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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는 인간의 머리 속에 깊게 각인돼 전설로 지속되고 있다.특히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엄청나게 과장되거나 그럴듯하게 포장됐다.이러한 과장과 환상의 이면에는 어떤 과학적 논거가 자리잡고 있을까.


역사의 아버지라 불린 그리스의 헤로도투스.가장 오래된 세계 불가사의의 저자이며,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바빌론의 공중정원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기술했다.


1633년 루이 13세가 임명한 뵈시우스 대사가 교황 우르반 8세의 허락하에 교황청에 있는 도서관의 책을 열람하고 있었다. 뵈시우스는 3백20장이나 되는 지리에 관한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눈이 얼어붙었다. 비잔틴의 필론이라는 저자가 쓴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는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고는 겨우 여섯장에 지나지 않는 짧은 글인데다 마지막 부분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까지 세계의 불가사의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단편적으로는 거론했지만 필론의 세계 7대 불가사의처럼 종합적으로 설명한 것은 없었다. 필론은 많은 책을 저술한 작가로서 언어학의 대가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기계기술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작자에 따라 목록 제각각

사실 고대로부터 세계 7대 불가사의가 확정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원전 2세기와 14세기까지 적어도 불가사의로 불리던 기념물은 수없이 많았다. 독일의 학자인 쇼트가 1891년 이 문제에 도전했는데, 그는 불가사의의 목록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번째는 필론이 정의한 것과 동일하며, 두번째는 거대한 기념물뿐만 아니라 도시나 특정 조각품도 포함된다. 이집트의 테베시나 델로스의 제단이 그 예다. 세번째는 그리스와 동방의 거대한 기념물과 비교적 후대에 건설된 로마시대의 기념물도 포함되는데 그 숫자는 무려 30개나 된다. 작자의 취향에 따라 세계 불가사의의 목록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오래된 세계의 불가사의에 대한 저자로는 ‘역사의 아버지’라 불린 그리스의 헤로도투스다. 그는 기원전 5세기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바빌론의 공중정원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기술했다. 시인으로 유명한 칼리마크도 불가사의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불가사의에 포함되려면 기념물이 아름답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기념물이 위치한 주변, 즉 자연과 환경과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그리스의 역사학자인 시실리의 디오도르, 로마의 건축가 비트뤼브, 그리스의 여행가 포사니아스 등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대해 기술했다.

’7’은 완벽함과 신성함을 의미

불가사의의 목록은 저자들의 개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종적으로 꼽힌 세계 7대 불가사의의 목록은 르네상스 시대에 확정됐다. 이 목록에는 바빌론의 성벽 대신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가 들어간다. 파로스 등대는 가장 나중에 삽입됐지만 1백m로 추정되는 거대건물의 건축기술에 대한 경이로움 때문에 7대 불가사의 중 가장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됐다.

불가사의에 포함될 수 있는 기념물은 수없이 많은데 왜 굳이 7개로 한정했을까. 그것은 7이라는 숫자가 피타고라스가 거론한 완벽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원전 6세기에 7은 신성한 숫자로 여겨졌다. 1개의 항성(태양)과 6개의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을 합한 숫자와도 같으므로 7은 당시의 우주를 표현하는 숫자이기도 했다. 특히 달은 바빌론에서 가장 중요시하던 숫자였는데 이유는 달이 7일의 4배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알렉산더 대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알렉산더 이전에 건설된 것이지만 그가 점령한 지역이며, 바빌론의 공중정원도 그가 정복한 지역이다. 나머지 5개는 그가 태어난 그리스(마케도니아 포함)와 관련된다.

그가 사망한 후인 기원전 2백90년에 건설된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로도스의 거상이 불가사의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알렉산더 대왕을 기리기 위해 불가사의 목록이 조정됐다는 일부 속설도 그럴 듯하다.

필론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7대 불가사의의 정확한 목록을 나열하지 않았으므로 필론이 직접 7대 불가사의의 목록을 정리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물론 기원전 2세기에는 이미 많은 불가사의가 파괴됐기 때문에 당시 전해 내려오던 불가사의의 목록을 인용 또는 참고했다는 것이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필론이 불가사의에 대해 기록한 이유는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교육적인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는 뜻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진정한 의미는 시대를 초월해 실물을 직접 본 사람들은 물론 상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가사의를 만든 주인공들에 대한 존경심과 외경심을 저절로 자아내게 했다는 것이다.그러므로 불가사의로 선정된 기념물 하나 하나가 인간이 만든 어떤 기념물보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됐다는 점도 중요하다.현재 많은 사람들이 후손들로부터 불후의 명성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200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호
  • 진행

    장미경 기자
  • 진행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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