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에 가장 가까운 조상으로 알려진 직립인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일명 ‘루시’)보다 현대인과 더 비슷한 직립인간의 화석이 발굴돼, 전세계 인류·고고학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케냐 국립박물관 관장인 미브 리키와 탐사팀은 3월 22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케냐 북부 로메크위 강 인근의 3백20만-3백50만년 전 지층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는 두개골 화석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케니안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그리스어로 ‘평평한 얼굴의 케냐 인간’)라고 명명된 이 화석은 1974년 에디오피아에서 발굴된 루시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루시와 비슷한 계통으로 보기에는 다른 특징들이 있다는 것.
우선 이 화석은 턱뼈를 비롯한 입 부위가 루시보다 돌출되지 않았고, 광대뼈는 더 강조돼 현대인의 얼굴모양에 더 가깝다고 리키 관장은 말했다. 또한 루시가 가지고 있는 큰 치아보다 훨씬 작은 치아를 가지고 있어, 루시와는 상당히 다른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그들이 거의 동시대를 살면서도 서로 다른 신체적 특징을 보이는 이유는 식량문제 등으로 인한 생존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생활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화석이 지금까지 나타난 어떤 화석보다도 현대인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루시보다 현생인류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성급하다고 많은 인류∙고고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의 진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