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미물의 대명사로 곧잘 인용되는 곤충.하지만 동물 종의 80%를 차지하는 실질적인 지구의 주인이다.곤충은 조그만 몸으로 온갖 위험 속에서 4억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아왔다.곤충은 자연에 가장 잘 적응한 진화의 결정체인 셈이다.살아남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기록을 갖게된 곤충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해마다 여름이면 온갖 종류의 곤충들이 제 세상을 맞아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많은 곤충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물방울 하나에도 쓰러지는 그 작은 몸으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린 시절 방학숙제로 낼 잠자리를 좇다가 누구라도 한번쯤 품었을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곤충은 보기와 달리 꽤 뼈대있는 집안 출신이다. 분류학상으로 절지동물문(arthropoda) 곤충강(insecta)에 속하는 곤충은, 4억-3억5천만년 전(데본기) 지구에 나타나 지금까지 살아왔다. 또 성공적인 진화를 거쳐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생물군이다. 확인된 종만 해도 1백20만종(최대 예상치 3천만종)으로 전체 동물 종의 80%에 달한다. 실질적인 이 땅의 주인인 셈이다.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다 바꿔’
곤충은 종류나 개체수 면에서, 또는 넓은 분포상태나 적응력에 비추어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번성한 부류이다. 어떻게 그 작은 몸집으로 성공을 거두었을까.
우선 먹이와 사는 곳에 따라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바꾼데 성공의 열쇠가 있다. 곤충은 사람과 달리 골격이 밖에 있고 근육이 안에 있어 몸이 커지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변신의 방향은 더욱 작아지는 쪽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만든 작은 몸은 도망가기에 유리하고 에너지도 덜 쓰게 한다. 또 다른 동물이 살기에 어려운 좁은 곳에서도 살 수 있다. 한 예로 처음 지구상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잠자리가 75cm나 됐으니 지금과 비교하면 얼마나 줄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곤충은, 포도나무를 갉아먹는 총체벌레의 애벌레에 기생하는 좀벌(Dico-pomorpha echmepterygis) 수컷으로 0.139mm에 불과하다. 크기가 너무 작다보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아예 이 좀벌은 그때까지 발견된 암컷만 있다고 생각했다. 번식도 암수가 없으므로 당연히 교미 없이 알을 낳는 처녀생식을 한다고 여겼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이 수컷은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필요 없으며, 날개도 없고 눈도 먼 상태로 오직 본연의 임무인 교미만 한다. 단지 암컷을 붙잡고 교밀할 수 있을 정도의 상대적으로 큰 다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반면 암컷은 날개와 눈이 있어 자신의 알을 낳을 다른 곤충의 알을 찾아다닐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이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 곤충은 암수간에 극명한 역할 분담을 통해 종을 보존해온 것이다.
골리앗과 기간테스
물론 열대지방처럼 온도가 높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곤충들이 많다. 아프리카에 사는 골리앗큰뿔꽃무지(Goliathus goliatus)는 몸길이 12.5-17.5cm에 무게는 1백g에 이른다. 몸무게로는 가장 무거운 곤충이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하늘소(Titanus giganteus)도 길이로만 본다면 챔피언급. 몸통만 해도 골리앗큰뿔꽃무지와 비슷하며 더듬이를 더하면 더 크다. 이 곤충들의 이름도 크기를 강조해 성경에 나오는 거인 골리앗과 그리스신화의 거인 신(神)인 티탄, 기간테스를 따서 지었다.
길이만으로 따졌을 때 가장 큰 곤충은 1995년 말레이시아에서 채집한 대벌레(Pharnacia serratipes)의 암컷으로 다리 길이를 포함해 55.5cm나 됐다. 또 착한마녀나방(Thysania agrippina)의 날개폭은 28cm나 된다.
열대지방의 곤충이 이처럼 큰 이유는 무엇일까. 곤충은 춥고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일종의 동면상태인 번데기가 돼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한다. 열대지방에서는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연한 풀이나 나무가 풍부하고, 항상 따뜻하므로 일찍 번데기가 될 필요가 없다. 애벌레가 다른 곳보다 훨씬 크므로 자연히 성충도 커지게 된다. 또 성충도 좋은 자연환경에서 더 자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봄에 태어난 호랑나비 애벌레는 풍부한 먹이를 먹고 자라 여름에 커다란 나비가 된다. 하지만 여름이 끝날 무렵 나온 애벌레는 상대적으로 먹을 게 적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번데기가 돼, 이듬해 봄 나비가 됐을 때 여름 나비보다 크기가 작다.
다양한 발생과정도 곤충의 성공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곤충의 생태적 특성인 변태는 각각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나쁠 때는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이어지는 발생과정을 단계별로 늦춰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그러다가 적당한 환경을 만나면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낳아 개체수를 일시에 늘인다.
또 곤충들은 사회성이 강해 분업화된 협동생활을 통해서 주위환경을 잘 이겨나가고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그 외에 필요에 따라 다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신체를 발달시킨 것도 중요했다. 예를 들어 사마귀의 앞다리는 먹이동물을 잡는데, 땅강아지는 땅을 파는데 알맞게 변형돼 있다.
이와 같은 성공적인 진화 덕택에 곤충은 상상하기 어려운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본다면 초인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곤충이 수두룩하다. 이 능력은 무엇보다도 살아남아 종족을 퍼뜨리려는 생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스톱워치와 줄자를 들고 곤충의 올림픽 경기장을 찾아보자.
고속도로를 나는 등에
조그만 곤충은 수많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발달시킨 능력이 재빨리 도망가는 것이다. 곤충의 놀랄만한 비행속도도 이렇게 발달했다. 문헌상 가장 빨리 나는 곤충은 왕잠자리(Austrophlebia costalis)로 시속 98km에 달한다. 이 기록은 스톱워치를 사용해 측정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언덕 아래로 날 때 측정한 것이어서, 평지에서 기록한 시속 57.9km와는 차이가 난다. 문헌에 실리지 않은 기록으로는 등에(Hybomitra hinei wrighti) 수컷이 암컷을 좇을 때의 시속 1백45km이다. 이 기록은 1994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 곤충학과 버틀러 교수가 영사기로 촬영한 화면을 느린 동작으로 재생해 분석한 결과로 얻은 것이다. 그야말로 고속도로용 곤충인 셈이다.
곤충이 이렇게 고속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날개를 쳐야 한다. 그래서 곤충의 비행 능력을 따지는데 비행속도와 함께 1초당 날개 치는 횟수도 주요 종목이 된다. 진동주파수 측정기를 이용해 얻은 가장 빠른 날갯짓의 주인공은 등에모기로 1천46Hz였다. 즉 1초에 1천번 이상 날개를 치는 셈이다. 보통 날갯짓이 빠르기로 소문난 곤충들의 경우, 꿀벌은 1초에 1백90번, 초파리는 2백50번, 모기는 6백번 정도다.
곤충의 몸은 이렇게 빠른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발달돼 있다. 우선 곤충은 몸 전체에 퍼져있는 모세기관(tracheloe)이라는 일종의 튜브로 이루어진 망사조직을 이용해 대기 중에서 직접 산소를 교환한다. 이러한 호흡방식은 일종의 피부호흡이라 할 수 있는데, 비행 중에 날개 근육을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산소를 효율적으로 공급한다. 게다가 곤충의 날개 근육은 효율이 가장 좋은 생체에너지원인 체내지방을 쓰기 때문에 피로를 잘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연비가 좋은 고급 연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완전연소를 하는 셈이다.
또 특이한 근육구조도 곤충의 놀라운 비행을 가능하게 했다. 곤충의 날개 근육은 크게 동기(synchronous)근육과 비동기(asynchronous)근육으로 나뉜다. 나비와 잠자리 등 대부분의 곤충에서 볼 수 있는 동기근육은 한번 신경 자극이 올 때마다 한번씩 수축, 즉 날개를 치게 한다. 이 근육은 가슴에서 날개로 직접 연결돼 있어 신경신호에 따라 근육이 수축하면 날개도 따라 움직인다. 날갯짓은 평균 1초당 약 30번의 비율로 아무리 노력해도 1백번을 넘지 못한다.
이보다 빠른 날갯짓을 보이는 벌, 파리, 딱정벌레, 매미목에 속한 곤충들의 날개 근육은 비동기근육으로, 근육이 날개에는 연결돼 있지 않고 가슴에만 연결돼 간접적으로 날개를 움직이게 한다. 곤충의 날개는 기본적으로 가슴부분의 외벽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가슴을 움직이면 날개도 따라 움직인다.
언뜻 보기에 이 방법은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비동기 날개근육은 신경 자극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매우 빠른 수축 리듬을 갖고 있어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데이빗 스미스 교수는 이 근육을 두고 “동물이 발전시킨 가장 눈부시게 활동적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물론 날개를 치는 횟수와 비행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잠자리의 경우 날갯짓 횟수는 파리에 비해 떨어지지만 두쌍의 얇은 날개를 적절히 이용해 시속 4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아마도 파리나 모기의 경우 빠른 날갯짓은 상대적으로 작은 날개 면적을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험실에서 등에모기의 날개를 떼고 날개 근육의 진동주파수를 측정했더니 날개가 있을 때보다 더 늘어나 2천2백Hz에 달했다.
이렇게 빠른 날갯짓은 또다른 이점도 있다. 새 중에서 가장 빠른 날갯짓을 하는 벌새가 꿀을 먹으며 공중에 정지할 수 있는 것처럼, 곤충도 공중에서 정지할 수 있기 위해 날갯짓을 빨리 하는 것이 아닐까. 공중에 정지할 수 있으면 지상의 위험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짝짓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곤충의 1백m 달리기와 마라톤
곤충의 날개가 다양하게 진화한 것은 위험에서 벗어나는데 날개가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곤충은 날개를 접고 단거리 선수로 나서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길앞잡이 종들(Cicindela hudsoni, Cicindela eburneola)은 1초에 무려 2.5m를 달릴 수 있다. 보통 곤충들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날아서 도망간다. 하지만 길앞잡이는 흔적만 남은 날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학자들은 길앞잡이가 사는 곳이 먹이가 매우 부족한 외딴곳이어서 날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빨리 달리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땅에서 도망갈 수 있다면 비행기보다 자동차가 더 저렴하다는 논리다. 이 길앞잡이를 사람 몸 크기로 환산하면 보통 키의 사람이 시속 1천km로 달리는 셈이 된다.
등에모기나 길앞잡이가 단거리선수로 세계를 제패한다면, 장거리에서는 메뚜기가 대표선수이다. 세계 마라톤계를 주름잡는 선수들이 거의 다 아프리카 국가 선수들인 것처럼, 이 메뚜기도 아프리카에 산다.
아프리카 북부에 사는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는 1988년 가을 대서양을 건너 서인도제도까지 무려 4천5백km를 이동했다. 곤충이 이동하는 것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거나 짝짓기를 통해 새로운 군집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막메뚜기도 짝짓기 때, 불어오는 무역풍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한다.
곤충의 이동에는 사막메뚜기와 같이 바람이나 조수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이동과,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 황제나비처럼 특정한 지역을 찾아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의 이동이라도 바람이나 계절과 같은 기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적당한 기후를 찾아서 곤충은 날개를 이용해 수직으로 날아오른 다음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황제나비와 사막메뚜기는 상승기류를 타고 1-2km까지 날아오른다.
얼을 빼는 울음소리
곤충이 위험에서 벗어나는 기본적인 방법은 날거나 뛰는 것이다. 그도 아니면 카멜레온처럼 몸의 모양이나 색깔을 주위 환경과 비슷하게 해 적을 속이거나, 독을 가지고 있어 아예 식단에서 제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 여기 있소’하고 대놓고 울어대는 곤충도 있다. 바로 매미가 그렇다. 물론 매미도 날개가 있으므로 위험할 땐 재빨리 날아간다. 하지만 짝짓기 때면 암컷을 만나기 위해 위험도 무릅쓰고 한 나무에 붙박고 세레나데를 불러야 한다.
매미는 이러한 위험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 매미가 믿는 것은 바로 울음소리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에겐 달콤한 세레나데이지만, 일단 적을 만나면 마치 여성들의 치한 퇴치용 호루라기처럼 들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다.
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데시벨(dB)인데, 일반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약 60dB, 지하철 안이나 시끄러운 공장에서는 80-90dB 정도다. 보통 85dB을 넘어가면 불쾌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1백30dB 이상이 되면 귀에 통증이 오며 심하면 고막이 파열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프리카 매미(Brevisana brevis)의 평균 울음소리는 50cm 떨어진 거리에서 106.7dB이었다. 이 정도면 천적을 물리치는데 손색이 없다. 귀를 멀게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얼을 빼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곤충의 울음소리는 암수, 또는 다른 곤충간에 중요한 의사전달 수단이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보통 몸 크기에 비례한다. 그래서 짝짓기에서 큰 울음소리는 수컷의 몸집이 크다는 것을 과시해 암컷을 차지하는데 유리해진다. 이 울음소리는 다른 수컷이 다가오면 쫓아내 개체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하므로 결국 이득이다. 즉 수컷끼리 구역 표시를 하는 것이다.
매미가 내는 울음소리는 가슴과 배 사이에 뚜껑처럼 생긴 고실(鼓室)에서 나온다. 이 안에는 얇은 막이 있어 근육을 수축하면 막이 당겨졌다 다시 늘어나는데, 이 동작이 빨리 일어나면서 마치 드럼처럼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빨리 낳고 빨리 키우기 운동
곤충의 진화에서 운동능력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번식능력이다. 곤충이 세상에 가득한 것은 무엇보다도 한 세대가 짧거나 성장이 빨라서 자손을 많이 퍼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세대 기간이 가장 짧은 곤충은 진디(Rhopalosiphum prunifolia)로 실험실에서 키울 때 4.7일이었다. 곤충학자들에 따르면 세대가 짧을수록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는데 필요한 시간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세대가 짧으므로 살충제에 살아남은 내성 유전자를 가진 진디가 후손을 빨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의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다. 실험실에서 25℃로 키울 때는 4.7일의 기록을 세웠지만 같은 진디를 10℃에 키울 때 한 세대는 21.3일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열대지방에 사는 곤충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세대가 짧다. 이는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진디보다 번식력이 뛰어난 곤충이 있다. 번식에서는 세대가 짧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다음 세대가 얼마나 빨리 또 알을 낳느냐가 더 결정적이다. 이 점에서 최고의 번식왕은 사막모기(Psorophora confinnis) 차지다. 이 모기가 낳은 알이 자라나 다시 알을 낳는모든 것이 일주일 내에 끝났다. 이에 비해 진디는 사막모기보다 더 빨리 성충으로 자라기는 하지만, 이 성충들이 교미하고 알을 낳는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사막모기의 놀라운 번식 능력은 사막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모기는 사막의 경작지에 농부가 댄 물에다 알을 낳는데, 뜨겁고 건조한 날씨 탓에 1-5일만에 물이 다 말라버린다. 그래서 재빨리 자라나 어른이 돼야 한다. 사막의 열기에 데워진 물도 모기 애벌레가 빨리 자라는데 도움을 준다.
번식 위해 수명 조절
번식을 위한 곤충의 진화는 때로 어버이의 수명을 짧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어떤 하루살이(Dolania americana) 암컷은 교미를 할 수 있는 생식기가 발달한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죽는다. 그 5분 동안 교미하고 알을 낳고 죽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하루살이가 아니라 5분살이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루살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암수 모두가 교미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은, 애벌레에서 성충이 될 때 비축한 지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에서 약 4cal의 열이 나오지만 지방은 그 두배가 넘는 9cal 이상 발생하므로 효율이 가장 높은 연료인 셈이다.
하지만 하루살이가 이름처럼 단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다. 알이 애벌레가 되는데 한달이 걸리고, 또 애벌레는 1-2년을 물 속에 살다가 성충으로 자라므로 그리 짧은 일생은 아니다. 단지 성충으로 사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정말로 하루만 사는 놈도 있지만 보통 2-3일은 예사고 길게는 14일 넘게 사는 것도 있다.
반면 번식을 위해 수명이 늘어난 곤충도 있다. 가장 오래 사는 곤충이라면 여왕개미를 꼽을 수 있는데, 개미사회가 한마리의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가능한 오래 살면서 알을 계속 낳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록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키운 여왕개미(Lasius niger)가 28.75년을 산 것이 최고 기록이다. 물론 이 기록은 성충으로 산 기록을 말한다.
한편 비단벌레(Buprestis aurulenta)가 51년만에 알에서 깨어난 기록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생존여건이 극심하게 열악해졌을 때 일어나는, 생장활동의 일시 중단상태로 봐야하므로 가장 오래 산 기록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밖에도 극지방이나 산소가 부족한 유황온천, 심해 등 극한 상황에 적응한 곤충도 많다. 이 모든 것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곤충이 진화한 결과이다. 생명유지를 위한 경이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가 계속된다면 4억년에 걸친 곤충의 노력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곤충이 사라지면 꽃가루받이를 못해 꽃도 피지 못하고,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들도 사라진다. 새들의 지저귐, 꿀벌의 날개 소리가 사라진 ‘침묵의 봄’은 그렇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