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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화재 당신이라면 어디로?

제트팬 바람 부는 반대쪽이 안전

몽블랑 터널 화재(1999) 사망 39명 부상 27명, 타우에른 터널 화재(1999) 사망 12명 부상 49명, 오스트리아 산악터널 화재(2000) 사망 1백55명, 고타드 터널 화재(2001) 사망 11명. 지난 3년 간 대형 터널 화재 사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터널 화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월 6일 서울 홍지문 터널 화재가 발생했다. 유독가스로 가득 차고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다 비명을 지르고 신발이 벗겨지는 등 사고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터널 화재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힐까. 터널 화재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 있을까.

연기를 어떻게 빼낼 것인가?

회사원 고민만씨는 홍지문 터널 화재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출근길에 터널을 지날 때마다 불안하기 그지없다. 터널 화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연기라는데, 터널 안이 차들로 꽉 막힌 출근길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앞차가 움직일 기미가 안보이자 고민만씨는 연기를 빼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고민만씨가 생각해낸 다음 방법들 중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1. 터널에 구멍을 내 굴뚝을 설치한다.
2. 대형 선풍기를 매달아 연기를 불어낸다.
3. 회사 건물에 있는 공조시스템을 설치한다.


제트팬이 달려있는 종류식 환 기시스템 터널.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터널내부는 외부와 고립되는 공간 특성상 그 안에 연기와 열이 가득 차게 돼 터널 이용자는 물론,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연기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 통로를 찾지 못하게 하며 유독성분 때문에 결국 질식사를 유발한다. 이번 홍지문 터널 화재 사고의 경우에도 사고 차량에 탑승했다가 부상을 입은 사람들 외에도 터널 안에 있던 승용차 운전자 30여명이 연기에 질식,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고민만씨의 생각을 기억하면서 터널을 관찰해보자. 대부분의 터널은 아치형 천장을 갖고 있다. 짧은 터널이라면 아치형 천장에 아무런 장치도 없을 것이다. 터널 출구 양쪽에서 부는 바람이 연기를 빼낼 수 있을 정도의 길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터널이라면 불이 났을 때 얼른 차에서 내려 가까운 출구를 향해 달려가면 된다.

이런 터널을 가리켜 자연통풍형 환기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별다른 설비 없이 굴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으로 환기를 하는 것이다. 보통 길이가 짧은 터널이나 터널 천장부에 환풍기를 설치할만한 공간이 없는 철도 터널의 경우에 해당된다. 때론 굴뚝을 설치하기도 한다(1번).
 

(그림1) 증류식, 횡류식 환기시스템 비교


가는 방향 오는 방향 두개의 터널이 나란히 있는 쌍굴터널에서 불이 났다면 차에서 내린 다음 터널 벽을 살펴보며 대피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두개의 터널이 나란히 있을 때는 한쪽 터널에 화재가 발생하면 옆 터널로 대피할 수 있는 대피로가 뚫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화재가 난 홍지문 터널도 쌍굴터널로 정전만 되지 않았어도 대피로를 통해 옆터널로 피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속도로 터널을 지나다 보면 천장에 커다란 원통 안에 선풍기처럼 생긴 제트팬이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종류식 환기시스템으로 인위적으로 공기를 터널의 길이 방향으로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2번).
 

(그림2) 급기, 배기량의 변화에 따른 연기배출


보통 차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공기를 불어준다.

반대로 터널의 위·아래로 공기가 진행하면 횡류식이다. 횡류식은 터널 천장과 바닥에 공기 통로(덕트)가 있고, 터널 양입구의 독립된 공간에 설치된 프로펠러 모양의 환풍기가 이 덕트를 통해 터널 길이 전체에서 단면방향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주고 빼낸다. 터널 입구는 아치형인데 천장이 평면이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다면 그 위에 환기용 덕트가 있는 것이다. 사무실의 환기시스템과 같은 형태다(3번). 또 터널 가장자리에 설치된 인도의 바닥이나 그 옆 벽면에도 구멍이 나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아래에도 덕트가 설치돼 있다.

경찰은 이번 홍지문 터널 화재 당시 정전이 된 이유를 환기용 덕트 안의 환풍기를 거꾸로 돌리려다가 과부화가 걸린데서 찾았다.

홍지문 터널은 횡류식 환기시스템을 갖고 있다. 평상시에는 환풍기가 천장에서 터널 안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면 회전방향을 바꿔 터널 안 공기를 바깥으로 배출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근무자가 일단 정지하고 15분 뒤 조작해야 하는 수칙을 어기고 곧바로 정지명령 없이 역방향으로 가동시켜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다.

터널 화재시 연기는 불과 몇 분만에 터널 전체로 퍼져나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통 1초당 2m를 진행한다. 환풍기의 방향을 바꿔 연기를 배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5분이면 연기는 산술적으로 1.8km를 진행한 셈이다. 그러므로 설사 정상적으로 환풍기의 방향을 바꿨다하더라도 연기배출에 효과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터널 환기시스템이 전적으로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를 배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터널 내 오염된 공기를 희석시키거나 빼내기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연기배출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다. 홍지문 터널만 하더라도 화재자동감지기가 설치되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환풍기를 정지시켜 회전방향을 변경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오작동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제트팬 뒤쪽으로 달려가라

고민만씨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오랜만에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고민만씨의 소망과 달리 얼마가지 않아 그 무서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고민만씨는 터널 위에 커다란 선풍기, 즉 제트팬이 달려있는 것으로 봐 종류식 환기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트팬이 달린 곳을 지나고 나서 몇초 뒤 뒤따라오던 차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연기는 퍼져 오고 터널 한가운데인지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고민만씨는 어디로 가야 할까.

1. 차에서 내려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대피한다.
2. 차에서 내려 차가 달리는 방향 반대편으로 대피한다.
3. 차창을 닫고 차안에서 소방대가 오기까지 기다린다.

터널은 위아래가 막힌 공간이기 때문에 연기가 터널의 길이방향으로 퍼져가는데, 벽면을 타고 가던 연기는 점차 온도가 내려가면서 밀도가 높아지게 되면 바닥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렇게 되는 시간은 불과 몇분 사이로, 화재로 인해 직접적인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연기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질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연기를 배출해내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횡류식과 종류식 가운데 어느 쪽이 연기를 배출하는데 효과적일까.

한국기계연구원의 김명배 박사(열유체공정기술연구부장)는 “미국 연방고속도로관리청에서는 화재시 연기배출의 효과면에서 횡류식이 월등하다는 점을 들어 새로 터널을 만들 때 가급적 종류식 환기시스템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류식은 터널 내 연기를 출구쪽까지 밀어내야 하지만 횡류식은 터널 천장 군데군데 있는 환기용 덕트로 바로 연기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소방법에는 미국과 같은 권고사항이 없다. 그 결과 환기용 덕트를 만들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경비가 적게 드는 종류식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종류식이 연기 배출의 효과가 적을 뿐 아니라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터널 안에서 화재와 맞닥뜨리면 제일 안전한 곳은 터널의 제트팬 뒤쪽으로, 바람을 일으켜 연기가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트팬의 바람이 진행되는 방향에 있으면 가장 위험하다. 김 박사 연구팀이 터널 화재 실물 실험 및 모의 실험을 한 결과 국내 터널에 설치된 것과 같은 성능의 제트팬을 작동시키면 터널 전면이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에 따르면 승용차 한대 정도의 화재시 점화 약 70초 후에 연기가 불이 난 곳에서 50m 떨어진 곳에 도달했다. 이때 연기는 터널 높이의 약 89% 상층부에 채워졌다. 제트팬을 가동하기 직전인 1백50초까지는 연기가 약 79%까지만 하강했다. 즉 이때까지는 연기가 사람에게까지는 하강하지 않았으므로 대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기를 빼내기 위해 제트팬을 가동하면 바로 연기층이 사람키 높이까지 급격히 하강해, 터널 전체가 연기로 충만하게 된다.

제트팬은 일종의 선풍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선풍기는 날개가 도는 방향으로 공기를 회전시키면서 앞으로 밀어낸다. 이렇게 되면 천장 부근에 있던 연기를 휘저어 아래까지 오게 하는 것이다. 김 박사팀이 대전터널에서 실시한 실제 화재실험에서도 제트팬을 작동시키자마자 터널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차버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차량 화재시 불이 난 곳 바로 위에서는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제트팬 자체가 작동 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현재 터널 환기시스템은 화재시 연기를 빼내는 것보다는 일상적인 환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제트팬이 견뎌야 하는 온도도 화재 발생시의 온도보다 훨씬 낮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참고로 타이어와 같은 강력한 인화성 물질이 불타면 터널 내 온도는 1천℃까지 올라간다. 이때는 콘크리트 천장까지 깨져버린다. 실제 고타드 터널 화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터널 천장을 만들 때 콘크리트에 플라스틱을 첨가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열을 받은 콘크리트가 갈라지더라도 플라스틱이 녹으면서 그 틈을 메워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재시 어느 쪽이든 출구가 바로 앞에 보인다면 그쪽으로 대피하는 것이 상수다. 출구가 멀리 있다면 제트팬의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전력질주하는 것이 종류식 환기시스템이 선택한 한쪽의 안전지대로 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도 제트팬이 가까운데 있어야 효과적이다. 차안에 그대로 남아있다간 용도 써보지 못하고 질식사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몽블랑 터널 화재 사고시 많은 운전자가 차안에 그대로 남았다가 질식사했다.

불나면 공기 공급 중단해야

최근 새로 완공된 터널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공기로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이 터널이 여간 자랑스럽지 않다. 터널의 납작한 천장에는 배기용 환기구멍이 나있고 인도 옆 벽면에는 급기용 구멍이 나있다. 급기, 배기가 덕트를 통해 이뤄지는 횡류식 환기시스템이다. 사고 터널을 빠져나온 고민만씨는 공기로씨가 관리하는 터널로 접어든다. 앞서의 사고 때 문제가 생긴 것인지 갑자기 엔진에서 불이 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모니터로 터널을 바라보던 공기로씨는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공기량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1. 공기 배출보다 공기 공급을 많이 해야한다.
2. 공기 공급과 배출량을 같게 한다.
3. 공기 공급을 중단한다.

종류식에 비해 횡류식 환기시스템은 덕트를 통해 연기를 빼내므로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축류팬 역시 노출돼 있지 않아 화재로 인해 손상될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횡류식 역시 조작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횡류식은 외부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급기와 터널 내 공기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배기 두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천장의 배기 덕트를 통해 빠져나간다. 그런데 불이 나면 평상시와 달리 급기, 배기량을 조절해야 한다.

배기량이 급기량보다 많은 경우 공기는 터널 양쪽 입구에서 안으로 흐른다. 만약 터널 중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연기가 좌우로 퍼져가는데, 터널 양쪽 출구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공기 흐름과 부딪히게 된다. 결국 연기는 더이상 퍼져가지 못하고 천장의 덕트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급기량이 배기량보다 많은 경우는 이와 반대다.

더 큰 문제는 급기량이 배기량보다 훨씬 많은 경우다. 급기 덕트 구멍은 보통 터널 밑 가장자리에 나 있다. 급기량이 적당하면 가장자리 덕트에서 터널 중앙부 위쪽으로 공기가 흐르면서 서서히 연기를 밀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급기량이 많아지면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바로 터널 벽면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간다. 천장에 올라간 공기는 다시 터널 밑으로 빠르게 흘러 내려오면서 천장에 머물던 공기를 아래로 내려보낸다. 결국 터널 내부에 연기를 가득 차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재가 발생하면 공기 공급을 중단하는 편이 낫다.

횡류식 환기시스템의 또다른 문제점은 현재 연기 배출에 대한 기준이 불이 터널 중앙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가정했다는데 있다. 터널의 길이를 하나의 선으로 생각한다면 정중앙은 그 선위의 한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화재가 터널 중앙에서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기계연 김명배 박사는 “횡류식 환기시스템에서 화재 발생시 배기량은 터널 정 중앙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맞게 정해져 있다. 그러나 터널 정 중앙이 아닌 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안전 확보를 위한 배기량은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터널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서 화재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배기량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주거공간 안전터널 연구

터널 화재 사고의 위험성을 몸으로 겪은 고민만씨와 공기로씨는 정부의 터널 화재 연구 지원 방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반면 주변에서는 10년에 한번 날까말까 하는 터널 화재 연구에 세금을 펑펑 쓰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한다. 두사람은 터널 연구는 여러 곳에 응용된다며 이들을 설득했다. 그렇다면 다음 중 터널 연구가 적용되는 곳은?

1. 지하철
2. 에스컬레이터
3. 계단
4. 지하 쇼핑몰

터널 화재는 도로 위의 교통사고에 비해 발생 확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터널 화재 대비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운 것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터널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그 피해가 크기 때문에 지금의 투자가 지나친 것은 아니다.

또 터널 하면 도로 터널이나 철도 터널을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 생활 곳곳에 터널이 존재한다. 2백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도 일종의 터널 화재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대구 참사에서 지하철이 역구내에서 화재가 났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탈출이 가능했지만 만약 역과 역 사이에서 화재가 나 터널 속에 갇혔다면 원리상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하철이 다니는 터널 천장엔 전기설비가 가득 있기 때문에 물을 사용하는 소화장비를 설치할 수 없어 화재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차량 내부에 소화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지하철 터널의 공기흐름을 조사해 화재 발생시 올바른 대피방향을 제시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건물의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등도 일종의 터널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터널 화재에서 터널의 물리적 구조도 매우 중요하다. 그 가운데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터널의 기울기. 중앙대 유홍선 교수는 “터널의 기울기가 33도를 넘으면 터널 전체가 화재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고 말했다. 보통 터널에서는 이 정도 기울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나 건물 계단은 이 정도 기울기를 가진 터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이러한 터널 구조 내에 꽉 차게 되는 것이다. 1987년 발생한 영국 킹스 크로스 지하철역 화제가 그 예다. 승객이 버린 성냥불로 화재가 발생하자 화염과 연기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까지 번진 것이다. 이 사고로 31명이 사망했다.

최근 지상에 건물을 지을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지하공간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건물 지하층으로 만드는 방식은 공간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터널 구조를 여럿 만들어 연결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지하공간이 쇼핑몰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공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터널 화재에 대한 연구가 도로나 철도, 지하철과 함께 미래 우리 생활 공간의 안전을 지키는데 적용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터널 화재에 대한 연구는 외국이나 우리나 초기 단계다. 대형 터널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심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논리에 밀려 막대한 연구비를 충당하기도 힘들다. 이 점에서 터널 형태가 비슷한 유럽 국가들이 유레카 프로젝트란 공동연구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연구비 절감 효과와 함께 유럽의 실정에 맞는 터널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물방울 크기 작을수록 불끄는데 유리

유럽의 터널은 주로 산악지대에 있어 소화용수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물 사용을 줄이면서 소화효과는 높이는 새로운 화재 진압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 분무(water mist).

중앙대 유홍선 교수(기계공학과)는 “물방울을 작게 하면 냉각시키는 표면적이 넓어져 더 많은 양의 물이 열과 접촉할 수 있고, 기화가 잘되기 때문에 이때 불의 열을 빼앗아간다”고 설명했다. 물 분무 시스템 제작사인 독일 포그텍사에 따르면 일반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방울의 지름이 1mm 이상인데 비해 물 분무에서 나오는 물방울은 0.01mm에 불과하다. 물 1L당 접촉면적도 스프링클러가 2m2 이하인데 비해 물 분무는 2백m2이나 된다. 유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물 분무 노즐을 개발, 한전 변압기실에 설치 운용중이다.

포그텍사는 새로 건설되는 프랑스의 유로터널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유조차 등 인화성물질 운반 차량은 기차에 실려 이 터널을 통
과한다. 포그택사는 기차 벽면에 물 분무 노즐을 설치했다. 물 분무 시스템은 스프링클러의30분의 1 크기라서 기차 내 설치가 용이한데다 물 소비량도 스프링클러의 5%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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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현정
  •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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