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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쓰레기로 몸살 앓는 우주공간

낮은 궤도의 헤비급 위성 추락가능성 크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가 태평양에 수장된다. 이것은 헤비급 인공위성이 맞이하는 최후의 모습이다. 인공위성이 겪는 또다른 최후는‘우주쓰레기장’에버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위성이 늘어날수록 우주쓰레기는 넘쳐날 전망이다.

지난 1986년 발사해 15년째 지구를 돌고 있는 무게 1백40t의 우주정거장 미르가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 지금은 하루에 약 5백m씩 낙하하고 있다. 1월 6일 아침 10시경 미르 우주정거장의 최저고도가 2백95.8km였다. 원래의 정상궤도가 3백80km에서 4백10km 사이였으므로 비행궤도가 정상보다 85km 정도나 낮아진 셈이다. 미르가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공기와의 마찰이 커지기 때문에 점차 고도가 낮아질 전망이다.

러시아 총리는 1월 5일 우주정거장 미르의 활동을 중단하는 정부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당국과 관련업체들은 미르의 안전한 궤도 수정과 태평양상의 폐기를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며 이를 위해 정부부처간 위원회가 구성됐다. 이어 1월 12일 러시아 항공우주국에서는 미르를 태평양에 수장시킬 공식적인 날짜를 3월 6일로 결정했다. 당초 미르 수장일자는 2월 27일이나 28일로 알려졌다. 이제 우주정거장 미르는 정해진 최후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단명한 각국 첫위성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비롯해 각국의 첫위성들은 수명이 짧았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10월 4일 발사됐다. 발사 후 3백초만에 근지점 2백28km, 원지점 9백47km의 타원궤도에 진입해서 96분 17초에 지구를 한번씩 21일 동안 돌다가 통신은 두절됐고 발사한지 92일만에 지구 대기권에 들어와 불타버렸다. 스푸트니크 1호는 지름 58cm짜리 구형에 무게는 83.6kg였다.

1958년 1월 31일 발사된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는 근지점 3백79km, 원지점 2천5백80km의 타원궤도를 1백14분마다 한번씩 돌았다. 위성이 도는 궤도가 컸던 첫번째 미국위성은 10년 넘게 지구를 돌다가 대기권에 들어와 소멸했다. 그리고 1959년 8월13일 발사된 미국의 디스커버리 5호는 근지점 1백43km, 원지점 2백80km의 저궤도에 진입해 1961년 2월 11일까지 7개월을 비행했다.

북한에서 1998년 8월 31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광명성 1호는 궤도가 근지점 2백18km, 원지점 6천9백78km인 것으로 발표됐다(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인공위성의 발사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궤도인 경우 근지점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1호와 비슷해 인공위성이 지구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해도 광명성 1호의 수명은 몇달 정도였을 것이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되 는 소유즈 로켓의 모습. 인공위성 은 발사체인 로켓에 실려 우주공 간에 띄워진다.


호주에 떨어진 스카이랩 잔해

미르 우주정거장처럼 궤도가 낮고 무게가 큰 인공위성들이 대개 수명이 짧고 지구에 추락해 최후를 맞이한다. 헤비급 위성들의 지구 추락은 1973년 5월 11일 러시아에서 발사했던 코스모스로부터 시작됐다. 무게 19.4t인 코스모스는 2백14-2백43km의 낮은 궤도를 11일 동안 돌다가 지구로 낙하했다. 이런 대형위성들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 다 타버리지 않고 위성의 잔해들이 지표면까지 도달한다. 그래서 이들은 넓은 바다나 사막에 떨어지도록 유도된다.

그러나 대기권에 돌입한 후에는 조절이 안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만일 계획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와 같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추락한다면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위성이 지구에 추락하는 과정에서 큰 사고는 없었다.

1973년 5월 14일 발사된, 무게 75t의 초보적인 우주정거장인 미국의 스카이랩은 3년 2개월 동안 4백20km의 우주에 떠있다가 1979년 7월 11일 지구로 떨어졌다. 물론 안전한 인도양에 추락시키려고 했지만, 대기권에서 타고남은 잔해 일부가 호주대륙에 떨어져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다행히 인적이 드문 사막에 추락해 큰 피해는 없었다.

이때 호주에 떨어진 스카이랩 일부는 미국 앨러버마주 헌츠빌에 있는 우주센터에서 지금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대형 우주구조물 중 복합재료로 만든 부분들은 지구로 낙하도중 대기권에서 다 타지 않고 지상까지 낙하한다. 위성이 지구를 돌다가 궤도가 2백km 이하가 되면 지구로 급속히 떨어져 타버리며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어

최근 중국은 유인우주선을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에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우주선을 발사해 지구로 되돌아오는 시험을 하는데, 1999년에 중국은 이 시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몇년 전에는 발사한 재귀환용 무인우주선에 고장이 나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지구로 추락했다. 이때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에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비상상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발사하는 유인우주선이나 지구귀환용 무인우주선에 대해서 우리도 그 비행궤도를 추적해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사실 러시아가 예정하고 있는 미르의 추락궤도상에는 서아프리카, 흑해, 유라시아대륙, 한반도 주변, 일본 혼슈가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가 완전히 안전한 지역은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미르 우주정거장에 비상사태가 발생, 조종불능상태가 될 것에 대비해 대책반을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자세제어장치가 고장나도 사망 선고

인공위성은 지구에 추락해 수명을 다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즉 인공위성의 전력공급장치나 자세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돼 지구는 돌고 있지만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다.

우주를 비행하는 인공위성의 경우 꼭 필요한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전력이고 또다른 하나는 자세제어다. 전력은 위성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기적인 힘으로 위성이 지구와 통신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위성이 활동하는데 꼭 필요하다. 위성을 사람에 비한다면 위성의 전력은 심장과 같은 것으로 위성에 실려있는 대형건전지와 태양전지판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자세제어는 위성의 자세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소형로켓(추력기) 여러개를 이용한다. 이런 소형로켓에 사용하는 연료도 위성을 발사할 때 함께 싣고 간다. 통신위성의 경우 지구와 통신할 때 사용하는 안테나의 방향을 지구쪽으로 맞추는 일이 중요하고, 사진을 찍는 위성의 경우에도 찍어야할 장소로 위성의 카메라 방향을 돌려주어야 하므로 자세를 조정하는 일도 위성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위성의 임무에 따라서는 자세제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가격이 비싼 통신방송위성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즉 다른 부분의 성능은 좋은데 연료가 떨어져서 수명을 다하게 된 위성의 경우 연료와 자세조정장치만 붙은 소형위성을 발사해 두 위성을 고정하면, 수명이 다된 위성을 재활용할 수 있다.

무궁화 1호의 수명이 짧았던 이유

지난해 초에 수명을 다한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 1호는 1995년 여름 발사됐다. 설계 때의 수명은 10년이었으나 발사할 때 로켓에 문제가 발생해 위성의 수명이 줄었다. 다시 말해 발사시 위성이 정상적으로 궤도에 진입을 하지 못해서 할 수 없이 비상수단으로 위성의 자세제어에 사용할 추력기용 연료의 반을 이용해 정상궤도에 올려놓게 됐다. 그리고 대신 위성의 수명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무궁화 1호의 경우 아직 전력 발생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자세를 조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위성의 수명이 다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성이 자세제어를 하지 못한다면 지상국과 통신이 불가능하므로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무궁화 1호가 수명을 다하면서 무궁화 3호가 발사돼 바로 그 자리로 들어가게 됐다.

지난해 6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자세제어장치가 고장난 15.6t짜리대형위성을 태평양에 수장시키기도 했다. 주인공은 콤프턴 감마선 천문위성. 이 위성의 경우 3개의 자세제어장치 중 하나가 고장을 일으켜 거대위성의 자세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위성이 수명이 다한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NASA는 위성을 하와이 남동쪽 4천km 지점으로 안전하게 유도해 추락시켰다.

정지궤도에서 벌어지는 ‘고려장’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위성은 수명이 다한 것으로 판명받는다. 낮은 궤도에서 활동하다 죽은 대형위성은 연료가 다하면 어차피 지구로 떨어지기 때문에 지구상의 안전한 지점으로 유도해 추락시킨다. 하지만 정지궤도라 불리는 특정궤도에서 수명이 다한 위성은 그럴 필요가 없이 정지궤도상의 일정지점에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정지궤도는 지상으로부터 3만6천km 떨어진, 적도 상공에만 존재하는 원궤도다. 이 궤도에 있는 위성들은 지구의 자전에 맞춰 24시간에 한번씩 지구 둘레를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 한곳에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정지궤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지궤도에서 수명이 다한 위성은 이곳이 거의 진공인 탓에 연료없이도 관성으로 일정한 속도로 영원히 이 궤도에 머물 수 있다. 물론 외부로부터 다른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지구로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 정지궤도의 일정장소를 ‘우주쓰레기장’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 궤도는 자리가 상당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자리를 제한적으로 분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3곳 정도만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지궤도로 새로 발사되는 방송통신위성들은 옛위성을 멀리 치워버리고 그 자리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위치는 지상에 국가가 없어 다른 나라에서 위성을 발사하지 않는 곳을 선택한다. 보통 수명이 다한 위성을 태평양 위 일정한 상공에 버린다. 마치 늙은 위성들에 대해 ‘고려장’을 지낸다고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다 수명이 다한 위성들이 버려져 있다.

정지궤도에 있는 방송통신위성들은 마지막에 우주쓰레기장인 ‘고려장지’까지 이동할 추진제를 꼭 남겨두었다가 이곳까지 이동한 후 일생을 깨끗하게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죽은 위성들은 고철이 됐지만 3만6천km 상공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영원히(?) 지구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


우주공간을 떠도는 인공물체들의 분포


우주환경분담금

지구 주변의 우주공간에는 수천개의 인공위성과 수백만개의 우주쓰레기들이 맹렬한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미국 전문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지구 주위에는 지름 10cm 이상인 우주쓰레기가 7천개, 1-10cm의 우주쓰레기가 1만7천5백개, 0.1-1cm의 우주쓰레기가 3백50만개 이상 지구를 떠돌고 있다고 한다. 죽은 인공위성이든, 살아있는 인공위성이든, 아니면 인공위성을 우주에 발사하면서 발생한 쓰레기든 모두 최소한 초속 7.9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다.

앞으로 이런 우주쓰레기들은 우주여행을 하는데도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중 하나는 실제로 우주비행 중 아주 작은 우주쓰레기가 앞창문에 충돌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작은 우주쓰레기들은 불규칙하게 날아다니므로 비행방향을 미리 알 수도 없어 마땅히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청소할 방법도 아직은 없는 형편이다.

21세기에는 우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일도 국가 간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인공위성을 많이 발사할수록 우주공간에는 우주쓰레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회사가 생기고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지상의 오염물질방출업체에 환경 분담금을 징수하듯 우주환경분담금을 걷어갈 날도 올 것 같다.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채연석 선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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