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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의 전쟁

옷에 밴 고기냄새 어떻게 없애나

냉장고,옷장,욕실,신발장,주방,거실 등에서 보이지 않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쾌적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들과 냄새가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전세는 탈취제로 무장한 사람들에게로 기울고 있는데….

엄마! 또 청국장 끓였어요? 아휴~ 냄새.”
“먹고나서 환기시키면 되잖니?”
“이 냄새는 잘 안 빠진단 말이예요.”
“먹는 음식 가지고 그만 해라. 난 구수하니, 좋기만 하다.”

475세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간장, 된장, 김치로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음식에 익숙한 어른들과 빵, 우유, 베이컨을 즐기는 10대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라고나 할까. 사실 음식 냄새가 식탁의 갈등으로 등장한데는 세대 차이뿐 아니라 아파트를 중심으로 변해가는 가옥구조 탓도 크다. 예전같은 개방식 가옥 구조에서는 환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요즘에는 일부러 창문을 열어야만 한다. 이제는 생선을 튀기거나 된장찌개를 끓일때 환기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에게 또하나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했다. 페브리즈(한국 P&G), 샤우트(한국 존슨 앤드 존슨), 119냄새제거제(LG 생활건강) 등 옷이나 섬유에 배인 냄새를 제거해준다는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반응도 좋다. 매일 빨기 어려운 커튼이나 소파, 겨울 의류에 배인 음식 냄새를 제거해준다니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옷에 밴 고기냄새 어떻게 없애나


사람이 구별하는 냄새 1만여종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냄새를 일으키는 물질이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오렌지 주스에 비해 알코올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는 것도 알코올의 휘발성 탓이다. 냄새는 대개 맛과 어우러져 풍미를 결정하는데 맛과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 맛에 비해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느낄 수 있다. 또 맛에 비해 종류가 대단히 많다.

사람의 경우 구별해낼 수 있는 냄새의 종류만도 약 1만여종 이상이다. 미각이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 등의 5원미를 포함해 10여종만이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다. 이중 2천6백여종 이상의 휘발성 성분 화합물이 냄새 성분으로 분석됐는데, 대략 분자량 3백 이하의 지용성 화합물로 밝혀졌다. 사람들이 느끼는 냄새들의 화학적 성분을 파악했다는 말이다. 물론 냄새를 이루는 분자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여러 분자 중 사람들이 기억하는 냄새의 주인공격인 분자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화장실 냄새나 고기 냄새는 암모니아(NH3), 김치 냄새는 메틸머켑탄(CH3SH), 달걀이나 우유 썩는 냄새는 황화수소(H2S), 생선 비린내는 트리메틸아민((CH3)3N)이 주된 성분이다.

가정내에서 냄새를 발생시키는 것이 음식만은 아니다. 욕실과 싱크대 배수구, 집안 구석구석의 퀴퀴한 냄새 등 어지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외출했다가 집안으로 들어설 때 불쾌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또 집안에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늘 습기가 찬 곳이라면 옷장이나 신발장은 물론 이불장에서까지 냄새가 날 수 있다. 이것은 습기가 많아지면 곰팡이가 자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장마철에 습기 제거제를 집안 곳곳에 두는 것도 습기를 제거해 눅눅함을 없애고 더불어 생기는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자주 빨기 어려운 커튼이나 소파,겨울 의류에 배인 불쾌한 냄새를 제거해주는 탈취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국장 냄새의 원인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향기가 아닌 냄새로 치부되며, 그것도 불쾌함까지 유발하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냄새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초콜릿 냄새와 같은 물질분자 자체의 냄새다. 둘째는 세균 자체의 냄새다. 흔히 곰팡내라고 불리며 습기찬 벽이나 장판 뒷면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의 주범이 곰팡이 자체의 냄새다.

곰팡이의 일종인 버섯에서 나는 고유한 향내도 사실은 옥텐올(1-octen-3-ol)이라는 곰팡이 고유의 냄새다. 그리고 셋째는 세균의 대사물질 냄새다. 여름철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발냄새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발냄새는 발바닥에 사는 세균이 피부로 분비되는 지방질을 분해해서 사슬길이가 짧은 지방산을 분비한다. 휘발성을 갖는 이 지방산이 고약한 발냄새를 풍긴다. 발효 식품들 중에 고유한 냄새를 내는 것들도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청국장의 독특한 냄새도 콩속에 서식하는 바실러스 낫또 균이 대사후 만든 물질 탓이다.

고기 냄새 왜 잘 빠지지 않을까

"오늘 저녁에 생선 튀겼어?" "저녁에 삼겹살 구워 먹었니?"하며 저녁 식탁 메뉴를 알아맞히는 사람들이 있다.물론 강아지처럼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옷에 배인 냄새가 피해갈 수 없는 증거를 남기기 때문이다.가만히 생각해보면 환기를 시켜도 쉽게 제거되지 않는 냄새들이 몇가지 있다.생선 튀긴 냄새,고기 구운 냄새가 그것이다.

생선을 튀기거나 고기를 구울 때 나는 냄새는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만큼 독특하다. 단백질은 끓이는 상황에서는 별 냄새를 만들지 않으나 구울 때는 동네방네 소문이 날만큼 대단하다. 고기를 구울 때 고기 표면에서는 탈수가 일어나면서 부분적으로 온도가 올라간다. 그러면서 열분해가 쉽게 일어난다. 이때 고기의 아미노산 같은 성분에서 피라진이나 퓨라논 등이 만들어져 고기 굽는 냄새를 만든다. 또 생선을 굽거나 튀기면, 즉 고온에서 가열하면, 지방이 열분해된다. 튀긴 생선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풍미를 느낄 수 있지만 알데히드나 케톤같이 지방이 산화될 때 만들어지는 것도 함께 배출돼 불쾌한 냄새를 만든다.

이런 냄새 분자가 옷에 닿으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냄새 분자에 접착제라도 달고 있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분자량이 큰 것들이다. 한마디로 냄새분자가 클수록 옷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담배 피우고 난 사람에게서 담배 냄새가 잘 가시지 않는 것도 분자량이 큰 타르가 옷에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냄새가 쉽게 가시는 것들은 분자량이 작다는 말이고, 분자량이 큰 것들에 비해 바람이나 물리적인 충격에 의해 쉽게 다른 곳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터치 후레쉬’와 ‘페브리즈’의 차이


냄새 제거를 위해 사용되는 방향제 팅커벨과 냄새분자를 분해하는 LG파르텔,그리고 오존탈취기.


사람들이 냄새에 민감해지자 등장한 것이 있다. 바로 터치 후레쉬(한국존슨), 팅커벨 향기접속(옥시), 페브리즈(한국 P&G), 샤우트(한국 존슨), 케어(LG생활건강), 파르텔 터치 & 터치(LG생활건강), 냄새 먹는 하마(옥시)…등과 같은 냄새 제거제들이다. 이외에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숯, 사무실에서 쓰이는 공기청정기 등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은 각양각색이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올 때 다음 사람을 위해 톡치며 향기를 뿌리는 ‘터치 후레시’에서 냉장고의 김치 냄새를 제거하는 ‘냄새 먹는 하마’와 섬유에 밴 음식 냄새를 없애는 ‘페브리즈’까지 냄새를 쫓기 위한 제품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은 어떻게 냄새를 없애는 것일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탈취제들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첫번째는 감각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터치 후레시, 팅커벨, 향기접속, 파르텔과 같은 방향제다. 화장실이나 방안에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 이들보다 더 강한 향료를 사용해 사람이 나쁜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냄새나는 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는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한 탈취제로 대표적인 것으로 숯이 있다. 숯은 1g의 표면적이 약 3백m2 나 되는 다공성 물질로 냄새나는 물질을 흡착한다(그림2). 냉동실에 사용되는 ‘냄새 먹는 하마’도 숯의 일종인 활성탄을 이용한 것이다. 활성탄의 구멍은 숯에 비해 훨씬 작은 약 20Å정도다. 냄새 분자가 활성탄의 구멍에 모두 흡착되면 더 이상 흡착을 못하므로 효과가 없다. 냄새 탈취제로 쓰인 활성탄을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숯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면 가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고 햇볕에 말렸다가 써야 효과가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냄새 분자의 운동성이 증가한다. 그렇게되면 냄새 분자는 기공을 빠져나올 수 있다. 숯을 다시 냉장고 탈취제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세번째는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냉장고 냄세 제거제인 ‘냄새 먹는 하마’류나 섬유 탈취제인 ‘페브리즈’류 등 대부분의 탈취제품이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어 ‘냄새 먹는 하마’에 들어있는 안정화 이산화염소는 강한 산화력으로 냄새나는 물질을 산화시킨다. 제품의 뚜껑을 열었을 때 금방 소독된 물에서 나는 것과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이 바로 염소 성분 때문이다. 해초성분인 겔에 담겨있는 안정화 이산화염소는 휘발하면서 냄새 분자를 쪼갠다(그림3). 냉장고에서 김치냄새가 사라지는 이유다.

‘119 냄새 제거제’도 후라보노이드 성분이 냄새 분자를 분해시켜 탈취효과를 낸다.
화학적인 탈취제의 경우 원리가 조금씩 다르다. 최근 섬유 탈취제로 주목받고 있는 ‘페브리즈’ 같은 것은 수산화프로필 베타 사이클로덱스트린, 염화아연 등의 분자로 이뤄진 물질인데, 섬유에 배인 냄새 분자를 감싸서 증발시키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그림1). 이것은 비누가 빨래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외에도 흡착과 분해과정이 모두 포함된 ‘LG파르텔’이란 제품도 있다. 파르텔은 고분자 전해질이 냄새 분자를 잡아두고, 후라보노이드 성분은 냄새 분자를 분해한다. 탈취제는 아니지만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오존 공기정화기가 있다. 반응성이 큰 오존은 냄새 분자를 분해하므로 공기 중의 냄새를 없앤다.

대개의 가정이 1개 이상의 냄새 제거제를 사용하고 있다. 냄새제거제가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탈취제 없이 어떻게 쾌적한 공간을 유지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냄새는 어떻게 맡나?


(그림)코 내부 단면도


사람은 냄새를 어떻게 맡을까. 비강 뒤쪽 천장에 존재하는 우표 크기(1-2cm2)의 후각상피에서 인식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후각 세포와 지지세포로 구성돼 있는 후각상피는 점막에 의해 덮여있다. 후각 세포 끝에는 후각섬모가 존재하는데, 이곳에 분포하는 냄새 수용체 단백질에 의해 냄새성분이 분석된다. 즉 어떤 냄새 성분이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면 생화학적 경로에 의해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뇌가 냄새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냄새 성분이 어떤 생화학적 경로에 관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후각은 쉽게 피로해진다. 처음 고깃집에 들어설 때는 역겨워하다가도 시간만 지나면 곧 무감해진다. 이것은 모든 신경이 피로현상을 보이지만 유독 후각이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냄새를 느끼는 것도 사람들간에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미묘한 냄새도 쉽게 파악한다. 동헌종교수(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에 따르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 차이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훈련에 의해서는 얼마든지 발달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난향만으로 난의 종류를 구분해내고, 산 속에서 더덕향을 맡고 더덕이 있는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예다. 단 후각을 인식하는 뇌의 일부분을 다치거나, 코 안에 염증이 있는 경우, 그리고 감기 등으로 후각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으면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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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최문갑 기자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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