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 전국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최근 3년간 치러진 수능 중에 가장 어렵다는 올해의 수능. 과연 공통과학 문제는 어떠했을까. 200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의 출제 경향을 살펴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분석해보자.
지난 11월 7일 전국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지난해에 비해 어렵게 출제된 수능시험에 대해 일선 학교와 학부모, 수험생 사이에 말들이 많다. 그렇다면 2002학년도 수능시험에서 과학탐구 영역은 어떠했을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학입학을 위한 그 해 ‘바깔로레아’ 논술 문제는 폭넓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입시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과학탐구 영역에 대해 과학계나 과학교육계는 전반적으로 너무 무관심한 듯하다.
또한 수능 과학탐구 과목에 어떤 유형의 문제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출제되느냐는 고등학생의 전체적인 과학 학습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능문제 출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02학년도 수능의 공통과학 문제를 분석해보고 출제경향은 어떠했으며 출제된 문제에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자.
총점 12%의 중압감
수능은 1994학년도 대학입시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9년간 치러지면서 대학입학을 위한 여러 전형 요소들(내신, 논술, 면접 등) 가운데 대체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현재 언어영역, 수리영역(수학), 사회탐구영역, 과학탐구영역, 외국어영역(영어), 제2외국어영역 등 6개 영역 시험을 11월 초에 치르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수능에서 제2외국어를 제외하면 총점이 4백점이다. 이 중 과학탐구영역은, 문과(인문계열)와 예체능계열의 경우 48점(총점의 12%), 이과의 경우 선택과목 24점을 더해 72점(총점의 18%)을 차지한다.
4백점 만점의 시험에서 문과의 경우 과학탐구는 단지 12%를 차지할 뿐이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은 수치와 다르다. 많은 학생들이 과학탐구영역을 수리영역(수학) 다음으로 어려운 과목으로 꼽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공부한 ‘암기 위주의 과학 공부’에 의해 초래된 피로감 때문일 것이다.
사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치러졌던 ‘대학입학 학력고사’의 경우 과학은 일종의 암기과목처럼 취급됐고, 실제로 단순암기를 요구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그리고 지금도 일부 중·고등학교나 학원가에서는 암기 위주로 가르치는 관행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암기없기 개념만으로 치르는 과학탐구영역
그렇다면 과학탐구영역 또한 관련 지식을 열심히 암기만 하면 해결될까. 아니다. 여기에 필요한 암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 수능 문제를 보며 확인해보자.
▶ 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염색체를 관찰해 염색체 수 이상(염색체 개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적은 이상)을 판정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염색체 수 이상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흔히 염색체 수 이상의 사례들을 친절하게 나열한다. 다운 증후군, 터너 증후군, 클라인펠터 증후군…. 하지만 개념 이해에 바쁜 학생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예를 외워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역이다. 이런 면에서 수능은 참으로 편한 시험이다. 위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운 증후군에 대한 사전 암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운 증후군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할지라도 염색체 수 이상이라는 개념만 잘 알고 있으면 답을 고를 수 있다. 또다른 문제를 보도록 하자.
▶ 혈액형과 관련된 항원-항체 반응을 설명할 때, 예를 들어 ‘A형은 A라는 응집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A형이라고 불리며 A형인 사람은 항B항체를 만들어내어 B 응집원이 체내에 침입하면 이와 응집반응을 하게 되는데 항B항체는 응집소β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이를 포함하고 있는 혈청을 항B혈청 또는 A형 표준혈청이라고 한다….’ 이런 식의 설명 또한 학생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위 문제는 항원-항체 반응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것이 혈액형 판정에도 적용된다는 개념만 머리 속에 있으면 된다. 위의 설명처럼 헷갈리는 암기 요소를 피해서도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항A항체와 응집하는 것은 A응집원, 항B항체와 응집하는 것은 B응집원이므로(응집원과 항원은 사실상 동의어다), 누나는 B응집원을 가진 B형, 철수는 A응집원을 가진 A형이다. 어머니는 응집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응집원 A도, B도 가지고 있지 않은 O형이다. 이렇게 판정한 다음에 유전현상과 관련된 기본 지식을 적용하면 답은 바로 나온다.
▶ 지구과학의 지질 부분을 가르칠 때 줄줄 쏟아지는 광물과 암석의 이름들 앞에서 절망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과학의 실체에 대해 그릇된 관념을 불러일으키기 딱 알맞다. 하지만 이 문제는 ‘광물’과 ‘암석’의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지식만 있으면 풀 수 있다. 광물은 암석의 성분이 되는 기본 단위다. 그런데 주어진 자료에서 일단 ‘한 종류의 광물로 이루어짐’이라는 문구와 ‘연한 회색 또는 밝은색’이라는 표현이 있으므로, 표에 있는 암석들 가운데 이러한 특성을 가진 것은 규암임을 알 수 있다(ㄱ의 내용). 그리고 자료 중 ‘못으로 긁히지 않음’과 ‘염산과 반응 안함’ 등의 표현으로 보아 풍화에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ㄴ의 내용). 물론 ㄷ의 ‘이 암석은 비석의 재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는 표현은 틀린 것이다. 이것은 위의 주어진 자료를 통해서만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얼핏 보기엔 ‘비석에 주로 사용하는 암석’이 무엇인지를 암기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①∼⑤의 선지 가운데 ‘ㄱ, ㄴ’은 있으나 ‘ㄱ, ㄴ, ㄷ’은 없으므로 실제로는 이런 암기를 하고 있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렇듯 수능 과학탐구 문제는 사전에 암기해야 하는 내용이 상당히 적고, 핵심적인 기본 개념들과 응용능력만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출제된다. 이런 면에서 수능 과학탐구 문제는 과학을 암기과목처럼 여기는 후진적 관행에 제동을 거는, 상당히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방법'도 알고 있어야
역대 수능시험에는 과학의 이론적 내용뿐만 아니라 과학의 방법을 이해해야 하는 문제들이 반드시 포함된다. 이것은 공통과학의 첫 단원인 ‘과학의 탐구과정’ 단원과 관련된 문제로서 출제되는데, 전형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이 문제를 언뜻 보면 착각하기 쉽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가설>;에서 ‘햇볕을 받으면…’이라는 문구가 첫머리에 나온다. 따라서 자동차 네대 가운데 두대는 양달에, 두대는 응달에 놓는 ‘ㄴ’의 경우를 일단 후보로 꼽기 쉽다.
그러나 <;가설>; 중에 ‘자동차의 색깔에 따라’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이 연구의 목적은 ‘자동차의 색깔에 따라 차 안의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점으로 요약된다. 즉 햇볕을 받는다는 조건은 이 연구과정에서의 전제조건일 뿐이지, 실험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요인(공통과학 교과서의 표현으로는 ‘조작변인’)은 아니다.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자동차의 색깔이다. 따라서 이 실험을 위해서는 색깔이 서로 다른 여러 대의 자동차(단, 서로 동일한 모델이어야 함)에 동일한 정도의 햇볕을 쬐어줬을 때 내부 온도가 각각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다음 문제는 대조군이 무엇이고 이것이 왜 필요한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 문제다.
▶ 앞에서 소개한 문제에서는 실험을 목적에 맞게 설계하는 요령을 물은 데 비해, 이 문제는 ‘실험군’과 비교 대상이 되는 ‘대조군’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다.
이 문제에서 제시된 보고서에는 개미가 지나간 흔적을 지웠는데, 지우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그 결과가 과연 차이나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확인해야만 ‘흔적을 지운 것’의 효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흔적을 지우지 않은(그러나 나머지 조건은 똑같은) 대조군과의 비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런 과학 연구의 방법이 과연 실제 과학자들에 의해 항상 엄밀하게 지켜지는지, 이것이 과학적 지식의 ‘객관성’을 뒷받침하는 최적의 근거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과학철학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방법상의 특징은 아직까지도 과학의 중요한 특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따르고 있다.
수능에는 과학적 법칙이나 원리만을 다루지 않고 항상 과학적 방법론을 주제로 한 문제들이 출제된다. 이것은 ‘과학이란 이러한 것’이라는 최소한의 합의이며 과학의 여러 세부 분야에 적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의외로 구석에서, 때로는 중학교 범위에서
앞의 글을 읽고 어떤 사람은 수능 과학탐구에 과학적 원리나 방법의 ‘핵심’만 출제된다고 잘못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수능에는 때로 놀랄 만큼 교과과정의 구석에 있는 내용이 출제되기도 한다.
▶ 위 문제의 행성A는 수성이다. 수성은 금성과 더불어 지구 공전궤도의 안쪽에 있기 때문에 ‘내행성’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항상 태양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태양과 가장 큰 각도로 떨어져있는 경우를 ‘최대이각’이라고 하는데, 금성의 경우 최대이각은 46°정도로 비교적 작다). 즉 항상 태양 부근에 위치해 있게 된다. 따라서 태양이 남쪽하늘 중천에 떠있는 경우 수성과 금성도 같이 떠 있겠지만, 하늘이 밝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관측할 수 없다. 수성과 금성은 태양이 질 무렵, 잠깐 서쪽 하늘에 보이거나(이 경우 곧 태양을 따라 지평선 밑으로 사라지므로 오랫동안 볼 수 없다), 태양이 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미리 뜬 경우에 보인다(이 경우에도 태양이 떠서 하늘이 밝아지면 안보이게 되므로 오래 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위 문제에서 답은 ‘행성A는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는 ①번이 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공통과학 교과서 12종 가운데 단 한종(두산동아 간행 교과서)에만 나온다. 2000학년도에는 반도체의 온도-저항 그래프가 출제된 적이 있는데, 이 경우 또한 한종(지학사 간행 교과서)에만 소개돼 있는 내용이었다. 공통과학에서는 이처럼 교과서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내용이 출제되곤 한다(이과 선택과목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생각보다는 자세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수능 공통과학에서 학생들이 매년 궁금해하는 점은 과연 중학 교과과정에서도 출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수능 출제위원장은 매년 ‘중학 교과과정에서도 출제한다’고 발표한다. 중학 교과과정에는 있으나 고교 교과과정에는 없는 부분들이 꽤 있는데, 실제로 수학 등에서는 꽤 비중 있는 문제가 중학 교과과정에서 출제되곤 한다. 그러나 과학의 경우 엄밀히 말해서 중학 교과과정을 잘 알아야만 하는 문제는 97학년도에 한 문제(올레산 분자 크기 측정 문제), 그리고 이번 2002학년도에 한 문제가 나왔을 뿐이다(그밖에 중학 교과과정에서 출제했다고 하는 문제들은 밀도, 온도 등의 극히 기초적인 개념만 알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래 문제가 바로 2002학년도 문제다.
▶ 위 문제는 아보가드로의 법칙을 알아야만 답이 ①번인지 ④번인지를 가려낼 수 있다. 이번에 수능을 치른 학생들의 경우 아보가드로의 법칙을 중학교 2학년 교과과정에서 배웠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이란 ‘동일 온도, 동일 압력 상황에서 여러가지 기체의 부피가 서로 같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분자들의 개수는 모두 서로 동일하다’는 법칙이다.
따라서 위 보기의 ㄹ은 틀렸다. 문제는 이것이 공통과학 교과서에는 전혀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학 교과과정에는 들어있는데 공통과학에는 나와있지 않고 이과 선택과목인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에 나와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화학에서 아보가드로의 법칙을 위시한 기체반응의 법칙, 일정성분비의 법칙, 배수비례의 법칙 등이 있고 물리에서 일(W)의 정의와 에너지와의 관계 등이 그러하다.
필자가 보기에 위 문제는 수능 문제로 적절하지 않다. 물론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문과생들도 고교 과정에서 배울 기회가 있다. 문과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공통과학을 배운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 물리Ⅰ, 화학Ⅰ, 생물Ⅰ, 지구과학Ⅰ을 배우게 되는데,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화학Ⅰ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과생들에게 물·화·생·지Ⅰ은 수능 교과목이 아니므로 학교에서는 이 시간에 공통과학을 복습시키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이과생들, 특히 화학Ⅱ를 선택해 공부하는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문제있는' 수능 문제들
이번 2002학년도 수능에는 유난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여러개 있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과학계 또는 과학교육계에서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 이 문제들은 대개의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정답을 맞추지 못할 만한 문제다. 일단 인문계 9번은 특별히 중요한 과학적 원리가 적용되는 경우도 아니고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평가한다’는 수능의 취지에도 걸맞지 않다. 여러 종의 교과서에 고준위/저준위 폐기물의 처리방법이 그림으로 나와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제시된 방법 말고도 다양한 처리방법이 나와있기 때문에 해당 자료를 열심히 봐두었던 학생들도 정답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인문계 11번은 명백히 잘못 출제된 문제다. 핵심은 ㄴ(대기가 없는 지구)과 ㄹ(최근 10년간 분출된 양만큼의 화산재가 성층권에 퍼져있을 경우) 가운데 어느 경우에 지표의 평균 온도가 더 낮은가의 문제인데, 어느 쪽을 택하는가에 따라 답안이 ①번/②번으로 갈린다. 그런데 대기가 없어 온실효과가 사라져 현재보다 기온이 낮아지는 경우와, 대기는 있지만 화산재로 인해 태양빛의 반사율이 높아져 현재보다 기온이 낮아진 경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온도가 낮은지를 어떻게 추정한단 말인가. 더구나 그 화산재의 양이 ‘최근 10년간 분출된 양’이라니. 출제자는 모종의 근거를 갖고 대기가 없는 경우에 기온이 가장 낮다고 했겠지만, 이를 학생들에게 ‘과학적으로’ 추론하라는 것은 명백한 무리다.
▶ 인문계 26번의 경우, 만일 선지 가운데 ‘ㄹ’만 적어놓은 것이 있었다면 이를 고르면 된다. 1백10V용으로 제작된 전구에 2백20V의 전압을 걸어주면 전압이 평소의 2배가 되기 때문에 전류도 평소의 2배가 돼 필라멘트에서 발생하는 발열량이 커진다. 발열량이 필라멘트가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필라멘트는 끊어지고 만다. 그런데 ㄹ에 ‘전구의 필라멘트가 파손될 때의 전류의 양’이 나와있다. 1백10V일 때 소비전력이 1백W인 전구에는, P=VI 식에 의해 $\frac{100}{110}$ A의 전류가 흐르는 것이 정상이다. 즉 이 정도의 전류가 흘러야 전구가 깨지지 않고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이 전구를 2백20V에 연결하면 전압이 2배가 됐으므로 2배의 전류인 $\frac{200}{110}$A의 전류가 흐를 것이다. 이것이 ㄹ에서 밝힌 값(필라멘트가 파손될 때의 전류의 양, 즉 필라멘트가 견디는 최대허용전류)을 초과한다면 이 전구의 필라멘트는 2백20V 전원에서 끊어질 것이며, 초과하지 않는다면 2백20V 전원에 연결해도 된다. 그렇다면 제시된 상황에서 ㄹ만 알면 되지 굳이 필요없는 ㄴ과 ㄷ은 사족이다.
'억울함'당하는 수험생 없어야
지금까지 2002학년도 공통과학 문제를 통해 수능 과학탐구의 특성과 장점, 그리고 올해 드러난 몇몇‘문제있는 문제들’을 살펴봤다. 수능 과학탐구는 단순암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내지 않고 핵심적인 과학적 개념들과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입시공부에 열중하게 되는 많은 학생들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문제 출제에 좀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문제에서 드러난 몇가지 허점들로 인해 1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대학입시에서‘억울함’을 당하는 수험생이 있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