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과학자들은 수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처럼 생명체를 품은 행성을 찾고 있다. 7월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이 1백개를 넘었고 최근 태양계의 목성을 빼 닮은 행성도 발견됐다. 2010년에는 제2의 지구가 생생한 사진으로 포착되고, 잇따라 생명의 흔적이 발견될지 모른다.
외계생명체는 존재할까. 우리은하에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약 1천억개가 있고,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또 1천억개가 있다. 이렇게 많은 별들 중에 우리 지구처럼 생명이 있는 행성을 품은 별이 어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외계생명체를 찾는 계획이라면 많은 이들이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떠올릴 것이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Contact)라는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이 계획은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외계에서 날아오는 ‘지적 생물체’의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전파망원경에서는 끊임없이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를 잡아내고 있으며 그 자료는 전세계의 컴퓨터를 통해 분석되고 있다. 어쩌면 바로 내일 신문에 ‘외계에서 보내온 신호 발견’이라는 머리기사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우주로 전파신호를 보낼 정도의 지능을 갖고, 그 신호를 우연히 우리가 포착해낼 가능성은 실제 극히 적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을 만한 곳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태양계 밖에서 행성을 발견하려고 노력중이다. 만일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가능할 것이다. 태양이 아닌 다른 별에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다는 점을 밝힐 수 있다면,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는 셈이다.
한국인 과학자도 발견
그러나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찾는 작업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별들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아무리 가까운 별도 하나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별보다 훨씬 더 질량이 작고, 스스로 빛을 내지도 못하는 행성의 존재를 밝히는 작업은 아주 최근에야 가능하게 된 일이다.
1995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미셀 마이어와 디디에 켈로즈는 ‘페가수스51’이라는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처음 발견했다. 그 후 많은 과학자들이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 7월 9일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이 1백개가 넘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은하에 있는 1천억개의 별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숫자다.
외계행성이 상당히 보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9년 11월에 쌍성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발견한 사실이 한예다. 이 발견에는 미국 노틀담대의 한국인 여성천문학자 이선홍 교수가 참여했다. 태양은 혼자 떨어져 있는 별이지만, 태양계 주변의 별들 중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는 둘 이상의 별들이 하나의 항성계를 이룬다. 그러므로 쌍성 주위에서 행성을 찾아낸 것은 행성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계행성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두번째 예는 2001년 7월 구상성단 M22에서 발견된 6개의 떠돌이 행성이다. 떠돌이 행성이란 특정한 별에 묶여있지 않고 별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행성이다. 원래 있던 별에서 어떤 이유로 떨어져 나간 행성으로 추정된다. 구상성단은 수십만-수백만개의 별들이 모여 있는 천체로 우리은하에 약 1백여개가 존재한다. 따로 떨어져 있는 낱별에서뿐만 아니라 구상성단 내에도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행성이 상당히 많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올 2월에는 주계열성이 아닌 적색거성에서 행성이 발견됐다. 태양과 같은 주계열성은 중력이 중심부의 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압력과 평형을 이루는 상태다. 그런데 중심부의 수소가 모두 다 타고 없어지면 중심부는 수축하고 표면은 팽창해 적색거성이 된다. 태양은 약 50억년 후에 이런 적색거성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행성을 거느리던 별도 적색거성으로 진화하면 주변 행성을 ‘집어삼키기’ 때문에 행성이 없어지리라고 생각해 왔고 그런 현상이 실제로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2월의 발견으로 적색거성 주변에서도 행성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참고로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진화하고 지구가 먹히는 일을 모면하고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지구는 더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구의 운명에 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50억년이란 너무나 긴 세월이니까.
적색거성에서 행성이 발견된 비슷한 시기에 4명의 폴란드 천문학자들이 행성으로 보이는 천체 40여개를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또 지난 6월에는 15개의 새로운 행성이 발견됐다. 이렇게 잇따른 발견을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의 수가 1백여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관측기술이 발전하면 훨씬 더 많은 행성들이 계속 발견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직까지 기체행성만 발견돼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들의 질량은 목성 질량의 10배에서부터 토성 정도의 질량(지구 질량의 80-90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장 가벼운 행성도 토성의 0.69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행성들은 대부분 지구처럼 단단한 표면을 가진 행성이라기보다는 목성처럼 기체로 이뤄진 행성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형 행성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난 6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의 제프리 마시 교수팀이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 행성계를 발견했다고 NASA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자. 태양과 같은 게자리 55번 별 둘레를 목성과 같은 행성이 목성과 같은 궤도로 돌고 있었던 것이다. 질량이 목성보다 3.5-5배 무거운 이 행성은 별에서부터 5.5AU(천문단위, 1AU=1억5천만km)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13년에 한번씩 공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목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는 5.2AU이고, 공전주기는 11.86년이다. 이전까지 발견된 행성이 별에 가까이 붙은 상태에서 찌그러진 궤도를 돌았던 것에 비하면 처음으로 정상적인 모습이 관측된 것이다.
만약 태양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양 주위의 행성을 찾는다면 아마도 목성밖에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행성은 별에 미치는 중력의 효과를 통해 포착되는데, 현재 장비나 기술로는 목성 정도의 행성이 별에 미치는 효과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질량이 아주 큰 행성들밖에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들 주위에는 표면이 지구처럼 단단하고 질량이 작은 행성들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마시 교수팀도 게자리 55번 별 가까이에서 공전하는 토성 정도의 행성을 목성형 행성과 함께 예측했다. 또한 연구팀은 지구 같은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구형 행성 찍을 우주망원경
그런데 사실 이 행성들은 ‘직접’ 확인된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박스 참조)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외계행성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불가능할까. 여기에서도 우리는 역시 긍정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올해 1월 천문학자들은 지구 대기의 효과를 정밀하게 제거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별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를 직접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 천체는 목성 질량의 약 60배 정도 되는 갈색왜성(brown dwarf)이었다.
이제 머지 않아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때가 올 것이다. NASA에서는 외계행성계를 관측하는 오리진 프로그램(Origin Program)이라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 계획의 핵심기술은 광학 간섭계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여러대의 망원경을 이용해 한 목표물을 관측함으로써 분해능을 크게 높여 별 가까이 있는 행성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간섭계의 경우 전파망원경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지만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에서는 최근에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하와이 마우나 케아에 있는 지름 10m의 켁 망원경 두대와 그 주위를 둘러싼 1.8m 망원경 4대를 이용한 간섭계가 개발중이며, 올해 안으로 완성될 계획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목성 정도 질량의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를 우주공간의 간섭계가 이을 전망이다. 2006년에 스타라이트(StarLight), 2009년에 SIM(Space Interferometry Mission, 우주 간섭계 미션)이 계획돼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지구보다 약간 큰 정도의 행성을 직접 촬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마지막 목표라고 할 수 있는 TPF(Terrestrial Planet Finder, 지구형 행성 탐색망원경)가 2010년 이전에 우주로 향한다. 이 계획은 현재의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백배 이상의 정밀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지구 크기의 행성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행성의 대기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지구형 행성에서 물, 이산화탄소, 오존, 메탄 등의 성분을 찾을 것이다. 이같은 성분을 지닌 행성이 발견된다면 외계생명체를 찾으려는 인류의 꿈은 거의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발견으로 외계생명체를 찾는 목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 이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옆에 있는 화성에서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본 이후, 인간은 끊임없이 그 목표를 향해 달려왔고, 이제 거의 그 결과가 나타나려 하고 있다.
만일 지구 외의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밝혀낸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리스시대가 민주주의로, 로마시대가 길로, 고대 이집트가 피라미드로 기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는 외계생명체를 처음 발견한 사건으로 후대에 기억될지도 모른다. 과연 21세기에는 이같은 사건이 가능할까.
별에 남겨진 행성의 흔적을 찾아라
질량도 아주 작고, 스스로 빛을 내지도 못하는 행성의 존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방법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 몇가지를 간단하게 알아보자.
먼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모든 별은 자신의 대기성분에 따른 고유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그런데 이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선의 위치는 별의 움직임에 따라 약간씩 달라진다. 별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움직이면 선은 파장이 긴 붉은색 쪽으로 이동하고(적색이동) 반대로 우리에게 가까워지는 쪽으로 움직이면 선은 파장이 짧은 파란색 쪽으로 이동하는데(청색이동), 이 현상을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만일 별이 행성을 지닌다면 그 행성이 별의 주위를 움직일 때, 별도 역시 미세 하게‘흔들릴’것이다. 그래서 스펙트럼의 선이 아주 작게 좌우로 움직이는데, 이 현상을 이용해 행성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 이 방법은 행성을 발견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고, 가장 오래된 방법이기도 하다. 최초의 외계행성 발견도 이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식 현상을 이용한 방법이 있다. 행성이 별 주위를 공전하다가 별을 가리면 별의 밝기가 약간 어두워진다. 물론 어두워지는 정도는 무척 작지만, 지금은 관측장비의 발달로 그 정도의 밝기 변화는 충분히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방법은 행성이 지구에서 볼 때 별과 나란한 방향에 있어야만 적용될 수 있다. 그래야만 행성이 별을 가리는 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행성이 발견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지금까지는 1999년 페가수스자리의‘HD 209458’별에서 발견된 행성이 유일하다. 하지만 앞으로 관측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더 많은 행성들이 이 방법으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먼지가 실마리 되기도
식 현상을 일으키는 행성의 경우 별을 가릴때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스펙트럼을 만든다. 이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행성 대기의 구성성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알아보는데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된다. 만일 외계행성의 대기 스펙트럼에서 물, 이산화탄소, 오존, 메탄 등의 성분이 발견된다면 이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미소중력렌즈 현상(gravitationalmicrolensing)을 이용한 방법이 많이 쓰인다. 미소중력렌즈 현상은 1930년대 아인슈타인이 처음 주장한 것이다. 별이나 행성이 더 멀리 있는 별의 앞을 지나갈 때 이 별과 행성의 중력이‘렌즈’처럼 빛을 증폭시키는 작용을 해 멀리 있는 별이 더 밝게 보이는 현상이다. 여기서 별의 밝아지는 정도는 그 별 앞을 지나가는 천체의 질량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원리를 이용하면 질량이 아주 작은 행성의 존재도 밝혀낼 수 있다. 쌍성계에서의 행성과 구상 성단에서의 행성들이 바로 이 방법을 통해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개발된 방법으로는 별 주변의 먼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행성계는 거대한 기체 구름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중심별에서 가까운, 기체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행성이 만들어지지만, 밀도가 낮은 바깥쪽에서는 먼지의 형태로 남아있게 된다. 태양계에서는 1992년에 발견된 해왕성 바깥쪽의 카이퍼 대(Kuiper belt)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영역이다. 이런 먼지 띠는 밝은 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만일 별 주변에서 먼지 띠가 발견된다면 그 별에는 행성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행성의 존재를 밝히는데 직접 이용하기보다는 행성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의 목록을 뽑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