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미완성으로 막 내린 세계정상회담

지구온난화 저감 합의점 마련에 실패

지난 8월 26일부터 열흘 동안 진행된 세계정상회담은 세계의 경제와 사회 질서를 환경가치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후에는 이번 회담이 실패작이라는 혹평의 목소리들이 불거져 나왔다

‘Protect Our Home!’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보호하자는 이 구호는 2002년도 ‘지구의 날’ 테마이다. 지난 9월 4일 막을 내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담’(WSSD,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의 슬로건 역시 ‘지구를 살리자’로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
 

이번 회담이 실패작이라는 메시지 를 전달하는 한국 환경운동연합 회 원들의 시위.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환경회의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WSSD가 개최됐다. 이번 회담은 1992년 열린 리우 지구환경회의 이후 10년 동안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이 실제로 얼마나 잘 이행됐는지를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로 인해 WSSD는 ‘리우+10’이라는 또 하나의 제목을 갖는다.

WSSD에는 21세기 지구환경 문제해결을 위한 지구적 차원의 행동을 논의하기 위해 1백6개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대표단 등 정상급 대표를 비롯해 1백89개 유엔 회원국 및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에서 모두 6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로써 규모면에서 리우 지구환경회의의 배를 넘는 사상 최대의 환경회의라는 기록을 남겼다.

WSSD의 시초가 된 리우 지구환경회의는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백11개국의 세계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 대양오염, 산림보호, 동식물보호, 환경을 고려한 자연개발 등 7가지 주요 의제들이 논의됐다. 회의 결과 21세기 지구환경보전 실천 원칙을 담은 ‘리우 선언’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의제 21’을 비롯해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산림원칙 등이 채택돼 전세계적으로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길이 열리게 됐다.

2000년 12월 유엔총회의 결의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까지 1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준비회의가 열렸고, 드디어 지난 8월 WSSD가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WSSD에서는 사회, 경제, 환경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3대 축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리우 지구환경회의 이후 지속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에 지구환경보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을 통해 각국은 2015년까지 절대빈곤인구 수를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빈곤퇴치와 고갈된 자연자원 보전 및 관리, 선진국의 후진국 개발원조, 민주주의 증진을 통한 제도적 틀개선 등 환경, 에너지, 물부족, 기업, 개발원조, 정치 등의 분야에서 이행 계획서를 채택했다.

야유 받은 미 국무장관의 발언

비록 WSSD가 1백여개국 정상들의 향연이었다고는 하지만, 회담장의 분위기가 결코 축제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대단원의 막을 올리기 전부터 폐막될 때까지 벌어진 몇가지 에피소드들로부터 정상회담 열흘 동안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개막을 앞둔 25일에는 노벨상 수상 과학자 30명을 포함해 과학자 1백여명이 지구를 재앙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과학자들은 특히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 존중, 유전적 다양성 유지,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기술 개발, 오염으로부터 생물의 서식지 보호,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 물과 화석연료 소비 감축, 인구증가 통제 등을 촉구했다.

9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본격적인 정상회의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홍수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후협약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의 반대로 재생가능에너지의 이용확대 등 지구온난화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들은 제대로 합의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또다른 비난을 사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미 그동안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결정적인 협정으로 여겨지던 교토 의정서를 거부한데 대해 강력한 비판을 받아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회담 막바지에 이르러 폐막회의 연설 도중 파월 콜린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미국의 유전자조작 처리된 원조식량을 아프리카국가들이 거부한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며, 미국은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고 발언해 청중들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아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구온난화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들이 합의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채택된 이행 계획서를 바탕으로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우리세대의 필요는 충족시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통해 계속해서 우리가 지구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상회담 중 미래세대의 대표주자로 발언할 기회를 가진 11세 캐나다 소년 저스틴 프리슨은 “어른들이 돈과 부에만 눈이 멀어 미래를 다치게 할 중대한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이야말로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뇌어볼 때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정치외교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