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Escherichia coli)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진화에 따른 세균의 특성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이 개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라파엘 이바라 교수팀은 대장균의 유전자 일부가 아닌 전체 유전자를 토대로 ‘실리콘 내의’(in silco) 대장균을 만들어 이 결과를 11월 14일자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바라 교수는 전체 게놈 염기서열이 밝혀진 K-12라는 대장균의 모든 대사과정을 디지털화해 컴퓨터로 옮겼다. 논문에 따르면 이 ‘실리콘 대장균’은 실제 대장균이 특정 환경 조건에서 적응하고 진화하는 메커니즘을 약 75%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이바라 교수는 모델이 정확한지 검증하기 위해 컴퓨터가 예측한 결과를 실제 대장균을 배양했을 때의 결과와 비교했다. 실리콘 대장균을 글리세롤 배양액에서 키웠을 때의 변화를 관측한 다음, 실제 대장균을 같은 조건에서 배양했다.
그 결과 첫날에는 컴퓨터 모델과 다른 경향이 나타났지만 약 5백-1천 세대가 경과한 40일 이후부터는 컴퓨터가 예측한 방향대로 대장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바라 교수는 논문에서 “이번 결과는 대장균의 전통적 연구 방법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대장균 연구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후 나타난 변화를 조사해 유전자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은 알 수 있지만, 여러 유전자가 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진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