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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 신맛 가려내는 전자혀 국내서 개발

저명 학술대회서 최우수 논문상 받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전자혀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생물자원공학부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배영민 박사(현 서강대 산업기술연구소)는 조성인 교수의 지도 아래 짠맛과 신맛을 구별하는 전자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겨울 농공학분야 전문학술지인 ‘트랜스액션즈 오브 ASAE’(45권 5호)에 발표됐다. 전문지에 게재된 논문의 가치는 당시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7월 30일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농공학회 학술대회에서 배 박사의 논문이 최우수 논문상(2003 ASAE superior paper award)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세계농공학회는 농공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대회로 매년 최우수 논문과 우수 논문을 선정해 상을 준다. 특히 조성인 교수는 지난 1991년, 1998년에 이어 최우수 논문상을 3번째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혀 대신하는 6가지 센서


짠맛과 신맛을 느끼는 인간의 혀. 인간의 혀처럼 맛을 느끼기 위해 전자혀는 6종류 센서의 묶음을 사용한다.


사람의 혀가 느끼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등 5가지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5가지 맛은 상당히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른 주관적인 감각이 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혀는 짠맛과 신맛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

전자혀는 크게 센서부와 데이터처리부로 구성된다. 센서부는 맛을 판별하기 위해 맛에 관련된 물질을 직접 측정하는 센서로 이뤄진다. 짠맛은 소금(NaCl)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나트륨이온(Na+)과 염소이온(Cl-) 같은 전해질 상태의 이온에 의해 맛이 결정된다. 신맛의 경우는 산성도와 관련이 되기 때문에 수소이온(H+) 농도에 의해 정해진다.

연구팀은 짠맛과 신맛을 나타내는 다양한 이온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양이온센서 3종과 음이온센서 2종, 수소이온센서 1종을 사용했다. 6종류 센서의 묶음으로 만들어진 전자혀의 센서부가 액체상태의 이온들과 반응해 전기적 신호를 만드는 것이다.

센서가 측정한 전기신호는 데이터처리부로 보내져 분석된다. 연구팀은 데이터분석에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과 주성분 분석(PCA) 등의 컴퓨터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컴퓨터가 한번 맛본 것을 기억하고 새로 맛본 결과와 비교하면서 맛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혀를 대상으로 맛보는 능력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염화나트륨과 구연산 등 16가지 물질이 섞여 있는 다양한 혼합물질이 사용됐는데, 그 결과 전자혀는 짠맛과 신맛, 그리고 두가지가 복합된 맛을 정량화하면서 정확히 구별했다.

포도주 감별도 가능해

연구팀은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포도주를 선택했다. 포도주는 맛을 판별하는 일을 하는 소뮬리에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로 맛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포도주 맛보는 실험에는 서로 다른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백포도주 3종과 적포도주 3종이 사용됐다.

실험결과 전자혀는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를 정확히 구별하는 것은 물론 종류별 3가지 포도주를 한번의 오류도 없이 정확히 판별했다. 배 박사는 논문에 소개하는 않았지만 오렌지쥬스, 감귤쥬스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전자혀는 100% 정확도를 자랑했다고 말했다.

전자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혀는 음료나 주류 등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를 판별할 수 있다. 따라서 음료나 주류를 제조할 때 가장 좋은 맛이 나는 성분조성을 판별해 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덧붙여 가짜 양주처럼 잘못된 식품도 쉽게 판별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인간과 똑같은 전자혀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혀가 짠맛과 신맛에 한정됐는데, 단맛과 쓴맛, 감칠맛을 구별하는 일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단맛과 쓴맛, 감칠맛은 당류나 알칼로이드, 아미노산 등 분자가 맛을 결정한다. 따라서 분자의 양을 감지하는 훨씬 복잡한 센서기술이 필요하다.

배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맛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한 기기분석 방법”이라면서“식품의 맛을 수치화해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객관화된 맛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갖고 있는 식품들만 골라먹는 시대가 머지 않아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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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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