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하면 흰 가운을 입고 열심히 실험기기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떠올려진다.그렇다면 천문학자는 어떤 모습일까.산꼭대기의 천문대에서 밤마다 별을 보며 세상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일까.보현산 천문대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을 통해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의 초상화를 그려본다.
정각삼거리에 도착한 차는 천문대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한다. 마을길을 벗어나는 순간 멀리 보현산 정상에는 둥근 돔과 네모진 돔의 천문대 건물이 아련히 걸려있다. 문득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무얼 하며 살아갈까” 생각해본다. 밤을 새워 별을 보는 사람들이니 낮 동안 잠을 자고 지금쯤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까.
산 사면을 요리조리 굽어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길 여기저기서 전조등을 켜지 말라는 푯말이 보인다. 실낱보다 가는 우주의 빛을 커다란 반사거울이 정성스레 모으고 있는 순간, 한줄기의 자동차 불빛은 모든 결과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조심조심 사면을 10분 넘게 올라가자 우리나라 최대의 1.8m 반사망원경을 갖춘 보현산 천문대가 나타난다. 해발 1천1백62m, 동경 128도 58분 35.68초, 위도 36도 9분 53.19초.
말안장에 앉은 천문대
보현산의 최고봉인 서봉의 정상은 1천2백30m. 천문대는 서봉에서 흘러내린 능선부에 위치해 있다. 1m라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산으로 올라왔으면서 정작 최정상에 만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제일 좋은 천문대 입지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말안장처럼 생긴 능선부분이라고 한다. 최정상에 지을 경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오히려 관측능률이 떨어진다. 능선 부근은 정상부에서 좌우로 흐르는 바람을 막아주어 기류가 매우 안정돼 있다. 등산을 할 때 정상에서는 강하게 불던 바람도 능선으로 조금만 위치를 바꾸면 아늑한 기분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보현산 천문대도 마치 말안장처럼 동쪽과 서쪽의 봉우리를 사이에 둔 능선에 자리잡고 있다.
또 하나 올라온 쪽과 반대쪽 사면으로 길을 내면 더 쉬웠을 것 같은데, 꼭 정각리 마을 쪽으로 길을 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바로 그쪽이 남쪽이기 때문이다. 눈이 내린 날 밤에는 오히려 날씨가 맑아 관측하기에 좋다. 그런데 길에 눈이 쌓여 있으면 천문대에 올라올 수가 없다. 천문대 오르는 길은 남향이어야 눈이 빨리 녹아 천문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1년 중 맑은 날이 몇 일인가 하는 ‘쾌청일수’다. 일단 습도가 95%이상, 풍속이 15m/초 이상인 경우에는 관측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보현산 지역은 1년에 쾌청일수가 1백-1백50일 정도로 한반도에서 맑은 날이 가장 많은 지역에 속한다. 아래에서 바라볼 때는 아련히 낭만적이고 그저 높이 오르기만 하면 될 것 같던 천문대가 천혜의 조건을 숨긴 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태양을 감시하는 초병들
천문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다. 해발 1천m가 넘는 산꼭대기에 불과 2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소란스러울 리가 없다. 천문대에 들어설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구의 좌측 건물에 설치된 태양망원경이다. 박영득 박사, 문용재 박사, 그리고 오퍼레이터 이청우 씨가 근무하는 곳이다. 하루종일 태양망원경은 태양을 따라 돈다. 그리고 망원경의 눈을 따라 천문학자들도 하루종일 태양을 지킨다.
하얀색의 원통형 태양망원경은 5개의 작은 망원경으로 구성돼 있다. 태양의 백색광을 관측하는 망원경, 수소원자핵인 H-알파선을 관측하는 망원경, 태양 표면의 자기장 변화를 검출하는 VMG와 LMG 망원경, 마지막 하나는 태양의 원반을 따라가면서 기기 전체를 가이드 하는 망원경이다. 이중 특히 중요한 것은 VMG, LMG, H-알파선 망원경으로 이들은 태양이 떠있는 순간에는 계속해서 태양을 관측하면서 변화를 검출한다. 플레어가 폭발해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면 망원경에 연결된 컴퓨터는 자동으로 신호를 울려 연구원들에게 알려준다. 태양에서 플레어가 폭발하면 2-3일 후에 지구에서는 오로라가 발생하고, 통신위성이 고장을 일으키거나 무선통신에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태양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태양천문학자들은 태양을 감시하는 초병이면서, 평소에는 태양의 물리현상을 연구하는 이중적인 일을 수행한다. 특이한 관측데이터를 검출하면 컴퓨터가 즉시 경보음을 울려주므로 연구원들은 자신의 일상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가도 즉시 달려와 데이터의 변화를 살필 수 있다. 컴퓨터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기상위성인 NOAA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태양관측소와 연결돼 있어 동시에 지구의 다른 곳에서 관측한 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
“태양은 내일 또다시 떠오른다”는 말처럼 태양은 늘 변함 없는 것 같지만, 태양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자의 눈에는 태양만큼 변화무쌍한 천체가 없다. 태양의 변화를 보여주는 망원경에 연결된 검출기와 이 검출기에 연결된 컴퓨터의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그래프가 상하로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태양은 고요한 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야생동물 같다고 말한다. 가끔씩 성을 낼 때는 그래프가 하늘로 치솟고 지구 대기에는 엄청난 영향이 몰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원들의 손에는 항상 무전기가 들려있다. 태양이 심술을 부리면 컴퓨터는 경보음을 울리고, 연구원들은 즉시 달려와서 태양의 행동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돔을 여는 별 사냥꾼
그러나 태양이 지면 태양천문학자들은 산을 내려간다. 그러면 천문대 연구실 어디에선가 숨어있던 전문 별 사냥꾼들이 어슬렁거리며 사냥감을 찾아 나선다. 이들은 보현산 천문대 1.8m망원경을 무기로 15등성보다도 더 어두운 희미한 별과 은하들을 사냥하러 나서는 것이다. 1.8m 반사망원경은 바로 보현산 천문대의 간판이다. 심경진 천문대장을 중심으로 팀장인 전영범 박사, 한인우, 김강민, 형식, 천무영, 박병곤, 성환경 박사 등 박사급 연구원들이 7명이나 매달려 있고, 망원경 운전을 담당하는 관측 오퍼레이터로 박윤호, 이병철 씨가 있다.
그러나 1.8m망원경은 이들이 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관측천문학자들이 이 망원경을 쓰고자 하므로 천문대 근무자라고 할지라도 따로 시간을 배정받아야 한다. 이들은 망원경의 운영과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천문대의 직원이면서 학문적인 연구를 병행하는 연구원들인 셈이다.
해가 지고 나면 관측자는 망원경을 가렸던 돔을 힘차게 연다. ‘열림’ 버튼 한번이면 그만이지만, 오늘 하루 이 망원경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좋은 총을 갖는 것은 모든 사냥꾼들의 꿈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망원경을 갖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염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한대뿐인 거대(?)망원경을 단 며칠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망원경을 사용하려면 6개월 전에 자신의 연구가 이 망원경을 꼭 써야할 연구라는 것을 망원경 시간배정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시간배정위원회는 다각적인 평가를 통해 허락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6개월을 기다려 다시 신청해야한다. 보통 신청자의 30%는 떨어진다.
통상 1주일씩 사용허가가 떨어지지만, 날씨가 관건이다. 운이 좋으면 1주일 중 3일 정도 좋은 관측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하루나 이틀을 건지면 다행이다. 하지만 억세게 운이 없는 사람은 하루를 건지기도 어렵다. 서울대천문학과 박사과정의 박모씨가 관측을 하면 그 날의 일기예보는 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유독 박씨가 관측스케줄을 얻은 날에는 어김없이 날씨가 흐려 관측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씨는 박사학위가 늦어지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좋은 관측을 하려면 관측을 시작하기 한두 시간 전부터 돔을 열어 두어야 한다. 돔 내부의 공기와 외부의 공기를 순환시켜 조건을 같게 맞추기 위해서다. 만일 돔 문을 열고 곧바로 관측을 하면 돔 내부와 외부 공기의 상태 차이로 기류에 이상이 생겨 시상이 흔들리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가 없다.
팔방미인이 필요한 곳
기자가 찾은 날의 관측자는 CCD카메라 전문가인 박병곤 연구원이었다. 관측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 관측실로 따라가 보았다. 그러나 실제 별은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1.8m망원경에는 눈으로 직접 천체를 볼 수 있는 아이피스가 없기 때문이다. 망원경은 중앙 컴퓨터에서 좌표를 주면 자동으로 위치를 찾아간다. 망원경이 천체를 조준하면 CCD소자가 빛을 감지해 이것을 디지털 데이터로 분석컴퓨터에 보내준다. 그러면 컴퓨터 화면에 17등성의 소행성이 나타나고, 15등성의 은하가 나타난다. 다시 관측자는 필터를 조절해서 이 천체의 색을 보정하고, 확대하고, 분석해서, 자료를 디스크에 저장하고 프린트한다. 이처럼 모든 것이 자동조작 되므로 “별은 언제 보여줍니까”하고 물었다가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더구나 1.8m망원경으로 목성을 보면 얼마나 선명할까 하고 기대하는 것은 쓸 데 없는 일이다. 1.8m 망원경은 10등급 이하의 밝은 천체는 아예 관측을 할 수 없다. 빛을 모으는 능력이 월등할 뿐더러 CCD소자가 워낙 희미한 빛을 감지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자칫 밝은 천체를 비추었다가는 너무 밝은 빛에 소자가 다 타버린다. 그래서 굳이 밝은 천체를 관측하려면 특별히 고안된 필터로 별빛을 줄여주어야 한다.
보현산 천문대는 지난 1994년에 세워졌다. 그러나 망원경을 들여와 곧바로 관측을 할 수가 없었다. 새집에 들여놓은 물건이 쉽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망원경에서는 망원경의 구동을 제어하는 전자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설치 초기에 1.8m망원경은 계속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에러가 났고, 수도 없이 제작사와 e메일을 주고받고, 심지어 제작사의 기술자까지 다녀갔지만, 에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때 출현한 맥가이버가 천무영 박사였다. 당시 천 박사는 망원경 설치를 위해 제 1진으로 보현산에 와 있었다. 천 박사는 제작사의 전자부를 그대로 둔 채 에러를 해결할 길이 안보이자, 아예 다른 곳에서 칩을 구입하고 자신이 직접 구동 알고리듬을 만들고 칩을 연결해 전자부를 새로 구성해버렸다. 그때서야 망원경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 박사는 성단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천문학자였지만, 망원경의 두뇌를 제어하는 전자공학자는 물론, 망원경을 조립하고 설치하는 기계공학자역할도 해야했다.
선진국 같으면 망원경을 설치하고 운용하는 팀과 그 망원경을 이용해 연구를 하는 팀이 따로 있다. 천문대의 연구원들도 대부분 학자로서 망원경을 이용해 연구를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어쩔 수 없이 보현산 천문대의 연구원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고, 전자장비의 납땜을 하며, 스패너를 들고 망원경의 나사를 돌리며, 망원경 주거울을 코팅하고, 더하여 자신의 연구도 해야하는 팔방미인이 되고 있다.
박병곤 연구원은 CCD카메라 담당이다. 1.8m 망원경의 핵심부품은 주거울과 CCD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CCD는 온도에 극히 민감하다. CCD는 작은 온도 차이에도 반응해서 전자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화면 전체를 밝게 만들어버린다. 때문에 액체질소를 불어넣어 항상 영하 1백10℃로 유지한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CCD 외에 컴퓨터 프로그램밍의 대가다. 그는 CCD카메라가 잡은 상을 컴퓨터 화면으로 읽어들여 이 자료에 색보정을 하고, 일부분을 확대 축소하고, 별의 금속함량을 조사하거나 광도변화를 실시간으로 나타내주는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냈다.
모두가 나선 주거울 코팅작업
망원경 운영을 총괄 담당하는 전영범 박사 또한 팔방미인이다. 그는 천체사진 분야에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수준급 사진가다. 그러나 전 박사가 능력을 발휘하는 때는 여름의 점검 기간이다. 이 때를 이용해 매년 한번씩 망원경의 주거울을 코팅한다. 모든 대원들이 자동차 생산라인의 기술자들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순차적인 작업에 참여한다. 망원경을 해체하고 주거울을 빼낸 다음, 이것을 코팅실로 옮겨 코팅을 한다. 다시 돔으로 옮겨 거울을 설치하고, 광축을 맞추어 완전하게 재설치하는 복잡한 과정이 모두 천문대 연구원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전 박사는 특히 중요한 주거울의 코팅작업을 주도한다. 거울에 단 하나의 흠집도 없이 완전한 반사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기술자가 필요하지만 그는 이 일에 이미 전문가가 돼 있다.
주거울을 떼 내고 붙이는 일과 이를 코팅실로 옮기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주거울은 무게만 1.5t이 넘고 거울을 감싸고 있는 캐비넷 무게까지 합하면 2t이 넘는다. 때문에 돔 천장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들어서 바닥으로 내리면 다시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내 코팅실로 옮긴다. 코팅실에서는 약품을 처리해서 기존의 코팅을 벗겨내고 알루미늄으로 아크 방전을 일으켜 코팅을 한다. 이제 이를 다시 부착하는 반대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천문대 연구원들에게 이렇게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천문학의 연구 여건이 그 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더 깊은 연구와 업적을 성취해야 할 사람들이 천문대 전체의 부족한 부분을 개인적인 능력으로 겨우 메워가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면 퇴근하는 천문학자
재미있는 것은 천문대 연구원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측시에는 관측자와 함께 망원경의 구동을 담당하는 관측 오페레이터가 함께 한다. 관측자가 오퍼레이터에게 관측할 천체에 관한 데이터를 주면 오퍼레이터가 이것을 구동프로그램에 준다. 그러면 망원경은 자동으로 위치를 찾아가 CCD카메라로 관측한다. 관측자는 CCD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서 연구를 하면 된다. 그러니 연구원들은 거의 ‘별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아이피스에 눈을 대고 별을 찾는 전통적인 천문학자의 모습은 간데 없고, 순전히 컴퓨터 화면만 주시하고 있는 천문학자인 것이다.
또한 천문대의 천문학자들은 해가 지면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퇴근한다’. 한사람의 관측자가 망원경을 약 1주일씩 쓰기 때문에 자신의 관측 스케줄이 없는 사람들은 밤에 천문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천문대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은 관측자와 오퍼레이터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한다. 낮에는 천문대의 업무를 보거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자신이 정리한 데이터를 이용해 논문을 쓴다. 그리고 저녁때는 퇴근한다. 결혼한 사람들은 인근 도시인 영천에 집을 두고 출퇴근한다. 대전이나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들은 영천에 기숙사가 따로 마련돼 있어 이곳에서 출퇴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천문대 사람들은 낮에는 자고 밤에는 별을 보는 생활을 할 것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천문대 사람들도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한다. 단 관측하는 날은 제외하고.
보현산 천문대의 연구원들을 만나고 나서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천문대의 업무가 제대로 분할돼 있지 않은 점이다. 아무리 연구원들이 다재다능한 맥가이버라 할지라도 엔지니어가 할 일을 천문학자가 하면서 학자로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또한 그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1.8m망원경은 별빛을 모으지 못할 것이다.
밤이 되면 별빛은 세계의 어느 천문대와 마찬가지로 보현산에도 떨어진다. 그러나 보현산의 별빛은 다른 어느 별빛보다도 소중하다. 인력과 장비와 투자의 부족을 이겨내고 모아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밝은 별빛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서울대학교 초신성 탐사팀이 보현산의 1.8m망원경을 이용해 초신성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10억 광년이나 떨어진 Abell 2065라는 먼 은하단에 속한 19등성의 희미한 별이었다. 그 빛은 보현산 식구들이 없었다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