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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및 광학재료실험실 포스트 D램 반도체 시대 연다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개인용휴대단말기(PDA)를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다. 21세기는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된 정보통신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는 정보통신분야. 이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정보통신분야의 혁명을 일구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반도체 메모리다. 지난 세기 개인용컴퓨터시대는 대용량을 앞세운 D램 반도체가 열었다. 그러나 D램 반도체는 전력 효율이 떨어져 정보통신시대를 이끌기에 힘이 부치고 있다. PDA나 앞으로 등장할 포켓용 초미니컴퓨터에서 배터리 용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은 전력으로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초소형 메모리소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메모리소자가 바로 강유전체다.

30nm로 쓰고 읽는데 성공
 

현재보다 1천배가 빠른 테라비트 급 반도체를 가능케 하는 꿈의 메 모리소자 강유전체를 연구하는 노 광수 교수(뒷줄에서 제일 왼쪽) 와 연구원들.


도대체 무엇을 강유전체라 부르는 것일까. 강유전체는 전하가 자발적으로 분리돼 존재하며, 외부 자극에 의해 전하가 반대되는 성질을 갖는 물질로 정의된다. 전하 형태로 데이터를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이라 생각하면 된다.

1921년 베라섹이 로셀염이라는 강유전체를 발견한 이후 현재까지 10여개의 강유전체 물질이 선보였다. 이런 강유전체를 기존의 실리콘 대신 메모리소자로 사용하면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메모리가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 D램 시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F램 반도체다.

F램 반도체의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존의 대용량 저장이 가능한 D램, 고속정보처리가 가능한 S램, 그리고 데이터가 소멸되지 않는 플래시 메모리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F램 반도체를 사용하면 대용량 컴퓨터를 TV전원을 켜듯 단번에 부팅시킬 수 있고, 갑자기 전원이 나가도 저장했는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한번 충전하면 한달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컴퓨터나 휴대폰도 꿈이 아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유수 반도체업체들은 강유전체 메모리소자 개발에 뛰어들어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AIST 재료공학과 노광수 교수가 이끄는 전자 및 광학재료실험실에서 이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강유전체 중 PZT박막을 연구하고 있다. PZT박막은 말그대로 Pb(납), Zr(지르코늄), Ti(티타늄)으로 이뤄진 얇은 막 형태의 강유전체다. 연구실은 이 얇은 막에 데이터를 적어넣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작게 쓸 수 있느냐는 점. 현재 연구실은 30나노미터(1nm=10-9m)까지 쓰고 읽는데 성공한 상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작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소자는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마이크로(1㎛=10-6m) 수준의 크기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작은 AFM이라 불리는 원자현미경을 통해서야 볼 수 있는 나노미터급 기억소자를 만든다면 현재의 기가(1Giga=109)보다 1천배가 빠른 테라(1Tera=1012)비트급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근 각광받는 나노테크놀로지(NT)의 핵심 연구분야다.

빛에 정보를 싣는다
 

연구실에서는 강유전체 중 하 나인 PZT박막에 세계 최고 수 준인 30nm까지 읽고 쓰는데 성공했다.


현재 네트워크 사이의 통신에는 전기 신호가 사용되고 있다. 정보를 전기 형태로 가공해 서로 주고받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의 네트워크 속도는 사용자의 기대에 미흡한 실정이다. 더욱이 멀티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데이터의 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 속도를 빠르게 할 방법으로 광통신이 주목받고 있다. 만약 정보를,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광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면, 아무리 큰 데이터라도 눈깜짝할 사이에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연구실은 강유전체 박막을 이용해 이와 같은 광통신에 기초가 되는 광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바로 정보를 광형태로 변환하는 광변조기다.

광변조기는 전기장, 음파, 열을 가하면 빛이 변화하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기장, 음파, 열로 빛을 변환시켜 정보를 실어준다는 얘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정보는 빛의 속도로 전달될 수 있다. 연구실에선 음향-광학 원리를 이용해 광변조기를 제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음향-광학 원리는 노을이 지는 강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강의 표면에 생긴 잔잔한 물결은 태양광을 변환시켜 다양한 색깔로 강물표면을 물들인다. 마찬가지로 음파라는 파장을 가하면 광의 강도와 진행방향이 변화한다. 음파와 광의 파장, 음파의 폭, 매질의 굴절률 등에 따라 광 변화는 달라지는데, 이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면 광정보를 만들 수 있다.

연구실에선 자극을 통해 전하가 생기는 특성을 갖고있는강유전체PZT 박막과광손실율이낮은SiNx 박막(Si(실리콘)과 N(질소)로 이뤄진 얇은 막)을 합친소자를 만들어냈다. 현재 이 소자에서 표면파의 성질에 따라 광이 달라지는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연구실은 노광수 교수를 중심으로 8명의 박사과정과 6명의 석사과정 연구원이 참여해 꿈의 정보통신사회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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