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별과 은하가 있는 우주에 지구와 같은 행성은 흔할 것 같다.하지만 생명체가 살고 있는 또다른‘지구’를 탐색하는 일은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더욱이 고등 문명을 가진 외계인을 만나는 일은 우리 시대에 힘들지 않을까.
지난 4월 5일 미 CNN, 영 BBC 등의 외신은 미국과 유럽의 천문학자들이 연합해 태양계 밖에서 행성 11개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행성 11개는 질량이 모두 목성급이다. 놀랍게도 이들 중 하나는 태양계와 비교할 때 지구와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생명의 보고 지구에서와 같이 이곳에서도 또다른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질량이 목성의 3.5배 이상인 이 행성은 태양과 비슷한 별인 ‘HD 28185’로부터 1억5천1백만km 떨어진 거리에서 3백85일만에 한번씩 HD 28185 둘레를 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의 온도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이 행성이 거대한 가스행성이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 가스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들이 생명체가 거주하기 좋은 환경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주환경에서 만들어진 ‘원시 세포’
과연 우주공간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우주공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별과 별 사이의 우주공간인 성간에는 약 1백여 종 이상의 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간의 온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대부분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이들은 주로 거대 성간구름에서 발견되는데, 수소분자, 물분자,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포름알데히드, 시안화수소, 알코올, 다중고리구조의 방향성 탄화수소인 PHA, 시아노아세틸렌, 아세트알데히드(초산) 등 탄소화합물과 관련된 유기분자를 상당히 포함한다. 이 중에서 포름알데히드는 생명체 조직을 보존하는데 쓰이고, 시아노아세틸렌과 초산은 흔히 아미노산을 형성하는 시발점이 되는 분자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분자가 발견된다고 해서 우주공간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벽돌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고 해서 이를 ‘벽돌집’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
지난 1월 30일자 미국학술원회보의 우주생물학 특별판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이 차가운 성간의 가혹한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했는데, 이 과정에서 모든 생물이 갖는 막구조를 흉내낸 ‘원시 세포’를 창조해냈다. 과학자들은 차가운 진공상태에서 단순한 얼음 세트에 우주공간에서 흔한 자외선을 쏘았다. 그러자 재미있는 고체물질이 탄생했다. 이 물질을 물에 담그자 저절로 비누거품과 같은 막구조가 생겨났다.
이런 화학물질은 생명의 기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혜성, 운석, 행성간 먼지 등이 성간에서 태어난 이와 유사한 유기화합물을 지구에 실어 날라 생명을 탄생시켰다고 믿는다.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연구는 생명 초기의 화학적 단계가 행성이 형성되기 오래 전에 우주공간에서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화합물이 지구의 적합한 환경을 만났을 때 곧 생명체로 탄생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
생명체 거주가능지역
그렇다면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란 무엇일까. 어떤 조건을 갖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생명의 천국인 우리 지구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생명체에 필수적 요소 중 하나가 액체상태의 물이라고 말한다. 지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물은 생명현상과 직결되는데, 생물체의 성분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체내의 여러 물질을 녹일 수 있으며 외부 온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성에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대기압 하에 표면온도가 0-1백℃ 사이여야 한다. 따라서 별로부터 거리가 제한된 지역에 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지역을 특히 ‘(생명체) 거주가능지역’(Habitable Zone, HZ)이라고 부른다. 물이 있는 곳에 곧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태양계의 경우 ‘거주가능지역’은 태양으로부터 약 1억4천만km-2억9천만km 사이의 공간이다. 이곳은 금성 바로 다음에서 화성 바로 직전까지의 공간이다. 즉 지구만이 생명체 거주가능지역에 위치한 행성인 것이다.
‘거주가능지역’은 별의 밝기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밝기가 밝아지고, 질량이 클수록 밝기가 밝다. 밝은 별의 경우 어두운 별보다 더 바깥쪽에 ‘거주가능지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태양보다 밝은 별에서는 지구 위치가 아니라 화성 위치에 물이 존재할 만하기 때문에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그림1).
화성의 경우를 보면 행성 자체의 질량도 ‘거주가능지역’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화성은 질량이 작기 때문에 물을 대기에 잡아둘 만큼 중력이 크지 못하다. 또한 화성은 지각에서 판구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탄생 초기 화산활동은 곧 잦아들었다. 행성과학자들에 따르면, 만일 화산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면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풍부해져 표면온도가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에 거주가능지역 밖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물이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화성표면에는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지만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화성과 달리 질량이 지구보다 10-15배인 행성의 경우는 어떨까. 이렇게 무거운 행성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수소나 헬륨 등과 같은 성간가스를 붙잡아둘 수 있다. 따라서 목성과 같이 대기압이 큰 가스행성이 된다. 보통 이런 행성에는 액체상태의 물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가스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만일 태양계 탐사미션 중 목성 위성인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여기서 논의된 ‘거주가능지역’에 대해 다시 연구해야 할 것이다. 목성은 태양계의 ‘거주가능지역’ 바깥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2010년 또다른 지구를 만난다
태양계 밖에서 어떻게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태양계 내는 지금의 기술로도 직접 탐사할 수 있지만 태양계 밖까지는 앞으로 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직접 탐사하는 일은 요원할 전망이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우주의 제한속도인 광속으로도 4.3년이 걸리고, 현재의 탐사선으로는 8만년이 넘게 걸리니 말이다. 할 수 없이 멀리서나마 바라보며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수밖에 없다.
1995년 미셜 마이어와 디디어 켈로즈가 페가수스자리 51번 별에서 최초의 행성을 발견한 이래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태양계 밖에서 총 63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더구나 이들 행성을 직접 관측한 것이 아니라 별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한 수준이다. 이들은 방법이나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거리가 대부분 별과 가깝고 질량이 모두 목성보다 크거나 조금 작은 정도다. 이들 중에는 태양을 3개나 가진 행성도 발견됐다.
생명체의 지문을 찾기 위해서는 목성급 행성보다 작은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는데 도전해야 한다. 지구형 행성을 탐색하는 미래의 관측은 주로 지구 근처의 우주공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지구 둘레를 돌며 맹활약중인 허블우주망원경에 조만간 새로운 장비가 장착되면 외계행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1년에는 세계최대 항공기망원경 소피아(SOFIA)를 띄워 적외선으로 원시행성계 원반, 유기원소의 기원지, 행성의 대기 등을 관측하고, 적외선우주망원경기지(SIRTF)가 원시행성계 원반을 포착한다.
한편 다수의 ‘(생명체) 거주가능’(habitable) 행성을 탐색하는 케플러 계획이 2004년 출범한다. 이 계획에 사용되는 망원경의 성능은 목성보다 3백배나 가벼운 지구형 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 계획대로 되면 수백개의 지구형 행성을 발견해 이들 중 거주가능 행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004년에는 우주간섭계 미션(SIM)도 계획중이다. 광학망원경을 여러대 지구 궤도에 띄워 성능을 높인 후(이런 망원경을 간섭계라 한다) 역시 다른 태양계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2007년에는 허블우주망원경의 대를 잇는 차세대우주망원경(NGST)이 등장한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이 망원경을 통해 인류는 외계행성계의 좀더 흥미진진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2010년에는 드디어 지구형 행성 탐색경(TPF) 계획이 선보인다. 적외선 간섭계인 이 망원경 시스템은 태양계로부터 42광년 내에 위치한 밝은 별을 1천여개 관측해서 행성계를 탐색하고, 발견된 행성들 중 밝은 것 50-1백개의 대기성분을 알아낸다(그림2). 이때가 되면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신비한 베일을 벗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외계인의 그림자가 드러나지 않을까.
당신의 화면보호기에 외계인의 신호가
ET, 스타트렉, 스타워스 등의 SF영화를 보면 고등문명을 가진 다양한 외계인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영화에서처럼 쉽게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까. 앞으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외계행성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광속 정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개발되지 않은 이상 그들에게 직접 찾아갈 수는 없다. 대신 광속으로 움직이는 전파로 간단한 얘기를 나누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발견된 외계생명체가 고등문명을 가졌을 경우에만 이런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한 지구인이 ‘여기는 지구…’라는 말을 남기고 그 사람의 손자가(또는 수많은 세대가 흐른 후) ‘여기는 외계…’라는 말을 듣는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될 것이다.
전파를 이용해 고등 외계생명체를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1959년 8월에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처음 등장했다. 1960년 4월 미국의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는 이를 실행에 옮기는 역사적인 ‘오즈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주에서 오는 외계인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 근처에 지름 25m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것. 외계지적생명체 탐사(SETI)계획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1961년 드레이크 박사는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외계문명체의 개수를 판단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시했다. 이 식은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별의 생성비율, 행성을 가진 별의 비율, 생명체가 거주가능한 행성의 수, 실제로 생명체가 탄생한 비율, 생명체의 지능이 발전한 행성의 비율, 통신기술을 지닌 생명체의 비율, 통신기술을 지닌 생명체의 존속기간을 곱한 것이다. 물론 현재도 이 식의 답은 알 수 없지만 드레이크 방정식은 전파를 통해 외계문명체를 찾으려는 노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1974년에는 지구문명의 신호를 외계로 송출하기도 했다. 드레이크 박사가 푸에리토리코에 있는 구경 3백5m짜리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헤르쿨레스자리 구상성단 M13을 향해 함축된 메시지를 1백69초 동안 보냈다. 1천6백79개로 구성된 이 메시지에는 지구에 있는 화학원소, DNA, 인간, 태양과 태양계, 전파망원경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구상성단 M13까지의 거리는 2만4천광년. 이 신호를 받은 외계인이 있고 이 외계인이 바로 답장을 한다 해도 지구에 도달하기까지는 무려 4만8천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약간은 무모해 보이지만 우주를 향해 지구에 고등문명이 존재함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오즈마 프로젝트 이후에 많은 SETI 계획이 줄을 이었고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현재 수행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는 SETI 연구소의 피닉스 프로젝트,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세렌딥(SERENDIP), 하버드대의 베타 등이 있다. 특히 세렌딥 프로젝트는 전파망원경에서 관측한 엄청난 자료를 일반인 컴퓨터의 화면보호 상태에서 분석하는 세티앳홈(SETI@home)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4월 17일 현재 3백만여명의 일반인이 참여하는 최대 과학프로젝트다. 누구나 인터넷(setiathome.ssl.berkeley.edu)을 통해 세티앳홈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외계 신호를 자동 분석하는데 참여할 수 있다. 언젠가 자신의 컴퓨터에서 외계인의 메시지가 흐를지도 모른다.
2005년이면 지름 4m짜리 접시형 안테나가 5백-1천개가 동시에 작동하는 SETI 연구소의 앨런망원경이 SETI 계획에 동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설치되는 이 망원경은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4백60km 지점에 있는 라센산에 설치된다.
영국의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타임머신이 불가능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미래에 타임머신을 만들었다면 현재에도 미래에서 온 사람이나 징후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타임머신은 불가능하다고. 우리와 교신을 나눌 만큼 문명이 발달한 지적 생명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보다 더 발달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있다면 벌써 만났을텐데…. 인류는 이 어려운 세번째 미션을 과연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