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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이 들려주는 우주생성 신화

원래 해와 달은 두개였다

누구나 한번쯤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하는 궁금증을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현대과학은 우주생성에 대해비교적 잘 설명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어떠했을까.우리조상이 들려주는 우주생성 신화에 귀기울여보자.

밤하늘의 숱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저 우주와 우리 인간들과 이 지구의 생명들. 아! 이 삼라만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해답은 현대 자연과학이 밝혀가고 있고, 지금도 매우 정교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우주가 무엇이며 어떤 모습을 하는지를 말하는 것을 우주구조론이라 하고,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우주생성론이라고 한다. 우주구조론은 지구중심설이니 태양중심설이니 하는 서양의 것이 있고, 개천설, 혼천설과 같은 동양의 것이 있다.

우리조상은 우주의 발생에 대해서, 비록 그것이 근대과학 이전의 소박한 이론이긴 해도, 나름대로 독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인의 우주생성론은 특히 신화로 전해 내려온다. 현대 자연과학이 우리나라에 접목되기 이전, 우리조상은 이 우주와 인간의 탄생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다음은 제주도에 내려오는 우주탄생에 관한 신화다. 이 신화는 큰 굿의 맨처음 차례인 초감제(모든 신들을 일제히 청해 드려 제상에 앉히고 비는 제사) 때 박수무당이 읊조리는 서사무가 ‘천지왕 본풀이’의 일부다(현용준의 ‘제주도신화’(서문당)에서 발췌).

우주는 개벽했으나 혼돈인 이유
 

현대우주론에서는 우주가 약 1백 50억년 전 빅뱅이라는 대폭발에 서 시작됐고 화석과 같은 우주배 경복사를 남겼다고 한다. 실제로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는 확인됐으 며, 최근 이를 자세히 관측해 연구하고 있다.


태초에 우주는 혼돈 상태였다. 하늘과 땅이 금이 없이 서로 맞붙고 암흑에 휩싸여 한덩어리가 돼 있었다. 갑자(甲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축(乙丑)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축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생겨났다.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땅덩어리에 산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점 분명해졌다.

이때 하늘에서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검은 이슬이 솟아 서로 합치더니 음양이 상통해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생겨난 것은 별이었다. 동쪽에는 견우성(牽牛星), 서쪽에는 직녀성(織女星), 남쪽에는 노인성(老人星), 북쪽에는 북두칠성(北斗七星), 그리고 중앙에는 삼태성(三台星) 등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 암흑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방에선 오색 구름이 오락가락했다. 그때 천황(天皇) 닭이 목을 들고, 지황(地皇) 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人皇) 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 동방(甲乙 東方)에서 먼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 천지왕이 해도 둘, 달도 둘을 내보내 천지는 활짝 개벽했다. 하지만 천지의 혼돈이 아직 완전히 바로 잡힌 것은 아니었다. 하늘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 떠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천지왕은 길한 꿈을 꾸었다. 하늘에 떠있는 해 둘, 달 둘 중에 해와 달을 하나씩 삼켜먹는 꿈이었다. 이 꿈이야말로 혼란스러운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을 귀동자를 얻을 꿈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생각한 천지왕은 땅으로 내려와 총명하기로 이름난 총맹 부인과 하늘이 정한 백년가약을 맺었다.

천지왕은 총맹 부인과 결혼해 합궁일을 받아서 하늘이 정해준 배필을 맞이했다. 그러나 달콤한 며칠이 지나자, 천지왕은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됐다. "아들 쌍둥이를 낳을 것이니, 솟아나거든 큰아들일랑 대별왕으로 이름을 짓고, 작은아들일랑은 소별왕이라고 이름을 지으소.”
총맹 부인은 하늘로 올라가려는 천지왕을 붙잡고, 무슨 증거물이라도 주고 가라고 애원했다. 천지왕은 박씨 두개를 내주며, “아들들이 나를 찾거든 정월 첫 돝날(亥日)에 박씨를 심으면 알 도리가 있으리라” 하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과연 총맹 부인은 아들을 둘을 낳았고, 각각 대별왕과 소별왕이란 이름을 지었다.

형제가 크자 아버지가 없는 것이 한이었다. 하루는 어머니더러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고, 그제사 어머니는 사정을 털어놓으며, 박씨를 내주었다. 형제는 정월 첫 돝날에 박씨를 정성껏 심었다. 박씨는 얼마 안돼 움이 돋아나 덩굴이 하늘로 죽죽 올라갔다.

형제는 박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아버지를 만났다. 귀동자 형제를 맞은 천지왕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제야 말로 세상의 혼돈을 바로잡을 때라고 생각하고, 대별왕에게는 이승을 다스리고, 소별왕은 저승을 다스리도록 했다. 그러나 소별왕이 이승을 다스리고 싶어 해 대별왕은 동생에게 양보했다. 소별왕이 이승에 내려가보니, 과연 질서가 말이 아니었다. 하늘에는 해도 둘, 달도 둘 떠서, 만백성들이 낮에는 더워 죽고, 밤에는 추워 죽어가고 있었다. 새와 짐승은 물론이고 풀과 나무까지도 말을 해 세상은 뒤범벅이고, 귀신과 산 사람의 분별이 없었고, 게다가 역적, 살인, 도둑이 많고, 남녀가 음탕하기만 했다.

소별왕은 곧 곤란해졌다. 이 혼란을 바로 잡을 방법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끝내 찾지 못했고, 마침내 저승을 다스리게 된 형님 대별왕에게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마음 착한 형은 동생의 부탁을 들어 도와주기로 했다. 이승에 내려와서 우선 큰 혼란을 정리해갔다.

먼저 천근 활과 천근 살을 준비해서 하늘에 두개씩 떠있는 해와 달을 쏘아 떨어뜨리는 것이다. 앞에 오는 해는 남겨 두고 뒤에 오는 해를 쏘아 동해에 던져두고, 앞에 오는 달은 남겨 두고, 뒤에 오는 달을 천근 살을 쏘아서 서해에 던졌다. 그래서 오늘날 하늘에는 해와 달이 하나씩 뜨게 됐고, 이때 부서져 떨어진 해와 달은 잔별들이 됐다.

다음으로 대별왕은 풀과 나무와 새와 짐승들에게 송진가루 닷말 닷되를 뿌려 혀를 굳게 만들었다. 오직 사람만이 말하게 됐다. 그리고 귀신과 산사람의 분별을 짓는 일이었다. 저울을 갖고 하나하나 달아서 백근이 차는 놈은 인간으로 보내고, 백근이 못되는 놈은 귀신으로 처리했다.

이리해 자연의 질서는 바로잡혔다. 형은 더이상 수고를 해주지는 않았다. 아직 처리할 문제가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역적, 살인, 도둑, 간음에 관한 것이었다.때문에 오늘날도 인간 세상의 법은 이런 나쁜 일들이 여전히 많고 저승법은 맑고 공정하다고 한다.

태초의 빛 우주배경복사

현대 우주론에서는 우주의 생성이 지금으로부터 약 1백50억년 전에 일어났다고 본다. 아주 뜨거웠던 우주는 공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식게 됐고, 그러다가 생성한 후 30만년이 지났을 때 우주의 빛과 물질은 서로 분리됐는데, 그 당시의 빛이 마치 화석과 같이 그대로 남게 돼 오늘날도 마이크로파로 관측된다. 이 가녀린 빛을 우주배경복사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1993년에 우주배경복사 탐사선, 즉 코비(COBE)를 발사해서 우주배경복사를 정교하게 관측했고,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우주론이 말하는 우주생성 시나리오가 대체로 맞음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측정위성, 즉 맵(MAP)을 발사했다. 이 측정위성은 코비 위성보다 훨씬 더 자세히 우주배경복사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 결과 우주의 특징을 나타내는 물리량을 좀더 정밀하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안상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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