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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은 사라지는가 광전자(光電子)시대의 반도체소자

손톱 크기 만한 실리콘 칩 안에 수백만개의 기억소자를 집어넣는 극한의 기술. 이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실리콘을 대체할 새로운 소자는?

최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일간신문에도 64KD램, 32비트(bit)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 등 몇년 전만 하더라도 전자공학도들 간에서만 쓰이던 생소한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제품의 발전 속도 또한 매우 빨라서 얼마전에 2백56KD램 양산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1MD램을 생산한다고 하고, 곧 4MD램도 선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직접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도 이러한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활 주변의 전자제품들의 값이 싸지고 성능도 점점 좋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그 빠른 발달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
 

그러면 이러한 반도체 산업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도대체 반도체 기술 발달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가? 앞에서 예를 든 D램은 컴퓨터 등에서 정보를 저장하는데 필요한 기억장치로 쓰이는 것으로서 1MD램이라하면 약 1cm²정도 넓이의 실리콘 칩 안에 1백만개의 기억소자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작은 칩안에 많은 회로 소자들이 들어있는 것을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라고 하는데, 이 집적기술의 발달에 따라 소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값도 싸지게 된 것이다.
 

집적회로는 근본적으로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집적도를 높이려면 트랜지스터 성분(소스, 드레인, 산화막) 및 기타 부수 연결선 등의 크기가 작아져야 한다. 위에서 예를 든 1MD램을 만들려면 대체적인 성분크기가 1~2마이크론(μ)정도 되고 현재 연구중인 4MD램의 경우에는 1마이크론 이하가 되어야 한다. 1마이크론이라하면 1천분의 1 밀리미터(1μ=0.001mm)를 나타내는 단위로서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박테리아의 크기가 약 1마이크론 정도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대략 70~1백 마이크론 정도의 두께를 가지므로 1MD램의 구조가 얼마나 미세한 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집적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10년 전만해도 16KD램밖에 못만들던 것이(이 때의 성분크기는 5μ정도였음) 이제는 그 60배가 넘는 1MD램 생산단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어디가 한계인가
 

그러면 집적도의 발달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전문가들의 예상에 의하면 현재 집적회로 공정에 주로 쓰이는 금속─산화막─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 :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구조로는 대략 0.1마이크론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집적기술 발전속도로 추정하면 서기 2천 년대 경에는 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 1개의 크기가 대략 1~2Å(Angstrom=${10}^{-7}$mm)인 것을 생각하면 1천개 이내의 원자를 이용하여 트랜지스터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실로 경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한계는 현재 MOSFET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의 이야기이고, 만일 다른 트랜지스터 구조가 집적회로에 널리 쓰이게 된다면 그 크기를 더 떨어뜨려 약 0.01마이크론(1백Å) 정도까지 줄이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생각되고 있다.

 

집적도의 한계가 질적인 비약으로
 

위에서 말한 고단위 집적기술은 모두 실리콘을 이용한 것으로서 현재 반도체 시장은 실리콘 칩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본 바와같이 앞으로도 실리콘 공정 기술은 점점 더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실리콘 이외의 반도체, 특히 갈륨비소(GaAs)화합물 반도체가 앞으로는 반도체 산업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여 갈륨비소 등 화합물 반도체의 물리적 재료적 특성이 많은 면에서 실리콘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우선 첫째로 갈륨비소 내에서는 신호전류를 운반하는 전자의 속도가 실리콘 내에서보다 5~6배 빠르다. 따라서 스위칭(Switching) 트랜지스터 등을 만들 때 갈륨비소 반도체를 이용하면 실리콘을 이용했을 때보다 반응속도가 그만큼 빠르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 발전된 이질접합구조(heterostructure)의 모듈레이션 도핑(modulation dop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전자 속도를 50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초고속 반도체 소자는 대형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를 빠르게 할뿐 아니라, 최근 정치적 기술적으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방위계획(SDI계획)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적국(敵國)에서 아국(我國)을 향해 날아오는 핵미사일의 위치를 관측하여 그 운동궤도를 계산한 다음, 이쪽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방위 요격미사일을 발사시켜 공중에서 폭발 시키기 위해서는 1천분의 1초가 아깝고, 따라서 미사일 유도 시스팀의 반도체가 빨리 계산하고 명령하여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경우는 계산속도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지도 모르며, 값이 조금 비싼 것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갈륨비소를 이용한 반도체소자가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갈륨비소는 실리콘에 비하여 방사능에도 강하기 때문에 외계(外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둘째로는 빛(光線)을 이용하는 반도체 소자에는 갈륨비소 등 화합물 반도체가 실리콘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미 디스플레이(display)에 많이 쓰이는 발광다이오드(LED=Light Emitting Diode)나 최근에 낯이 익기 시작한 컴팩트 디스크 플레이어(Compact Disk Player)또는 장거리전화 송수신 등 광통신(光通信)장치에 이용되고있는 반도체 레이저 등은 모두 갈륨비소나 그와 비슷한 화합물 반도체로 만들어진 것이다.
 

레이저라 함은 단색파장의 광선을 한방향으로 집속(集束)하여 내보내는 장치로서 철판절단에서부터 눈(眼)의 수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데, 갈륨비소 등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함으로써 아주 작은 크기로 빨리 반응하게 만들 수 있어서 광통신분야 등에서 활용되게 된 것이다.
 

광전자공학(光電子工學 : optoelectronics 혹은 photonics)이라는 말이 새로 생겨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이 분야는 이미 실용화된 것도 많지만 오히려 앞으로 더욱 크게 발전할 추세이다.

 

갈륨비소 화합물 반도체


광(光)시대의 새소자
 

그러면 이러한 광전자공학에서 갈륨비소가 실리콘보다 절대적으로 우세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 또한 두 반도체의 근본적인 물성차이에서 오는 것으로서, 전문적인 용어를 쓰면 실리콘이 간접띠간격(Indirect Band Gap) 물질인데 반하여, 갈륨비소는 직접띠간격(Direct Band Gap)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리의 기본법칙에 의하여 빛과의 상호작용은 직접띠간격 물질이 간접띠간격 물질에 비하여 훨씬 강하고, 따라서 레이저나 발광다이오드 등 빛을 발산하는 반도체소자로는 갈륨비소의 효율이 실리콘보다 훨씬 높게된다.
 

세째로 갈륨비소는 알루미늄비소 등 다른 종류의 반도체들과 쉽게 합금(alloy)을 만들 수 있고 또한 이들과 접합층을 이룬 샌드위치구조의 인공적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합금 반도체나 접합(接合) 반도체 물질들은 자연적으로 얻어진 순수반도체 결정에 비하여 에너지 띠간격 및 빛굴절 등 물리적 성질을 필요에 맞도록 인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목적에 가장 알맞는 이상적인 반도체소자를 만들 수 있다. 예를들어 반도체 레이저의 초기 연구단계에에는 레이저 작동에 필요한 전류의 양이 커서 연속적인 작동을 시키는데 문제점이 있었으나, 갈륨비소─알루미늄갈륨비소 접합 반도체구조를 이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즉 이러한 접합반도체 구조에서는 두 물질의 에너지 띠간격 및 빛굴절률이 다른 점을 이용하여 발광현상을 일으키는 전자와 정공(正孔 : hole), 그리고 이들에 의해 발생된 빛을 모두 좁은 공간영역에 국한시킬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레이저효율이 커져서 작은 전류로도 레이저 작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소자의 인공적인 구조는 반도체 레이저 실용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해결해야될 과제들
 

그러면 이렇게 갈륨비소 등 화합물반도체가 실리콘보다 좋은 점이 많은데, 왜 아직도 실리콘이 반도체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을까? 즉 실리콘이 갈륨비소보다 어떤 좋은 점이 있어서 대중화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앞으로 갈륨비소가 실리콘에 대응할만큼 대중화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연구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첫째는 값싸고 완벽한 단결정(單結晶)의 갈륨비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리콘의 원료는 모래속에 무한히 많이 있는 SiO₂로, 실리콘은 지구상에서 두번째로 많은 원소이다. 또한 실리콘 단결정은 한가지 원소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쉽게 기를 수 있다. 반면 갈륨비소화합물반도체는 원료가 되는 갈륨과 비소가 실리콘처럼 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두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결정이기 때문에 결함없는 단결정을 기르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비소는 널리 알려진 극독물이므로 취급하는데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갈륨비소 단결정의 값은 실리콘에 비하여 10배~50배 정도 비싼 형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정성장기술의 발달에 따라 점점 양질의 갈륨비소결정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갈륨비소의 산화막(酸化膜)이 반도체공정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실리콘의 경우는 그 산화물 SiO₂가 얇은 막이 되어도 매우 단단하고 전기적으로 거의 완벽한 절연체의 구실을 해주어 집적기술의 대명사라 할 MOSFET구조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화학약품에 대한 에칭(etching) 성질도 대규모 생산공정에 알맞기때문에 실리콘 집적기술의 성공은 그 산화막 때문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반면 갈륨비소는 산화막이 균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MOSFET소자를 만드는데 적합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금속─반도체 접합면의 ‘쇼키’장벽(Schottky Barrier) 현상을 이용한 금속─반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MESFET : Metal-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구조가 대신 쓰이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갈륨비소를 포함한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점차 해결되어 가고 있다. 현재까지 실리콘에 기초한 기술이 매우 발달되어 있으므로 갈륨비소가 주종 반도체가 되기는 아직도 요원하나, 광전자공학 등 특정분야에서의 발전과 더불어 우수한 물성에 토대한 갈륨비소 반도체가 점점 많이 쓰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당분간은 실리콘과 갈륨비소 반도체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면서 갈륨 비소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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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오세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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