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일까, 환경일까. 동물도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을까. 감정을 가진 기계의 탄생은 가능할까. 신경생리학, 유전학, 심리학, 비교행동학, 컴퓨터사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로부터 우리는 지능에 대해 얼마나 많을 것을 배울 수 있을까.
대중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각별한 관심과 논란의 대상인 ‘지능’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바탕 토론의 장을 펼친 책이 나왔다.
지능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주제이면서도 정작 그 과학적 진실의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침팬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는 능력에 대한 논쟁, 앵무새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 실험, 인간을 능가하는 성능을 지닌 컴퓨터게임 프로그램 등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며, 나아가 생물의 전유물도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인간·동물·기계의 지능, 그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인간, 동물, 기계, 외계생물의 지능으로 나눠 지능의 정확한 의미와 영역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사실상 지능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다.
인간의 지능 파트에서는 지능 검사의 역사와 모범생과 영재의 차이점, 지능을 결정하는 요인과 지능이 출현한 까닭에 대해 언급한다. 동물의 지능 파트로 넘어가면 앵무새의 말하는 행위가 과연 흉내인지 생각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동물도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두명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 기계의 지능 파트에서는 튜링검사와 인공지능, 인간과 컴퓨터가 펼치는 두뇌게임, 그리고 뇌에 옷을 입힌 소형컴퓨터 등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 외계생물의 지능 파트에서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을 비롯해 저 바깥에도 지적 생명체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현대사회에서 지능의 비중과 역할은 우리가 획득하는 지식의 양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지능과 관련해 강조하고 부각시키고자 하는 가치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책은 성급한 결론을 배제한다. 각 분야 석학들의 다양한 논쟁을 있는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모든 판단과 결론을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내 아이도 영재가 아닐까’라는 기대감에 쌓인 부모, 영화‘A.I.’의 주인공 데이빗과 같은 인간적인 로봇의 실현가능성을 꿈꾸는 사람, 컴퓨터와 인간의 체스 대결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봤던 사람, 지적 외계인의 출현에 기대를 갖는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만한 얘깃거리들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