선이다. 이들이 병균에 감염돼 붓는 증상이 바로 다래끼다. 짜이스선이 감염되면 겉다래끼, 마이봄선이 감염되면 속다래끼라고 한다. 다래끼가 난 부분은 따뜻한 찜질을 하면 가라앉는다. 그러나 2-3일 간 찜질을 계속해도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째어 고름을 짜내고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한다. 필요에 따라 내복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한편 마이봄선에 자체적으로 염증이 생겨 오랜 기간 동안 자라 커진 경우를 콩다래끼(산립종)라고 한다. 콩다래끼가 커지면 안구를 압박해 시력저하를 일으키는 난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별도의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건막을 피부에 붙이는 쌍꺼풀 수술
안구가 들어있는 뼈와 눈꺼풀 사이는 막으로 구분돼 있어 지방층이 앞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지방층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진다. 노인의 눈꺼풀이 불룩 튀어나와 보이는 까닭이다.
눈을 뜨려면 위쪽 눈꺼풀을 들어올려야 한다. 이때 필요한 근육이 상안검거근이다. 상안검거근은 안구가 들어있는 뼈 윗부분부터 시작해 눈꺼풀 쪽으로 내려오면서 끝이 둘로 갈라진다. 그 중 아랫부분을 뮬러씨근이라고 한다. 뮬러씨근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응하는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깜짝 놀랐을 때 눈이 갑자기 커지는 것은 뮬러씨근이 위쪽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때문이다.
눈꺼풀 쪽으로 내려온 상안검거근 끝부분의 위쪽은얇은 막처럼 펴져 있다. 이를 건막이라고 한다. 건막이 속눈썹 근처 피부까지 내려와 있는 사람은 상안검거근이 눈꺼풀을 들어올려 눈을 뜨게 할 때 건막이 피부를 함께 당겨준다. 이렇게 해서 쌍꺼풀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건막이 피부까지 닿아있지 않은 사람은 쌍꺼풀이 없다. 일반적으로 서양인의 경우 동양인보다건막이 속눈썹의 더 위쪽 피부에 붙어 있다. 따라서
서양인의 쌍꺼풀이 더 두껍고 진하다. 쌍꺼풀 수술은건막을 인위적으로 피부에 붙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