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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숨은 첨단과학 찾기

무선통신기술로 무장한 모바일 카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버스. 그러나 각종 첨단 무선통신 장비가 숨어있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버스 내부를 샅샅이 뒤져보자.

1980년대 초만 해도 버스를 타면 운전사말고도 승객을 반기는 버스안내양이 있었다. 버스안내양은 승객이 내릴 때 요금을 받고, 내릴 손님이 다 하차하면 ‘오라이’하고 말해서 운전자에게 버스가 출발해도 좋다는 시점을 알려줬다.

그러나 지금의 버스에는 안내양이 없다. 자동문이 설치되고, 탈 때 요금을 받는 장치가 생기면서 이제는 그녀가 설자리를 잃었다. 버스안내양과의 해프닝은 사람들의 추억에 남아 오늘날 코미디 프로의 단골 소재가 될 뿐이다.

버스안내양이 사라지듯 세월이 흐르면서 버스도 조금씩 변해왔다. 최근에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버스에 새로운 장치를 등장시키고 있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버스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자.

1. 버스카드
전자기유도 원리 숨은 단말기와의 무선통신


버스를 타자마자 가장 먼저 부닥치는 장치는 버스카드단말기다. 1996년 서울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버스카드 덕분에 이제는 토큰이나 잔돈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

처음 버스카드를 사용할 때 사람들은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직접 대지 않고 지갑에 넣은 상태로 가까이 가져가도 요금이 처리된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어떻게 단말기는 버스카드를 인식하는 것일까. 무선통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버스카드와 단말기의 정보교환은 휴대폰과 기지국의 방식과 비슷하다. 휴대폰 기지국은 끊임없이 전파를 내보낸다. 기지국의 신호를 받은 휴대폰은 자신의 위치 정보를 계속해서 기지국으로 보낸다. 서로의 전파를 교환함으로써 언제라도 전화가 걸려오거나 걸 수 있다. 물론 휴대폰에 배터리가 충전돼 있는 한 말이다.

그런데 전기를 따로 공급하지 않는 버스카드는 어떻게 단말기와 무선통신을 하는 것일까. 여기에 이 기술의 핵심이 숨어있다.

버스카드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무리 봐도 겉으로는 가로 8.6cm, 세로 5.4cm, 두께 1mm인 플라스틱 조각일 뿐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전기회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버스카드 내부에는 반도체칩, 콘덴서(축전지),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고 있는 구리 전선이 있다.

반도체칩의 표면적은 고작 3mm2, 네모모양일 경우 가로세로가 약 1.7mm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작은 칩에는 단말기와 주고받는 정보, 즉 언제 탔는지(시간), 그리고 지금까지 버스를 얼마나 탔는지(요금) 등의 정보가 입력된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버스카드에는 시간이 입력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갈아탈 때 요금을 깎아주는 환승요금제를 실시하면서 시간 정보가 중요해졌다. 갈아탄 지 2시간 이내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요금을 할인해준다. 반도체칩이 버스카드의 머리라면 콘덴서와 전선은 어떤 역할을 담당할까. 바로 카드와 단말기가 교신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한다.

 

버스 카드의 구조^버스카드의 네 모서리를 따라 전선이 여러번 감겨있다. 전선은 단말기에서 내보낸 전파를 받으면 유도전류를 만드는데, 콘덴서가 유도전류를 모은다. 이 전류를 사용해 버스카드의 반도체칩은 단말기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톨게이트에서 길게 줄 설 필요 없어

전선은 카드의 네 모서리를 따라 여러번 감겨있다. 이것은 일종의 자가발전장치다. 버스카드단말기는 끊임없이 AM 라디오 방송의 주파수 대역에 속하는 전파(1백25kHz)를 밖으로 내보낸다. 전파는 자기장과 전기장의 세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진행하는 파동이다. 단말기로부터 나온 자기장의 세기가 카드의 네모퉁이를 둘러싼 전선 사이로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전선에는 전류가 흐르게 된다. 바로 유도전류가 얻어진 것이다.

이 상황은 자석으로 코일 근처를 가까이 가져갔을 때 코일의 전선에 전류가 발생하는 것과 같다. 버스카드에 전자기유도 현상이 응용된 것이다. 콘덴서는 전선에서 발생한 전기를 모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 결과 버스카드는 단말기와 무선통신이 가능하다.

현재 버스카드는 두종류다. 미리 돈을 충전해놓는 선불식, 그리고 나중에 계산되는 후불식이 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지 요금의 지불 시기가 다르다는 것뿐이고, 단말기와 카드 사이의 무선통신 방식은 같다. 그리고 버스회사는 단말기의 메모리 장치를 회사 내 서버에 연결해 일괄적으로 요금을 처리한다.

현재는 버스카드로 지하철과 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속도로 요금을 정산하는데도 쓰일 전망이다. 자동차에 버스카드를 두면 톨게이트에서 길게 늘어설 필요없이 시속 70-80km의 속도로 지나가도 자동으로 요금이 정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버스카드시스템의 이같은 무선통신 기술은 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라디오파 확인)라고 부른다. 이 기술의 뿌리는 2차 세계대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영국은 자신의 나라로 들어오는 비행기 중 아군과 적군의 비행기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최초의 RFID가 탄생했다. 친구와 적을 확인하는 장치였던 셈이다.

오늘날에는 RFID가 이용되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버스카드뿐 아니라 각종 출입구의 신분확인증, 또는 각종 물품의 자동물류처리에서 바코드 대신 이용되고 있다.

2. 도착안내시스템
자동으로 버스 위치 확인돼야


영하 10℃까지 내려가는 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온몸으로 맞는 바람은 그야말로 살벌하다. 얼굴을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쭉 내밀며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정말 싫다. 만약 자신이 탈 버스가 몇분쯤 후에 오는지를 안다면 어떨까. 1-2분 정도면 그냥 기다리겠지만, 10분쯤이라면 다른 맘이 들 것이다. 어디 따뜻한 곳에라도 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지난 11월 초 경기도 부천시는 버스의 도착안내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정류장에 설치된 문자나 음성 단말기를 통해서 안내하는데, 내용은 “xx번 버스가 x번째 전 정류소 출발”로 버스의 현재 위치에 관한 정보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버스의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집이나 사무실에서 미리 인터넷 검색으로 버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류장으로 나가면 좀더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도착안내시스템을 부천시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아니다. 1996년 서울시가 종로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고 1998년부터 과천시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XX번 버스가 XX분 후에 도착’과 같은 예측정보를 제공한다.

어떤 정보를 제공하든 도착안내시스템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버스의 위치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즉 언제 어떤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동차량인식기술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버스의 위치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현재 두가지 무선통신 방식이 쓰이고 있다. 하나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측정시스템(GPS)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노변에 설치된 차량위치확인장비(비콘) 방식이다.

먼저 GPS 방식을 살펴보자. 버스 내 GPS 수신기가 우선 버스의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이 정보를 받으면 버스에 설치된 이동통신장비가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관제소로 위치정보를 보낸다. 관제소는 여러 버스의 정보를 수집해 정류소에 설치된 단말기로 버스의 위치나 도착예정의 정보를 제공한다.

두가지 방식 GPS와 비콘

비콘 방식도 GPS 방식과 상당히 비슷하다. 다만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변의 전봇대 같은 곳에 비콘이 설치돼야 한다. 버스의 위치정보는 비콘과 버스 내 통신장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버스가 비콘이 설치된 지역을 지나가면 비콘과 차량 간의 무선통신이 이뤄진다. 이때의 무선통신을 단거리전용통신(DSRC, 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이라고 하는데, 5.8GHz의 전파가 사용된다.

비콘은 각 차량마다 다른 고유번호를 인식해서 ‘xx번 버스가 xx시 xx분에 지나가는지’를 파악한다. 그런 후 비콘은 전용통신망으로 연결된 관제소로 이 정보를 보낸다. 관제소에서 정류소로 정보를 보내는 방식은 GPS와 같다.

실제로 버스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각각의 방법이 사용되기도 하고, 동시에 쓰이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GPS 방식, 과천시는 GPS와 비콘 모두, 그리고 부천시의 경우 비콘 방식을 도입했다.

제각기 또는 GPS와 비콘이 함께 이용되는데는 각기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콘의 경우 버스가 지나가는 곳마다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상의 문제뿐 아니라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의 차량의 위치정보를 얻을 수 없다. 만약 교통상황이 원활하다가 갑자기 사고가 발생해 꽉 막혀있다고 하자. 이때 버스가 비콘 근처에 있지 않다면 이 버스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GPS는 차량이 어디에 있든 원하는 시간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GPS는 측정상의 오차가 문제가 된다. 현재 도착안내시스템에서 쓰이는 GPS의 거리 오차는 30m 안팎. 만약 버스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거리 오차 때문에 속도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콘은 일정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차량의 통행속도가 계산된다.

GPS의 또다른 단점은 차량이 인공위성으로부터 위치정보를 얻은 후 이동통신으로 관제소와 연락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차량과 관제소가 정보를 주고받을 때마다 이동통신료가 지불돼야 한다. 그러나 비콘 방식의 경우 비콘과 관제소 사이에 전용통신망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든다.

이 외에도 GPS는 이동통신을 이용하기 때문에 또다른 단점을 안고 있다. 이동통신의 경우 연결이 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버스가 어느 정류장을 지나갔을 때 인공위성으로부터 위치정보를 얻었는데, 다음다음 정거장쯤 갔을 때 관제소와 연결이 됐다면 잘못된 정보가 관제소로 들어간다.

어디에서든 관계없이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는 GPS, 그리고 안정적으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비콘의 장점을 동시에 이용하면 좀더 정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버스 도착 안내시스템의 원리^GPS방식은 인공위성이 버스에 설치돼 있는 GPS 수신기에 버 스의 위치를 알려준다(1). 이 정보는 버스 내의 이동통신장비를 통해 관제소로 보내지고(2), 관제소가 여러 버스의 정보를 모아 정류소에 설치된 단말기에 버스의 도착 정보를 제공한다(3). 비콘방식은 버스가 지나갈 때 도로에 설치돼 있는 비콘에 위치를 알 려준다(1). 이때 위치정보는 비콘과 연결돼 있는 통신망을 통해 관 제소로 보내지고(2), 관제소가 정류소의 단말기에 버스의 도착 정보 를 제공한다(3).


3. 배차간격기
시계로 위장한 앞차와의 시간간격


한참 기다리다 온 버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때 우리는 잠시 고민을 하게 된다.
‘다음에 오는 버스를 기다릴까 아니면 이 버스를 탈까. 내가 탈 버스가 금방 또 오지 않을까. 그러면 앉아서 도착지까지 갈 수 있을 텐데…’

때때로 버스는 몰려다닌다. 종점에서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출발한다 해도 이런 일은 발생한다. 일정치 않은 버스의 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차내에 배차간격단말기가 장착돼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앞차와의 시간간격을 알고 자신의 차량속도를 조절한다. 그렇다면 단말기는 어디에 있을까.

운전석 앞쪽 윗부분에 디지털 시계가 배치돼 있는 버스가 있다. 대개 사람들은 이것이 단순한 시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계가 가끔 “삐∼익 삐∼익”하는 소리를 낸다. 더불어 시·분·초를 나타내는 자리에 시각으로 보여지지 않는 엉뚱한 숫자가 등장한다. 38:12:58과 같은 숫자가 말이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현재 시각으로 숫자가 맞춰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엉뚱한 숫자다. 디지털 시계의 본래 임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바로 앞차와의 시간간격 정보다. 만약 삐익거릴 때 나타난 숫자가 38:12:58이었다면, 앞차의 번호는 38이고, 현재 자신의 차와 앞차와의 시간간격은 12분 58초다.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배차간격단말기인 것이다. 배차간격단말기의 종류에 따라 엉뚱한 숫자가 또한번 더 등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앞앞차와의 간격을 말해준다.

어떻게 앞차와의 간격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정류장의 버스도착안내시스템처럼 배차간격에도 자동차량인식기술이 이용된다. 비콘 방식의 경우 버스가 비콘이 설치된 전봇대를 지나치면, 그때 버스와 비콘 사이에는 정보가 오고간다. 현재 버스는 비콘에게 현재 자신이 지나간다고, 비콘은 버스에게 이미 지나간 차가 여기를 얼마나 전에 지나갔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버스도착안내시스템이나 배차간격기만으로 버스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얼마나 걸릴지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요즘 버스는 편리한 승용차와 정확한 시간을 보장하는 지하철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버스의 수송부담률은 1990년대 43%에서 지금은 28%로 떨어졌다.

“버스의 수송 경쟁력을 높이려면, 각종 첨단기술의 도입과 동시에 도로여건을 개선하고, 승용차의 이용을 억제하며, 버스전용차선과 같은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교통연구소의 오재학 ITS 센터장은 말한다.

4. 자동안내방송시스템
TV 리모콘과 같은 방식


“이번 정류장은 종로1가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종로2가입니다.”

수동으로 안내방송이 나오던 시절 운전자가 안내방송을 안 내보면, 빼먹은 정류장만큼 버튼을 눌러 재조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가끔 정류장이 잘못 안내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정류장 안내방송이 자동화되고 있다. 운전자가 일일이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어떻게 자동으로 정류장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일까. 버스도착안내시스템이나 배차간격시스템처럼 GPS나 비콘을 이용하는 것일까. 이들 시스템은 자동으로 버스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 방법도 가능하지만, 현재 서울의 시내버스는 다른 무선통신 방법이 쓰인다.

자동안내방송시스템은 비콘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류장에서 약 1백m 떨어진 곳 도로변 가로등이나 전봇대에 송신장치를 설치한다. 송신장치는 버스가 도착할 다음 정류장의 코드정보를 담고있는 전파를 계속 발생시킨다. 이 주변을 버스가 지나가면 차량 내에 장착된 수신장치가 전파를 받는다. 전파에는 고유한 정류장 코드 정보가 담겨있어 차내 방송시스템이 정확한 안내방송을 내보내는 것이다. 도로변의 송신장치와 차내 수신장치 간의 통신 대역은 TV 리모콘에서 쓰이는 적외선 영역이다. 도로변의 송신장치는 일종의 원격조종장치인 셈이다.

자동안내방송시스템은 광고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장이 어떤 정류장 근처에 있다면, 그 정류장의 안내방송과 함께 결혼식장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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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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