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0년 후 세상 주도할 첨단기술 10

농담 주고받는 컴퓨터에서 광속의 정보처리까지

10년 후의 미래는 어떨까. 신체특징이 출입증으로 사용되고 인터넷 콘텐츠 복제를 방지하는 것은 기본. 로봇이 만들고 광속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와 농담을 나누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로봇을 만드는 로봇

사람처럼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영특한 로봇을 만드는 일은 로봇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몇몇 연구자들은 이런 어려운 과제를 아예 컴퓨터에게 맡겨 버리기로 했다. 로봇이 로봇을 만들게 한 것이다.

미국 브랜다이스대 요르단 폴랙 교수팀은 생물의 진화과정을 모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로봇 설계에 이용했다. 연구자들은 플라스틱 막대, 조인트(이음매), 소형 모터 등 간단한 부품을 주고 컴퓨터가 움직이는 로봇을 설계하도록 명령했다.

컴퓨터는 주어진 부품을 이리저리 껴맞추며 여러가지 모양의 로봇을 설계한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중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모델을 고른다. 컴퓨터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또다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으로 가장 뛰어난 로봇을 선별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자 연구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구조의 로봇이 얻어졌다. 이 디자인대로 조립된 로봇은 실제 훌륭히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런 접근방법으로 초보적이고 단순한 로봇을 만드는 정도다. 그러나 인간도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생물에서 진화했듯이 로봇도 진화를 통해 미래에는 고등로봇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믿고 있다.


현재 컴퓨터가 만들 수 있는 로봇은 단순하지만 미래에는 고등로봇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꽃의 이미지파일로 신상명세 파악

매일매일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데이터의 홍수. 이 속에서 뭔가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그런데 튀니지 태생의 컴퓨터 과학자 우사마 페이야드가 1991년 고안해낸 패턴인식 알고리듬이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페이야드는 이 알고리듬을 기초로 해 만든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천문학 연구에 적용, 20억개의 천체 중에서 별과 은하를 자동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컴퓨터는 사전에 입력된 별과 은하의 이미지 패턴과 천체의 모양을 비교해 해당 천체의 실체를 파악했다.

최근 연구자들은 ‘문서 마이닝(mining)’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검색 단어나 문장을 집어넣으면 컴퓨터가 산더미 같은 문서파일을 뒤져 본문을 읽고 내용을 분석한 후 요약 정보와 함께 관련 결과를 내놓는다. 예를 들어 유전학자가 새로 찾은 유전자의 정보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DB의 방대한 생의학 문헌을 공부해,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을 추측해서 관련 결과를 출력한다.

이밖에 음성과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비디오 마이닝’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뒷산에 핀 이름모를 야생화의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이미지파일로 입력하면 컴퓨터가 DB를 뒤져 꽃의 신상명세서를 알려준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데이터 마이닝 소프트웨어를 통해 문서, 음성, 영상 등의 각종 DB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날이 멀지 않다고 믿고 있다.

자유자재로 변형가능한 트렌지스터

디지털 정보가 십분 활용되려면 컴퓨터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에도 전자회로가 장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싸고 모양에 구애받지 않는 집적회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곡면인 냉장고 손잡이 위에 이와 같은 집적회로를 붙여 음식물 저장기간이나 적정온도 등의 정보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실리콘 대신 탄소를 쓰는 고분자 반도체.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전도성 고분자의 응용분야다. 지난해 가을 네덜란드의 필립스에서는 처음으로 유기고분자 반도체로 작동하는 초보적인 디스플레이의 원형을 선보였다. 하지만 유기소자는 전자의 흐름이 실리콘보다 훨씬 느려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을 드러냈다.

그런데 마침내 IBM의 재료과학자 체리 카간이 유기와 무기의 혼합재료를 이용해 ‘플렉서블(flexible) 트랜지스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이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정보처리 속도를 가지면서도 유기 트랜지스터처럼 만들기 쉽고 모양에 제한이 없다. 이 트랜지스터는 혼합원료를 녹여 회로가 새겨진 주형에 부어 굳혀 만든다. 또한 이것은 얇은 고무처럼 생겼기 때문에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다.

이런 트랜지스터를 여럿 모아 만든 전자회로는 출입증이나 카드뿐 아니라, 시간당 정보처리능력이 크기 때문에 선명한 화질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널리 쓰일 전망이다. 연구자들은 5년 안에 거실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기존의 제품보다 더 싸고 얇으며 모양이 다양한 장점을 가질 것이다.

사투리 알아듣는 컴퓨터

미국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놀라울 정도로 오늘날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러나 몇가지는 전혀 맞지 않았는데 능숙하게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 컴퓨터 ‘할 9000’도 그 중 하나다. 아직까지 이런 컴퓨터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쯤 컴퓨터와 즐겁게 담소를 나눌 수 있을까.

사실 이미 간단한 문장을 듣고 답을 주는 프로그램은 나와 있다. 그러나 진짜 대화가 가능하려면 여전히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다양한 억양의 음성을 인식하고 문장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화의 문맥을 이해해서 적절한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농담조차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문서작성 소프트웨어인 워드 97의 문법검사 부분을 만든 ‘자연어 처리 그룹’은 현재 문장의 구조와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 ‘저녁상 차려 놓았습니다’와 ‘밥 먹어라’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영어와 각종 외국어를 매끄럽게 상호 번역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나 로봇과 대화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농담을 나눌 정도가 될 것이다.


콘텐츠 복제 방지용 다중열쇠

인터넷에서는 지적 소유권자와 다수의 사용자 사이의 불화가 흔하게 일어난다. 몇번의 클릭으로 공들여 만든 작업이 한푼의 보상도 없이 수백만의 사용자에게 넘어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콘텐츠 소유자가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콘텐츠를 보호하는 ‘다중 열쇠’인 디지털 권리 관리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보호의 핵심은 콘텐츠가 복제돼 유포되는 일을 막는 것.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유료로 다운받은 문서, 그림, 또는 음성 파일은 복사가 불가능하다. 설령 해커가 침입해 콘텐츠의 일부를 빼내더라도 유포시킬 수는 없게 만들어져 있다.

아직까지는 콘텐츠 소유자의 반응이 미미하지만 조만간 디지털 권리 관리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널리 쓰일 전망이다. 이처럼 콘텐츠 보호는 확실히 하면서 동시에 유료 이용자가 콘텐츠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호 프로그램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뇌파로 글씨를 쓰는 모습. 앞으로는 뇌파를 이용한 인터페이스 장치를 통해 사지 마비환자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사지 마비환자도 움직인다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생각을 할 때 일어나는 뇌신경의 변화를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뇌가 컴퓨터나 기계를 제어하는 인터페이스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 신경생물학자 미구엘 니콜렐리스 교수팀는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이런 일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원숭이의 팔동작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뇌신경에 전극을 심어 로봇팔의 회로와 연결시켰다. 그러자 원숭이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로봇팔도 같이 움직였다. 팔동작을 일으키는 뇌신경의 신호가 전극을 통해 로봇에게도 전달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 에모리대 신경학자 필립 케네디 교수팀은 컴퓨터를 통해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팔을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환자가 생각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의 패턴을 컴퓨터로 읽어냈다. 한편 환자의 팔근육신경에는 컴퓨터의 신호를 받아 전기자극을 주는 전극이 꽂혀 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를 통해 환자가 팔을 들려는 생각을 할 때 일어나는 뇌파의 움직임을 분석한 후 이에 해당하는 신호를 팔근육에 전해 특정 근육을 수축시켜 환자의 팔을 움직이게 했다.

머지않아 사람의 뇌가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장치를 통해 잃어버린 감각과 운동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장치를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서울대 초미세생체전자시스템 연구센터가 설립돼 신경칩을 이용한 인공시각장치와 같은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를 시작했다.

신체적 특징이 출입증

새로운 사이트의 회원이 되거나 전자상거래를 할 때마다 암호를 정하는 일은 큰 고역이다. 암호를 하나로 통일하자니 왠지 불안하고 여러 가지를 쓰면 본인도 헷갈리거나 까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걱정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개인의 신체적 특징이 출입증이 되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지문, 홍채, 얼굴 등 각 개인의 고유한 특징을 측정해 지표로 인식하는 ‘생체측정학’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들어 관련 제품들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물건을 살 때 본인의 아이디를 넣고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간단한 확인절차를 거쳐 카드결제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훨씬 안심하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홍채 인식기술의 개발에 관심이 높다. 손상되기 쉬운 지문에 비해 정보가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PDA(개인휴대단말기), 휴대폰 등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기기가 생활에 파고들면서 개인 정보의 유출이 우려돼 보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런 제품들에도 생체인식시스템이 도입될 전망이다.

엉키지 않는 프로그램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가 방대해지고 프로그램이 복잡해짐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프로그램을 고치거나 버전을 높이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진 것이다.

미국 제록스사 팔로알토연구센터의 그레고르 킥잘레스 박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다. 즉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분들이 함께 변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한줄의 내용을 바꾸면 관련된 1백곳의 내용도 한꺼번에 바뀌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작업을 따로따로 해주었기 때문에 한두군데만 빠뜨려도 프로그램이 엉키곤 했다.

연구자들은 현재 프로그래밍 언어로 널리 쓰이고 있는 자바 언어에 이런 개념을 도입한 애스펙트J(AspectJ)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새롭게 개발해 베타버전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www.aspectj.org).

정식 버전은 6월에 나올 예정이다. 애스펙트J 베타버전은 아직 불완전하지만 이미 5백여명의 프로그래머가 이 언어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언어를 사용한 한 프로그래머는 평소에 2주 걸릴 작업을 단 4일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킥잘레스 박사는 새로운 개념의 언어가 15-20년 뒤에는 프로그래밍 방법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차세대 정보전달 수단 빛

빛, 즉 광자가 전자를 대신할 차세대 정보전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속도가 초당 30만㎞로 수천㎞에 불과(?)한 전자에 비해 훨씬 빠르고 데이터 손실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미경 수준에서 빛을 주무르는 기술인 ‘마이크로포토닉스’(microphotonics)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아직까지 광통신은 정보를 광신호로 변환시켜 광섬유를 통해 단순히 이동시키는 범위에 한정돼 있다. 광신호의 방향을 바꾸거나 광신호를 나누고 합치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신소재의 등장과 나노 단위의 기술 개발로 광신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핵심부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한 속이 빈 섬유에 미세한 거울을 달아 광신호를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서 현재의 광섬유보다 데이터 전송량을 1천배 높인 ‘완벽한 거울’로 불리는 케이블도 개발됐다.

한편 광통신기술에서 더 나아가 미국 MIT 물리학과의 존 조안노폴로스 교수팀은 현재의 집적회로를 대신할 광학회로를 연구하고 있다. 빛의 정보처리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파장의 빛만을 투과하거나 반사하는 광학 스위치 역할을 하는 광자 크리스탈을 개발하고 있다. 광자 크리스탈은 광학회로에 필수적인 초미니 레이저의 핵심부품이다.

미래에는 빛으로 모든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광학 컴퓨터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의 정보처리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마이크로 거울을 바늘귀와 비교한 모습.


현미경 수준에서 유체흐름 조절

이슬방울보다 수천배나 부피가 작은 액체를 다루는 분야인 ‘마이크로유체공학’이 생명공학의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자동화된 실험기기나 진단키트 등을 소형으로 만들려면 현미경 수준에서 유체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칩 위에 μg(1μg=${10}^{-6}$g) 단위의 시료를 넣어주면 DNA의 정보를 알려주는 마이크로 DNA 염기서열분석기를 보자. 10여년 전부터 많은 연구자들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DNA를 추출하고 반응시약을 넣고 DNA를 크기에 따라 분리하는 작업을 하려면 현미경 수준에서 액체를 운반하고 섞어주고 나눠주는 장치가 먼저 개발돼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스테펜 퀘이크 교수팀은 이런 작업을 하는 기본소자인 마이크로 밸브와 펌프를 개발했다. 밸브와 펌프는 칩 안에서 액체를 이동시키고 섞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은 이전에도 DNA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T자형 마이크로 튜브와, 세포를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미니 세포분류기 등을 개발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머지않아 칩 위에서 마이크로 유체를 능숙히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에는 피 한방울로 각종 질병을 진단해내는 것은 물론, 시약 몇통으로 수만개의 화학물질을 만들고 각각의 약효를 검사해 신약을 발굴해내는 일도 가능할 전망이다.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