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물위에 예술이 흐른다

국제 환경 미술전 '플루이드 아트카날 2006'

청명한 하늘이 유난히 돋보이는 가을, 대전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갑천 물위에는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품이 떠 있다. 스위스와 독일, 한국의 작가 45명이 ‘플루이드 아트카날 2006’(Fluid ArtCanal 2006)의 일환으로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인 것.

아트카날은 수면 위에 좌대를 띄우고 그 위에 작품을 배치하는 환경 미술전이다. ‘카날’(canal)은 운하와 수로라는 뜻으로 스위스 등의 유럽 국가에서는 물 위에 작품을 전시하는 ‘아트카날’(ArtCanal)을 오랫동안 개최해왔다.

2002년 봄 스위스 아트카날 조직위원회와 스위스박람회는 공동으로 ‘제 1회 아트카날’을 개최했다. 이는 유럽일대에서 대대적인 호응을 얻으며 환경 설치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호응을 바탕으로 올해 전시를 국제전으로 규모를 키웠다. ‘아트카날 2006’은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물’(水)이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화합한 분자로 H2O로 표현한다. 인체에서는 물질을 용해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대사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곧 물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강을 끼고 형성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아트카날 2006’에서는 물의 ‘흐름’(fluid)에 주목했다. 물은 흘러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고 다시 나라와 나라를 연결하며 결국에는 지구 전체를 순환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들이 교류하고 융합한다. 물은 대륙과 문화를 분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륙을 연결하고 문화 교류의 길을 트는 역할도 한다.

물의 이런 성질은 환경 문제와도 관련된다. 예를 들어 어느 한 곳의 물 오염은 세계적인 물 오염의 문제로 커질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물이 부족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물이 남아도는 물 분배의 불균형 문제도 있다. 물의 순환고리를 유지시키는 숲과 습지가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운반 처리-크리스토프 푀겔러^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이 서류가방을 들고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을 묘사했다. 물 위로 걸어가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특수 강철을 이용해 작품을 지지하는 뗏목을 물 아래로 가라앉혔다.


돌이 물에 뜬다?

물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예술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다. 여기에는 기술의 발전도 한몫 했다. 1960년 경 펌프와 모터가 발명되면서 물은 정적인 대상에서 동적인 대상으로 바뀌었다. 물은 생명력을 상징하며 리듬을 타고 솟아오르거나 거품을 내뿜으며 힘차게 움직였다.

스위스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는 물의 물리적인 성질을 표현했다. 그는 1984년 바젤 근교의 메리안공원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지하실에 있는 탱크에 물을 가득 담아 놓고 물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액체에서 기체로 상태가 변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한스 하케(Hans Haccke)는 1960년대에 이미 물을 투명한 정육면체 통에 넣어 물이 증발했다가 다시 액화되는 현상을 전시했다. 이후 ‘안개, 침수, 침식’(1969)이라는 작품에서는 물보라가 튀고, 물이 넘쳐흐르고, 변기에서처럼 물이 빨려 내려가는 상태를 묘사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라인강의 물을 정화하며 물의 생태학적인 면을 다뤘다.

1980년 독일의 클라우스 링케(Klaus Rinke)도 물과 환경을 연결하는 전시를 열었다. 그는 함부르크 근교에서 바닷물을 퍼온 뒤 이 물을 투명한 관에 넣고 시간이 지날수록 관 속의 해초가 죽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아트카날 2006’에서는 물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물 자체를 전시 장소로 활용했다. 스위스의 안드레아 기신(Andreas Gysin)과 시디 바네티(Sidi Vanetti)가 공동으로 제작한 ‘돌’은 스위스에서 채취한 가공하지 않은 것 같은 큰 돌덩이가 물위에 떠있는데, 이는 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무거운 돌이 물위에 떠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독일의 톰 프뤼흐틀(Tom Fruechtl)의 ‘워터루프’는 파이프에서 연신 물이 쏟아지는데, 이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하천에서 물을 뽑아 올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워터루프-톰 프뤼흐틀^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펌프, 분당 50L의 물이 펌프에서 나온다.


한국의 유동조는 ‘운하 위의 세 종류의 물’에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물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전시가 열리는 실제 현장의 물이고, 두 번째는 작품에 새겨진 물(WATER)이라는 글씨, 나머지 하나는 물 위에 그림자로 나타나는 물이란 글자다. 이들은 낮과 밤, 날씨에 따라 계속 변하면서 한순간도 똑같은 상태를 보이지 않고 마치 동영상을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오염됐던 하천을 되살리기 위해 대전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트카날2006’이 갑천에서 열리는 것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물의 중요성, 환경과 생태 등 물이 갖고 있는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르랑드롱 치흘 운하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1일까지 대전 갑천에서 전시된 뒤 내년 여름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져 개최된다. 미술품도 감상하고 환경과 자연의 중요성도 일깨우는 ‘아트카날 2006’이 가을여행으로는 제격이지 않을까.

날리는 씨앗은 금과 같이-세바스티안&루카스 바덴^현대인은 마치 도시의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떠돈다는 메시지를 텐트로 표현했다.

200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송미경 학예연구사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환경학·환경공학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