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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다섯가지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지 1백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 노벨의 유언에 따라 시작된 노벨상은 한세기가 지나면서 이제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 됐다.

노벨상이 권위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상자들의 업적이 세계 최고라 할 정도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한 업적이라고 해서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의학으로 평가해볼때 전혀 말이 안되는 엉터리 업적으로 상을 탄 사람들도 여러차례 있었던 것이다.

노벨상 8명 배출한 암연구

처음 발견된 이래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질병 중 하나인 암은 지금까지 직접적인 관련을 지닌 것만 해도 4차례에 걸쳐 8명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배출한 질병이다. 한가지 주제로 이렇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된 질병은 없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금까지 암이라는 질병은 해결책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도 몇명의 수상자를 배출해야 해결될지 아무도 모르는 공포의 질병이다.

암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첫번째 학자는 1926년도 수상자인 덴마크의 피비거였다.

18세기 계몽시대 이후 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여러 방면에서 그 위력을 보여 주었고, 19세기에 파스퇴르를 비롯한 많은 의학자들이 과학적 방법을 의학에 도입했다. 이 시기에는 암에 대한 과학적 연구도 많이 진행됐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여러 의학자들이 암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했으며, 피비거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피비거는 1907년 결핵에 감염된 흰 쥐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쥐의 암 조직내에 기생충이 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한 그는 실험용 쥐에서 선충이 위암을 발생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에는 이 외에도 암의 원인으로 배세포설, 자극설, 발암물질에 의한 발생설 등이 발표된 상태였고, 특정한 화학물질이 암을 일으킨다는 내용은 그 후에도 여러 연구자에 의해 확인됐다.

1926년의 노벨상 후보로는 피비거 외에 발암물질에 의한 암 발생을 주장한 야마기와 등이 후보에 올랐다. 노벨상 시상국인 스웨덴의 한센이 절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자는 피비거로 결정됐다. 오늘날 기생충에 의한 발암설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고, 발암물질에 의한 발암설은 뒤집을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비거는 엄청난 행운으로 노벨상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셈이다.

생체 안·밖에서 다른 기능 갖는 효소

왓슨과 크릭이 DNA가 이중나선 모양을 하고 있음을 규명해 노벨상을 수상하기 3년 전인 1959년 국제 생화학회를 창설했던 세계적 실력자인 오초아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이유는 DNA로부터 RNA를 합성하는 효소를 발견한 공로였다. 그러나 그의 연구결과도 옳은 것이 아니었다.

실험실에서 연구하다 보면 생체에서 뽑아낸 물질이 생체 안과 생체 밖에서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오초아가 분리해 정제한 효소는 생체 밖에서 합성기능을 갖는다. 하지만 생체 내에서는 합성기능보다 DNA 말단 부위를 자르는 기능이 강하므로 그가 찾아낸 효소는 합성효소라기 보다는 절단효소라고 봐야 한다.

피비거가 자신의 잘못을 판단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과 달리 오초아는 자신의 업적에 잘못이 있음을 깨닫고 그 후에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해 학문발전에 도움이 되는 업적을 많이 남김으로써 명예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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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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