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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디서 발생했는가

아프리카설 vs 다지역설 3라운드 대접전

우리의 가장 앞선 조상은 황인종이었을까, 아니면 흑인종이었을까. 당연히 황인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류의 기원’에 관한 최근의 논쟁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생인류가 세계 각지에서 등장했다는 다지역기원설에 비해 아프리카에서 그 시조가 발견된다는 단일지역 기원설이 점차 우세를 떨치고 있다. 두가지 가설이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접전은 제1라운드 무승부, 제2라운드 아프리카설 우세에 이어 마침내 제3라운드에 들어서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늘날 세계 고인류학계에 닥친 중요한 연구과제의 하나는 현생인류인 슬기사람(Homo sapiens)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것이다. 슬기사람이 한 지역에서 발생해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인지, 아니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지의 문제다. 다시 말해 현재의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의 뿌리는 하나일까, 아니면 여러 뿌리에서 제각기 발달해 오늘에 이른 것일까. 만일 뿌리가 하나라면 그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세계는 하나’ 라는 구호가 학문적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과연 현생인류의 조상은 누구이며 어디서 시작됐을까.

슬기사람의 기원에 관한 논쟁의 흐름은 크게 두가지로 진행돼 왔다. 바로 다지역기원설과 단일지역기원설이다.

[다지역기원설] 황인종 조상은 황인종

다지역 기원설(multiregional continuity model)은 흔히 촛대형 모델(candelabra model)로 불린다. 끝이 여러 갈래로 나눠진 촛대를 떠올려보자. 아득한 옛날 인류는 한 뿌리에서 자라났지만, 곧선사람(Homo erectrus 또는 Homo heidelbergensis) 이전에 여러 갈래로 나눠져 세계 곳곳에서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슬기사람은 여러 지역에서 살던 곧선사람에서 진화해 유전자 교환 등을 거쳐 탄생했다.

다지역기원설에 따르면 현재 인류가 지니고 있는 인종적 특징은 이미 그들이 오늘날 발견되는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화해온 결과다. 특히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은 2만년 전부터 그들만이 지닌 해부학적 특징을 지녀오고 있다는 것이 다지역기원설의 주장이다.

다지역기원설은 여러해 동안 미국 미시건대학교의 월포프(M.H. Wolpoff)를 위시한 고인류학자들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만일 이들의 가설이 옳다면 오늘날 인종적 차이는 아주 오래 전에 형성됐음에 틀림없다. 예를 들어 유럽사람들의 커다란 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지닌 굳세보이는 광대뼈는 20만년 전-3만년 전 유럽에 살던 네안데르탈사람(Homo neanderthalensis)과 중기 플라이스토세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곧선사람들로부터 이어받았다.

다지역기원설이 약간 변형된 설명도 있다. 이른바 ‘다지역기원 유전자 교환설’이다. 옛사람계통이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슬기사람으로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유전자 교환 비율이 점차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설은 미국 뉴멕시코대학교의 트링카우스(E. Trinkaus)와 북일리노이대학교의 스미스(F.H. Smith)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단일지역기원설] 황인종 조상은 흑인종?

단일지역기원설(아프리카설)은 슬기사람이 10만-15만년 전 지구의 한 지역인 아프리카에서 살던 옛슬기사람(archaic Homo sapiens. 학문적으로는 Homo heidelbergensis로 분류한다)으로부터 진화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인종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일단의 슬기사람의 조상이 전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먼저 살던 옛슬기사람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설명한다.

인종적인 특징은 이후 슬기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설에 따라 인류의 가계도를 그리면 모양이 마치 노아의 방주 앞부분을 닮았다고 해서 아프리카설은 일명 ‘노아의 방주 모델’(noah’s ark model)로 불린다.

최근 아프리카설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의 윌슨(A.Wilson)과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스트링거(C. Stringer)가 이끄는 유전학자들에 의해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 살던 네안데르탈사람과 인도네시아에 살던 솔로사람(solo man) 같은 옛슬기사람은 이른시기 슬기사람과 유전자 교환이 없었으며, 이른시기 슬기사람이 옛슬기사람을 몰아내고 지구를 지배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설의 변형으로 슬기사람이 진화해오는 도중 특히 아시아의 경우 그 지역에 살던 선주민들과 유전자 교환이 있었다는 설명도 있다. 그 결과 슬기사람의 해부학적 특징이 그 지역에 전해졌으리라는 추측이다.

아프리카설과 다지역기원설은 모두 오늘날 슬기사람이 지닌 체질적 특징은 뒤늦게 진화된 결과이며, 인종적 특징은 지역에 따라 진화한 결과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하지만 인종적 차이가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으로 차이가 있다. 다지역기원설은 인종적 특징이 슬기사람이 나타나기 이전에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설은 그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팽팽히 맞서는 두가지 입장은 도대체 어떤 근거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1 뼈화석의 증거 다지역 기원설에서 허점 발견

한때 유럽이 슬기사람의 기원지로 인식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선사인류의 화석이 유럽국가에서 보존상태가 아주 좋은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구도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화석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첨단 연대측정법 등장

1970년대 -1990년대에 동아프리카 케냐 투르카나 호수 주변의 쿠비포라에서 발견된 손쓴사람과 곧선사람의 화석,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발견된 3백70만년 전의 호미니드(화석인류와 현생인류의 총칭) 발자국,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A. anamensis)의 화석은 인류기원과 진화에 관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생인류가 세계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다지역기원설’이 부각된 것은 물론이다.

학자들이 일차적으로 관심을 모은 것은 슬기사람이 처음 등장한 시기였다. 슬기사람이 지니고 있는 해부학적 특징은 ‘눈두덩이가 밋밋하고 머리뼈가 얇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정도 정보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운좋게 머리뼈 화석이(그것도 온전하게 보존된) 발견되면 몰라도 팔뼈나 다리뼈 화석을 통해서는 머리의 모양을 추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연대측정법이다. 초기에 선보인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는 과거 3만-4만년까지의 연대만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우라늄원소측정법, 가열발광, 그리고 전자회전반응 등의 방법으로 그보다 훨씬 이전의 연대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 첨단기법을 활용한 결과 슬기사람은 옛슬기사람과 같은 시대에 다른 지역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네안데르탈사람이 유럽과 중동아시아에서, 그리고 솔로사람이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을 당시, 슬기사람이 중동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뼈화석은 현생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데 필요한 1차자료다.최근 활용되는 연대측정법을 이용하면 수십만년 전의 연대를 알아낼 수 있다.


‘네안데르탈사람에서 슬기사람 진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의 화석.3백20만년 전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남아프리카의 클라시에스 동굴과 보더 동굴에서 발견된 머리뼈와 턱, 그리고 사지뼈를 들 수 있다. 조사결과 대략 6만년 전-9만년 전에 생존했던 사람들의 화석이었다. 또 남아프리카의 플로리스베드와 동아프리카의 아이시 호수, 오모, 라에톨리, 싱가, 간제라 등에서 해부학상 슬기사람의 뼈화석이 찾아졌는데, 일부 학자들은 그 연대가 9만년보다 더 오래됐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슬기사람은 누구로부터 진화한 것일까. 다지역기원설의 주장대로 각 지역에 살던 옛슬기사람으로부터 발생했을까. 그 단서가 이스라엘의 동굴에서 발견됐다.

1930년대 이스라엘 레반트 지역 카멜산의 스쿨과 타분 동굴에서 인류화석 뼈대의 일부가 발견됐다. 당시 학자들은 타분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사람이, 스쿨 동굴에서 원시적인 모습의 슬기사람이 살았다고 결론내렸다. 또 1935년-1975년 카멜산의 케바라 동굴과 갈릴리호수 근처의 아무드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사람의 화석이 발굴됐다. 카프체 동굴에서도 많은 슬기사람 화석이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대략 4만년 전-6만년 전의 화석으로 추측됐다. 이런 사실을 종합한 결과 ‘현생인류는 유럽처럼 중동아시아에도 존재했다’ 그리고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가설이 우세해졌다. 진화 순서를 유적지별로 살펴보면 케바라 -- 타분 -- 아무드 -- 카프체 -- 스쿨 순이었다.

하지만 이 견해는 1980년대 말에 이르러 무너지기 시작했다. 첨단 연대측정법을 이용한 결과 화석의 정확한 연대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두가지 다른 갈래

우선 케바라 동굴의 네안데르탈사람의 연대가 6만년 전이었다. 그런데 슬기사람 화석이 발견된 카프체 유적의 연대는 이보다 4만년이 더 이른 10만년 이전이었다. 따라서 중동아시아에서 두개의 다른 갈래를 타고 인류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프리카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 증거를 통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즉 두 갈래의 하나는 카프체 주민의 조상으로, 아프리카 또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이 시작돼 현생인류로 진화해 왔다. 또다른 하나는 7만년 전에 나타나기 시작한 네안데르탈사람의 갈래로, 아마도 빙하가 발달한 유럽에서 중동아시아로 이주했으리라고 짐작된다.

스쿨과 타분 유적의 연대도 수정됐다. 슬기사람이 이곳에서 10만년-12만년 전에 살았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그렇다면 슬기사람은 네안데르탈사람과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유적에 대한 새로운 연대측정은 다지역기원설의 주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설이 승리했다고 판정내릴 수는 없다. 단지 다지역기원설의 허점이 드러난 것일 뿐이지 아프리카설이 옳다고 확정지을만한 화석의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비밀 아프리카에서 세계 여성의 시조 발생


세포의 내부구조.핵(노란색)주변에 짚신 모양의 미토콘트리아(빨간색)가 있다.


최근 아프리카설은 유전학 분야의 연구에 힘입어 우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의 윌슨 교수와 그의 동료인 레베카 칸(R. Kahn)은 현생인류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정밀한 시계’를 찾았다.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DNA)다.

흔히 얘기하는 ‘유전자’는 핵 속에 존재한다. 하지만 1% 정도의 유전정보는 핵 바깥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소다.

여성 통해서만 전달되는 유전자

미토콘드리아가 지니고 있는 특징은 여성을 통해서만 전달된다는 점이다. 여성의 난자가 남성의 정자와 결합해 태아가 형성될 때 정자는 난자 속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주입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속에 남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가 만들어질 때 언제나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만이 전달된다. 즉 우리가 지니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오직 여성쪽에서 전해받은 물질이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경우 돌연변이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한다(핵의 유전자보다 10배 빠르다). 현재 과학자들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정도를 보고 ‘얼마나 오래 전부터 돌연변이가 시작됐는지’ 즉 ‘원본’이 언제 제작됐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잘 분석하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윌슨은 세계를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기니아 등으로 나누어 이 지역들에서 온 1백50명의 여성들로부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추출했다. 1987년 윌슨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여성으로부터 얻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가장 돌연변이가 심한, 즉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시기는 대략 20만년 전으로 추정됐다. 아프리카설이 다지역기원설을 누르고 강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순간이다.

이후 미토콘드리아 유전학을 이용한 ‘현생인류 조상찾기’는 계속 진행됐다. 흥미롭게도 현재 유럽인과 아시아인,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점이 밝혀졌다.

화석 증거와 불일치

이 사실은 화석상의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30만년 전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집단, 그리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집단이 서로 가깝다고 한다. 더욱이 10만년 전까지 그 차이는 더욱 증가해 각 지역에서 호미니드 집단들이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됐다. 즉 유럽과 서아시아에는 네안데르탈사람, 아프리카에는 현생인류, 그리고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는 옛슬기사람으로 알려진 곧선사람 중 늦은시기의 형태(Homo heidelbergensis)가 존재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학과 고고학의 이러한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다. 다만 2만-3만년 전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던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웠다는 점을 볼 때 미토콘드리아 유전학의 연구 결과에 좀더 신뢰감이 간다.

3 아프리카설은 완벽한가 반격에 나선 다지역기원설

최근 발견된 화석 인류와 유전학적 증거들 때문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슬기사람의 아프리카 단일기원설을 지지하고 있다. 비록 기원 연대가 언제인지에 대해 여전히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슬기사람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중동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전파됐다는 점에는 점차 동의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지역기원설 주창자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아프리카설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프리카설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의 하나는 슬기사람과 그 이전 사람 사이에서 유전자교환이 어떻게 이뤄졌는가에 맞춰져 있다.


슬기사람과 곧선사람의 유전자교환 문제

먼저 아프리카 대륙에서 슬기사람이 진화했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어떤 특수한 조건이 존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한만디로 '다른 지역도 많은데 왜 굳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는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의미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상식적인 해답은 ‘당시 생태계가 슬기사람의 탄생에 적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 시기에 아프리카 대륙의 생태 조건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한다.

또다른 문제는 슬기사람이 왜 이동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즉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서아시아로, 그리고 지구상의 기타 지역으로 왜 이른시기 현생인류가 확산됐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추측하건데 이른시기 슬기사람의 이주는 기후의 변화와 인구증가, 그리고 점차 새로운 환경에 대한 인류의 적응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인류를 확산시킨 중요한 ‘선택적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요인이 15만년 전부터 5만년 전 사이에 작용하기 시작했으며, 슬기사람이 약 1만년 전까지 계속 이주하도록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늦은시기 곧선사람과 이른시기 슬기사람 사이의 ‘유전자교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연구에 바탕을 둔 아프리카설은 슬기사람이 먼저 살던 호미니드를 완전히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전혀 새로운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등장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 지구 도처에서 조금의 유전자교환도 없이 다른 호니미드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은 동유럽 지역에서 늦은시기 곧선사람과 가장 이른시기 슬기사람 사이에 유전자가 교환된 흔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동경로 추적하기 어려워

설사 슬기사람과 곧선사람 간에 유전자교환이 일어났다 쳐도 문제가 남아있다. 아프리카설의 입장에서 볼 때 유전자교환은 아마도 특정 지역에 한정돼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슬기사람과 곧선사람 사이, 즉 이종(異種) 간에 태어난 자손에게 슬기사람의 유전자가 얼마나 전달될까. 매우 적은 양일 것이다. 즉 지극히 고립된 지역에서 소량의 슬기사람 유전자가 포함된 ‘잡종’의 경우 그 화석을 발견했다 해도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흘러갔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멀지 않은 장래에 새로운 화석인류와 돌연모의 발견, 그리고 유전학 연구를 통해 인류의 탄생과 이동에 관한 대서사시가 쓰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까지 현재 아프리카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둘러싸고 현생인류의 기원에 관한 논쟁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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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선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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