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찾기, 실시간 교통정보, 현재 위치 날씨정보…. 최근 휴대폰 등 이동단말기를 이용해 누릴 수 있는 각종 위치기반 서비스(LBS)다. LBS를 이용하면 사용자의 위치가 고려된‘맞춤’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LBS의 원리는 무엇이고,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위치기반 서비스(LBS, Location-Based Service)는 말 그대로 어떤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든 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을 이용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GPS(위성항법장치, Global Positioning System)나 디지털지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주변 위치와 상세한 부가 정보를 알아내는 GIS(지리정보시스템, Geographical Information System) 등의 기반 기술들을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이 LBS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 LBS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차량이나 화물 운송 추적 등 물류 관제를 위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대폰이나 PDA 등 각종 이동단말기를 이용해 친구찾기, 실시간 교통정보, 현재 위치의 날씨정보 등 일반인을 위한 LBS가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법제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가칭)에 따르면 2003년 10월부터 이동전화 가입자는 화재나 조난 등 위험상황에서 휴대폰의 긴급 버튼을 누르면 자신의 정확한 위치가 119 등 긴급구조기관에 즉시 통보돼 신속한 구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긴급구조기관이라도 가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개인 정보보호 차원에서 위치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가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위치정보를 긴급구조기관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새로 출시되는 단말기에는 GPS 칩을 장착하는 것이 의무화돼 각종 교통, 보안, 물류 등의 서비스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단말기-게이트웨이-서버로 시스템 구성
LBS는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알아보자. LBS 시스템을 하드웨어 측면에서 살펴보면 크게 단말기, 위치측정 게이트웨이, 응용 서버로 나눌 수 있다. 단말기는 휴대폰이나 PDA 등을 말하는데, 기기의 위치 정보를 이동통신망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게이트웨이는 다른 네트워크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것을 뜻한다. 위치측정 게이트웨이는 말 그대로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다. 단말기로부터 받은 위치 정보를 처리해 위치를 계산하고 제공하는 역할 외에도 서비스를 요청한 제공업자를 인증하는 작업과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업자를 등록·관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응용 서버는 LBS가 다양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에 대한 간단한 데이터베이스부터 목표 지점과의 최단 거리 등 상세한 디지털 지도를 표현할 수 있는 GIS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실시간 교통량이나 뉴스, 기상 등의 세부적인 부가 콘텐츠까지 그 분량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따로 서버를 두고 활용한다.
그렇다면 LBS는 어떤 원리로 단말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까.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와 이동방향, 그리고 시간을 알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항법 기술을 사용했다. 북극성과 같이 움직임이 거의 없는 별을 이용해 위치를 계산하는 천체항법, 나침반 등을 이용해 위치를 계산하는 추측항법, 위치를 알고 있는 몇 곳으로부터 전송되는 전파를 이용해 현재 전파를 수신하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전파 항법 등이 그것이다.
LBS 시스템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기술은 바로 GPS다. GPS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와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항법 기술로, 앞선 항법 기술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고 정확하며 시간이나 장소, 기상 여건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휴대폰과 기지국 사이에 자동으로 신호를 주고받아 이를 바탕으로 기지국이 휴대폰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 쓰였지만, 이 방식은 오차 범위가 너무 넓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비교적 기지국이 촘촘한 수도권의 경우 반경 5백m, 기지국이 듬성듬성한 외곽지역은 반경 1km 이상으로 오차가 커진다. 이에 비해 GPS 기술을 적용하면 기지국이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GPS 위성이 찾아냄으로써 정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GPS 방식이 주도적으로 쓰이고 있다.
GPS는 원래 1973년 미국 국방부를 중심으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됐다가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피격되는 사건을 계기로 민간 사용이 허용됐다. 그때부터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1991년 걸프전을 통해 뛰어난 성능과 효용성이 검증된 바 있다.
삼각형의 한점 찾는 원리
그렇다면 GPS는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것일까. GPS 시스템은 우주 부분, 사용자 부분, 관제 부분 등 크게 세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우주 부분은 전체 27개의 위성으로 구성돼 있다. 1974년 첫 위성이 발사됐고, 1996년 24기 위성의 배치가 완료된 후 현재는 노후 위성을 대체하기 위한 위성 3기가 포함돼 있다. 위성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약 2만km 고도에서 지구 주위의 원형 궤도면을 따라 돌고 있는데, 지구상 어떤 위치에서도 4개 이상의 위성이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각각의 위성은 궤도 정보와 시간 정보를 개별 위성의 고유 코드와 함께 지상으로 송출한다.
사용자 부분은 GPS 위성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 위치와 시간을 계산하는 수신기, 그리고 응용 장치로 구성돼 있다. GPS 수신기는 위성에서 보내온 신호가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함으로써 위성과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알아낸다.
이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두점과 거리를 이용해 삼각형을 그리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두점을 알고, 이 두점과 나머지 한점과의 거리를 알면 나머지 한점의 위치를 구할 수 있다. 즉 알고 있는 점을 원점으로 하고 나머지 한점과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리면 두 원의 교점을 구할 수 있는데, 두개의 교점 중 하나가 구하고자 하는 나머지 한점이다.
GPS 역시 간단한 삼각형의 원리가 3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위성이 보내온 신호에는 위성의 위치 데이터가 들어있는데, 위성의 위치가 삼각형을 그릴 때 미리 알고 있는 점에 해당한다.
위성과 사용자 사이의 거리는 전파가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에 빛의 속도를 곱하면 구할 수 있다. 3차원 공간이므로 3대의 위성 위치와 거리를 파악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삼각형의 교점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위치가 2개 구해지는데, 하나는 지구 근처 위치 값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 반대편의 위치 값이 된다.
그런데 GPS 위성과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계산할 때, 전파가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려면 송신 시각을 결정하는 위성의 시계와 수신 시각을 결정하는 수신기의 시계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매우 작은 오차라 해도 빛의 속도(30만km/초)를 곱하면 오차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GPS 위성에는 수만년에 1초의 오차를 갖는 고가의 원자시계가 탑재돼 있지만, GPS 수신기는 값싼 시계 기능을 하므로 물리적인 오차를 피할 순 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신기는 3차원의 방정식을 계산할 미지수(x, y, z), 그리고 시간(t)까지 계산해야 한다. 결국 미지수가 4개 이므로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 4개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야 한다.
또한 GPS 위성은 원자시계를 이용해 위성 간 시각을 GPS 시간에 동기시키는데, 이 정보는 동기식 이동통신의 기지국 간 시각 동기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위치 정보는 WGS84라는 기준좌표로, 시간은 GPS 시간이라는 기준시간으로 통일돼 제공되므로 GPS 수신기만 있으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관제 부분에서는 지상에서 각 위성들을 감시해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의의 사태를 막기 위해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위성들이 궤도를 벗어날 경우 원래로 돌아가도록 명령하고 각 위성의 궤도 정보를 정확히 계산해 위성에 보내주는 등 위성 상태를 점검한다.
위치확인 소요시간 6초에 가능
현재 GPS 기술을 단말기에 적용하는 방법은 GPS 칩셋을 단말기에 내장하거나 GPS 모듈을 부착함으로써 단말기 자체에서 사용자의 위치를 구하는 방식이다. 미국 퀄컴사에서 개발한 ‘gpsOne’이 대표적인 칩셋 제품이다. 퀄컴사에 따르면 이 기술은 탁 트인 곳에서 최소 오차 범위를 10m 내외로 좁혔다. 또한 최초 위치확인 소요시간을 6초로 대폭 단축했으며, 1-2초마다 위성이 위치를 재송신하므로 좀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LBS는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 상대방 위치찾기 서비스는 LBS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이나 노인이 길을 잃고 헤매는 긴급 상황에 대해서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애인이나 친구의 소재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KTF 등 각 이동통신사는 휴대폰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해 상대방의 휴대번호를 입력하면 위치를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와 찾고 싶은 상대방의 위치를 일정 시간마다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와 찾고 싶은 상대방 사이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으며, 10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스타찾기 서비스도 있다.
스타찾기 서비스는 연예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나의 스타 리스트에 연예인의 이름을 올려놓으면 스타의 실시간 위치를 지도로 받아볼 수 있다. 이 밖에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위치기반 게임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상대와 채팅이나 미팅을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위치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 신청을 한 후 자신의 위치를 알려줘도 좋다는데 동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유용한 서비스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차로 이동할 경우 수많은 변수를 접하게 되는데, 이때 LBS를 활용하면 최단 경로와 예상 소요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또한 목적지에 가는 도중 차에 주유를 해야 하거나 백화점 또는 은행에 들러야 할 경우 지도 정보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는 현재의 위치에서 원하는 장소를 검색할 수 있는 지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BS를 이용하면 현재 이동하고 있는 내 위치에서 실시간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와 손잡고 현재 위치 정보를 이용한 날씨 정보인 ‘내 위치 현재 날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가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면 현재 위치가 자동으로 파악되고 날씨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동 단위의 날씨는 물론 기온이나 강수량, 인근 지역의 날씨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 LBS는 쇼핑이나 놀이시설, 관광지 정보를 포함한 레저 정보, 각종 모바일 광고 등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모바일 광고 서비스는 사용자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방문하거나 근처에 있을 때 휴대폰으로 할인쿠폰을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특히 성별, 연령, 그리고 기존의 구매 형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베이스까지 접목된다면 더욱 효율적인 표적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위치정보가 돈 되는 L커머스
그래서 전문가들은 “LBS는 미래형 경제 시스템인 모바일 커머스의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이며, 이동통신시장의 황금알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한다. 위치정보와 전자상거래를 연계해 위치정보 자체가 돈이 되는 신개념의 ‘L커머스’(Location-Commerce)로 진화할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 LBS가 인간에게 편리를 안겨주는 꿈의 서비스인 것은 확실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것은 개인의 위치정보 누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다. 악용될 경우 불법 도청에 버금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통신사업자가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문제점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단말기에 GPS 칩을 장착하는 것이 의무화되면 국내 휴대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경제적인 파장도 만만치 않다. GPS 칩은 미국 퀄컴에서 독점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GPS 칩 장착에 따른 엄청난 로열티 지불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술들의 결정체인 LBS 기술방식의 표준화와 호환성, 그리고 투자비용 부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사례 1
가정주부 최씨는 새벽부터 김밥을 싸느라 분주하다. 주말을 맞아 나이든 부모님을 모시고 남편과 초등학생 딸, 그리고 유치원생 아들까지 모두 함께 가까운 유원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문득 작년 놀이공원에서 겪었던 악몽이 떠오른다. 신기한 놀이기구에 푹 빠진 아들 녀석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미아가 될 뻔한 일이다. 온 가족이 6시간 가량 찾아 헤매다가 가까스로 아들을 찾았는데,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얼마 전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새로 휴대폰을 구입했고 위치기반 서비스에도 가입했기 때문. 휴대폰 위치기반 서비스에 접속하면 사람들이 북새통인 장소에서도 아이들과 노부모의 현재 위치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먼저 위치기반 서비스에 가입한 남편은 술 마신 후 자주 잃어버렸던 휴대폰을 두번이나 찾았다.
사례 2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박 대리는 오늘 거래처 부장과 중요한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여서 2시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는데, 오늘 따라 유난히 차가 막힌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각종 모임이 늘어난 모양이다. 올림픽대교가 빠를까, 강변북로가 빠를까. 사고가 난 지점이 있다면 그 길은 피해가야 할텐데…. 마음이 초조하고 조급해질 상황이지만, 박 대리에겐 이런 걱정을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차에 장착해놓은 PDA의 위치기반 서비스다. PDA로 무선 인터넷 위치기반 서비스에 접속하면 현재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가장 빠른 길을 실시간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한 주변 도로 상황이나 사고 유무, 주차 공간까지도 신속하게 파악된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후 박 대리는 꽉 막힌 도로에서 겪었던 스트레스에서 점차 해방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