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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깜찍한 센스 갖춘 기계 몰려온다

인공세포를 구현하는 스마트 센서

사람의 감각기관과 센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뛰어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각이나 청각에서는 사람의 눈과 귀를 능가하는 센서가 등장하지만, 후각과 미각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데….

지난 4월말 국내에도 미국이나 일본에 못지 않은 인간형 로봇이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양현승 교수팀이 개발한 ‘아미’(AMI)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다양한 감각기능은 물론이고 간단한 의사소통과 감정표현까지 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아미에 장착된 각종 센서다.

키 1m55cm에 무게 1백kg인 아미는 시각센서를 통해 물체를 인식하고, 거리도 판단한다. 손가락에 내장된 압력센서 덕분에 물체를 잡거나 조작한다. 몸에는 여러개의 초음파·적외선센서가 있어 장애물을 감지해 몸을 피한다. 음성인식센서가 포함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음성합성기능을 이용해 간단한 말을 한다. 지시된 일을 잘 마치면 기쁜 표정을, 꾸중을 들으면 슬픈 표정을 가슴부위의 액정화면에 나타내기도 한다.

인간형 로봇을 가능하게 하는 센서란 과연 무엇일까. 단지 사람의 감각을 모방하는데 지나지 않는 것일까. 사람의 감각기능을 능가하는 깜찍한 센스도 갖추고 있다는데, 센서를 제대로 알아보자.

감각기능 실현하는 장치


(그림1)인간 감각의 한계^사람의 감각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있다. 이들을 오감이라고 하는데, 각각은 일 정한 한계를 가진다. 특히 시각은 파장이 3백80-7백60nm인 빛만을 볼 수 있고, 초록에 가장 민감하다.


인류는 센서란 말이 생기기도 훨씬 전부터 실제 센서라고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를 사용해 왔다. 예를 들어 나침반으로 방위를 알아냈고, 한란계를 만들어 온도를 측정했다. 현재는 센서라는 수단을 통해 인간이 보고 들을 수 없는 적외선, 자외선, 초음파, X선, 방사능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보면 작아서 그냥 볼 수 없는 것을 1천만배나 확대해서 보는 전자현미경과, 1백억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퀘이사와 같은 천체를 관측하는 전파망원경도 센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동물체의 움직임이나 적전투기의 접근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레이더도 센서기술이 이용된 예다. 앞으로는 센서기술을 활용해 생물학적 신호도 감지해내고, 다가오는 재해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좁은 의미의 센서는 “감지대상의 상태에 대한 측정량을 신호(주로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장치의 최초 요소” 또는 “감각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검출소자”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센서는 원초적 정보를 채취하는 장치 또는 수단인 감지기다. 채취된 신호는 이에 대응하는 유용한 신호(전기신호)로 변환되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장치를 트랜스듀서, 즉 변환기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센서와 트랜스듀서의 기능이 융합된 장치가 흔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센서의 의미도 포괄적으로 원초적 신호를 감지하고 변환하는 장치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로 이해되는 광센서가 좋은 예다.

또한 센서는 기본적으로 감도, 안정성, 복귀성, 선택성이 우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용액 중에서 특정 이온이나 기체 중에서 특정 가스를 검출하고자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함께 포함된 다른 이온이나 가스의 효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측정대상의 이온이나 가스만을 선택, 감지해야 한다. 또 센서가 한번 작동한 후에는 즉시 원상태로 복귀해야 다음번에 작동할 때 좋다. 이런 특성과 아울러 센서는 기능이 좋고 규격화돼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보통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맡고 혀로 맛보며, 또 피부를 통해 무엇이 닿았는지를 느낀다. 이를 오감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의 감각기능을 기계에게 부여하는 장치가 바로 센서다. 나아가 센서는 사람의 감각기능을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즉 사람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다. 사람의 오감은 어떤 한계를 갖고, 센서는 이를 얼마나 능가하고 있을까.

 

1백억광년 떨어진 천체를 본다


먼저 오감 가운데 시각을 보자.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빛의 범위는 파장이 3백80-7백60nm(1nm=${10}^{-9}$m)이다. 때문에 이 파장대역의 빛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빛, 즉 가시광선이라고 부른다. 이를 색상으로 표현하면 보라에서 빨강까지다. 하지만 사람의 눈이 이들 색을 모두 동일한 정도로 감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눈은 초록에 가장 민감하고 보라나 빨강쪽으로 가면 감도가 낮아진다. 자연 속에서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를 보면 편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의 눈에 대응하는 시각센서는 어떨까. 광센서라고 불리는 시각센서는 한마디로 눈의 기능을 능가한다. 광센서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적외선 등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에 능력이 돋보이는 암시카메라는 광센서의 위력을 보여준다. 고감도의 암시카메라일 경우 별빛 정도의 밝기가 있으면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보통 암시카메라는 밤에 천체를 관찰하거나, 어둠 속에서 동식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야간에 침입하는 사람을 감시하는데 쓰인다. 암시카메라에는 이미지 강화장치라는 이미지센서가 들어있다. 이 이미지센서는 미세한 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보통의 경우 빛을 그대로 증폭할 수는 없다. 대신 센서의 광전면에 빛이 들어오면 광전자가 발생하는데 이를 증폭한다. 광전자는 마이크로 채널 플레이트를 통해 6만배 정도 적절히 증배되고 이후 형광면에서 다시 황록색의 빛으로 바뀌어 선명한 상이 얻어진다.

전하결합소자(CCD)라는 이미지센서도 놀라운 능력을 갖는다. CCD는 광자를 전기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빛에 민감한 물질을 실리콘칩 위에 입혀서 사용하는 집적회로의 한종류로, 보통 화소라고 불리는 기본단위의 광센서가 2차원으로 배열된다. 감도가 사진필름이나 사람의 눈에 비해 1백배나 뛰어나다. 또한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이나 적외선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어두운 천체를 관측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우주공간에 위치한 허블우주망원경에도 고성능 CCD(1천6백×1천6백개의 화소)가 장착돼 있는데, 이 CCD로 1백억광년 이상 멀리 떨어진 천체를 촬영하기도 했다.
 

초음파의 대지진 예측 가능성


초음파의 대지진 예측 가능성

청각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주파수가 보통 20Hz-20kHz로 한정된다. 만일 소리의 주파수가 20kHz가 넘어가면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된다. 이런 소리를 초음파라고 한다. 초음파는 박쥐나 돌고래와 같은 동물들 사이에서 소리를 주고받는 수단으로 쓰인다.

청각센서 중에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이용하는 센서가 있다. 초음파는 공기와 같은 기체뿐만 아니라 액체나 고체 속에서도 전파되기 때문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저의 물고기떼의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다. 초음파가 수면 아래로 발사될 때 물고기떼에 부딪혀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포착하면 된다.

초음파는 여러가지 물체가 파괴되기 직전에도 발생한다. 이를 잘 포착하면 건물이나 물체가 파괴되기 전에 각종 보호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초음파를 감지해 대지진에 대비하려는 노력도 있다.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때 대지진의 전조로 초음파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후각센서는 시각센서나 청각센서와 달리 최근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5백만개의 후각세포로 나타나는 사람의 후각기능은 구현하기 쉽지 않다. 사람의 코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를 맡는 능력은 공기분자 1천억개 중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분자가 단 1개만 있어도 알아차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최근 냄새와 관련된 기체분자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여러개 배열해 만든 장치인 이른바 전자코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가지 금속산화물센서가 달린 전자코는 중국인삼과 한국인삼을 향기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수많은 냄새분자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전자코에 들어가는 센서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미각센서도 아직은 개발 초기에 있다. 사람의 미각은 후각과 같은 화학적 감각으로 혀에 돋은 1만여개의 미뢰에 있는 세포가 단맛, 쓴맛, 짠맛, 그리고 신맛을 감지한다. 그런데 식품의 맛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이 수백종류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측정하는 센서를 하나로 집적화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대지진의 전조로 초음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해 초음파를 감지함으로써 대지진에 대비하려는 노력이 있다.


미래에는 지능과 감성 갖춘다

사람의 촉각은 어떨까. 촉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우리 몸 구석구석에 펴져 있는 수많은 신경말단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촉각 신경말단은 제각기 맡은 일이 있어 한종류의 자극에만 반응한다. 즉 따뜻함을 느끼는 온점, 차가움을 느끼는 냉점, 압력을 느끼는 압점, 아픔을 느끼는 통점, 그리고 접촉을 느끼는 촉점이 각각 분포한다.

촉각을 구현하는 촉각센서는 하나가 아니다. 기능에 따라 압력이나 진동을 감지하는 압력센서, 차갑고 뜨거움, 즉 온도를 감지하는 온도센서가 기본이다. 압력센서를 통해 아픔이나 접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의 냉온감각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온도센서는 사람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온도변화에 따라 저항이 변화하는 성질을 이용한 서미스터는 영하 2백-8백℃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물론 압력센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센서가 얼마나 사람의 촉각처럼 조화롭게 구현되느냐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아직까지 로봇의 손이 물체를 잡고 조작하는 일이 사람의 손동작에 비해 부자연스러운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센서의 기술은 인간의 오감을 능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이보다는 현재의 센서와 달리 인간에 가까운 판단능력(지능)이나 감성을 갖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추세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 인텔리전트센서, 또는 스마트센서라고 부르는 센서다.

스마트센서의 개념은 원래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개발과정에서 탄생했다. 우주선에는 비행에 필요한 속도, 가속도, 위치, 자기를 측정하는 센서는 물론 우주비행사가 거주하는 공간의 온도, 기압, 습도, 공기조성 등을 감지하는 다양한 센서가 필요하다. 나아가 과학관측용 센서도 우주선에 장착되기 때문에 우주선은 모든 센서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우주선에서 관측한 여러 종류의 자료가 엄청나게 많다. 이들 처리에는 초대형 컴퓨터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NASA는 다른 방향을 모색했다.

관측 자료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비용을 줄일 수 있기 위해 센서와 컴퓨터를 하나로 만들려고 했다. 다름아닌 스마트센서의 개념을 도입했다. 스마트센서는 대상의 물리량을 측정하고 전기신호로 변환해, 자료를 기억∙축적하고, 또한 해석∙통계 처리해 필요한 자료형태로 정보를 내보내는 것이다. 스마트센서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기능을 갖춘 것이다.미래에는 하나의 반도체 칩 안에 센서기능,전송기능, 기억기능, 논리연산기능 등을 입체적으로 집적한 스마트센서가 등장할 것이다. 사람의 세포가 감각을 느끼고 신경을 통해 뇌와 정보를 교환한 후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미래의 스마트센서는 바로‘인공세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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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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