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제품·환경 접점 연구하는 소프트 사이언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 않게 선망이 되는 직업이 디자이너다. TV 드라마에는 디자이너가 앞서가는 미적 감각으로 무장한 현대직업인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면 대개 그림을 잘 그려야 하고 미대로 진학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미적 감각은 과학이나 공학적 마인드와는 거리가 멀다는게 지배적인 인상이다.

그런데 이공계대학인 KAIST에도 디자인학과가 있다. KAIST에는 이미 1986년 공과대학에 산업디자인 학과가 학사과정으로개설됐고, 1991년석사과정, 2002년에는 박사과정이 마련됐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디자인교육의 산실이라고 한다.

잘 그리기보다 잘 생각하는 디자이너



산업디자인학과 제품환경체계 연구실의 김명석 교수를 만나 이공계대학에서 디자이너를 양성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았다.

김 교수는“디자인의 대상이 작은 옷핀에서부터 실내외 환경은 물론 우주를 비행하는 인공위성까지 무궁무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점차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디자인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려면“이제는 잘 그리기보다 잘 생각하는 디자이너를 길러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그래서 인지 KAIST 산업디자인학과는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자연계 출신 학생들을 뽑는다. 그리기 실기 시험은 아예 보지 않고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논리적인 사고력을 평가한다.

디자인에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까닭에 대해 김 교수는“산업디자인이 과학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이 접목되는‘소프트 사이언스’로 발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생활 환경과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일련의 창조적 활동을 통합∙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 또한 디자이너는 과학기술, 조형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두루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가져야 한다. 이 점에서 21세기형 산업디자인을 연구∙교육하는데 이공계의 산실인 KAIST가 적격이라고 김 교수는 얘기했다.

그렇다면 김 교수의 제품환경체계 연구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 교수는 먼저“단일 제품만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제품환경체계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쾌적하게 해주는 환경으로서 제품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즉 사용자의 감성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성 공학적으로 다각도로 제품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제품을 둘러싼 환경이다.

특히 연구실에서는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제품과 환경의 접점 영역에서 발생하는, 물체가 주는 장애로부터 디자인의 기회를 발견한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해 건축학, 인간공학, 환경과학, 문화인류학, 전산학, 기계공학 등의 다양한 인접학문 분야와 학제적 연구를 통해 21세기의 디자인 능력과 소양을 키워나간다.

한 예로 현재 진행중인 시각장애인 유도로봇 디자인 연구가 있다. 전자공학자, 기계공학자와의 협동연구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처할 환경을 고려한 로봇을 디자인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벤처기업 성공 이끈 신제품 디자인


연구실에서는 환경까지 고려 한 제품 디자인을 강조한다.


이때 학제간 연구의 구심점에 디자이너가 설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얘기한다.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공학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바로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러면 공학자들이 이에 맞게 기술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다시 공학자들이 개발한 제품을 환경적 차원으로 평가하기까지 한다.

이 외에도 연구실에서는 사무실의 환경을 분석해 스마트 오피스의 유형을 분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분류를 바탕으로 새로운 오피스 유형에 관한 디자인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홈시어터 환경을 비디오 관찰, 사용자 라이프 스타일 분석, 사용자 인터뷰 등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홈시어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추출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홈시어터 환경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편 연구실에서는 산업디자인학과의 성격에 맞게 산업계와의 공동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인 1998년부터 연구실에서는 벤처기업을 위한 디자인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그 중 (주)오프너스의 9백MHz 핸즈프리 전화기는 개발과 동시에 3천만 달러의 해외시장을 개척해 기업이 성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로 2000년도 한국산업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또 (주)한울로보틱스와 함께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곧 출시될 가정용 이동청소로봇의 디자인을 개발중이다.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대화형 휴먼로봇‘라이’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라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민화에서 감성적 디자인의 언어를 추출해 이미지화했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세계 로봇시장을 석권할 꿈을 꾸고 있다.

김 교수의 제품환경체제 연구실은 21세기 꿈의 사회를 실현시킬 디자이너를 14명 배출했고 현재 석사과정으로 5명, 박사과정 1명이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전자공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