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롤링의 상상력이 빚어낸 마법의 세계 해리포터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무엇이 어린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걸까. 수많은 판타지 가운데 해리포터 시리즈가 특별히 사랑 받는 이유를 한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결합돼 있고, 그 바탕에 나름대로의 과학적 근거가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는 귀기울여볼 만하다.
‘해리포터 사이언스’는 해리포터라는 마법 이야기 속 과학을 찾아내 현실 세계로 눈을 돌리게 만든 책이다. 12가지 주제를 통해 마법과 과학이 얼마나 가깝고 또 얼마나 먼 것인지를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저자들은 이 책이 따분한‘과학책’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읽히기를 원한다. 책을 통해 과학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 저자들은 누구보다 유별난 해리포터 매니아다. 그래서인지 책을 보면 어떻게 이런 소재를 과학과 연관시킬생각을했을까싶은구석이많다.“ 너희가 강낭콩 젤리맛을 알아?”라고 묻는 6장은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를 통해 맛과 향의 과학을 풀어냈다. 이 아이디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해리포터 관련상품에서 얻은 것이라고 한다.
해리포터에 푹 빠져있던 저자들의 생활은 소설 못지 않은 상상력으로 책 곳곳에서 발휘된다. 마법의 빗자루는 중력과 반중력의 작용을 알려주고, 호그와트의 마법 계단 아래에는 리만 기하학이 숨겨져 있다. 또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탐험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마법의 빗자루에서는‘비행’을 주제로 마법사의 빗자루와 인간의 비행기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여기에 중력과 반중력이라는 과학 원리가 더해지는 형식이다.
해리포터에는 구식 슈팅스타에서부터 코멧 260, 글린스윕 세븐, 님부스 2000, 님부스 2001, 최신형 파이어볼트 등 여러 종류의 마법 빗자루들이 나온다. 슈팅스타나 코멧은 혜성을 뜻한다. 즉 혜성처럼 빠르게 이동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또 님부스는 빛을, 파이어볼트는 불을 뜻한다. 그래서 혜성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빗자루가 님부스와 파이어볼트가 된 것이다. 그럼 여기에서 좀더 업그레이드된 빗자루에는 어떤 이름이 붙을까. 빛보다 빠른 입자 타키온이 들어간 이름이 되지 않을까.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이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숨은 원리를 알게 되면 이런 추측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해리포터 사이언스’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세계를 현실 세계로 이끌어내 자연스럽게 과학적 개념과 원리에 연결시켜 놓고 있다. 그래서 신기한 마술 세계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법과 과학의 비교와 분석, 생각만해도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리포터의 재미와 감동이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을 앎으로써 배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