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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관측위성 아리랑1호

2만 5천분의 1 정밀지도 작성

 

아리랑 1호는 TRW의 기술 도움을 받아 국내에서 제작했다.


12월 21일(한국시간) 아리랑 1호가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힘차게 우주를 향했다. 아리랑 1호는 수차례나 발사가 지연돼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위성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불안을 털고 아리랑 1호는 오비탈사이언스사(OSC)에서 제작한 토러스로켓에 의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현재 아리랑 1호는 고도 6백85km에서 98분에 한번씩 지구를 돌면서 자세잡기에 한참이다.

 

아리랑 1호는 다목적실용위성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관측위성.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1994년 위성 개발을 시작할 때 한반도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관측위성을 만드는 일은 주변국가들, 특히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 우려가 높았다. 그래서 관측장비에다 과학실험용 장비를 달아 다목적실용위성이란 옷을 입혔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은 “무슨 다목적위성이 지구관측장비만 달고 있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아리랑 1호에는 전자광학 카메라, 해양관측 카메라, 그리고 우주의 이온층을 탐사하는 장비가 장착돼 있다. 전자광학 카메라의 해상도는 10m. 따라서 2만5천분의 1의 정밀지도를 만들 수 있어 도시계획, 국토개발, 산림 및 식생 분포조사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해양관측 카메라는 해상도가 1km 정도로 전자광학 카메라에 비해 폭넓은 관측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플랑크톤이나 어군 등 전세계 해양자원과, 한반도 주변의 해양오염 정도를 조사할 수 있다. 순수과학실험용인 이온검출기는 우주의 이온이나 방사선을 측정하는 장비다. 아리랑 1호의 수명은 3년.

 

선진국의 65% 수준

 

아리랑 1호의 발사로 우리나라는 7개의 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8개 이상 위성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13개국. 최소한 10위 안에 들려면 캐나다가 보유하고 있는 16개의 위성보다 많아야 한다.

 

아리랑 1호는 지금까지 발사한 우리별위성(Kitsat)이나 무궁화위성(Koreasat)과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우리별은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아마추어 실험위성으로 3호의 경우 무게가 1백10kg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별 3호는 우리기술로 설계한 최초의 위성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궁화위성은 방송통신용 실용위성. 비록 외국(미국 록히드마틴사)에서 제작했지만 국내기업의 개발 참여도가 16%(계약가 기준)에 이르고 상당한 개발 노하우를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아리랑위성은 어떤가. 여기에 대해 말이 많다. 우선 위성개발비가 턱없이 많이 들었다.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3호의 경우 개발비가 1천7백80억원인데 반해, 아리랑 1호는 2천2백43억원. 게다가 탑재장치도 다목적 실용위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그리 다양하지 않다. 관측장비에다 곁다리로 이온검출기를 단 느낌이다.

 

그러나 아리랑 1호를 쏘아올린 한국항공우주연구소(항우연)의 항변을 들어보면 수긍할 대목이 없지 않다. 위성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수업료가 눈에 보이지 않게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IMF는 원화의 가치를 두배 가까이 떨어뜨리고 말았다. 1천원을 주고 살 것을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다보니 2천원이 든 것이다.

 

아리랑 1호의 가장 큰 성과라면 우리의 기술로 어느 정도 지구관측 실용위성을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 아리랑 1호는 미국 TRW사에서 1차로 모델을 개발해보고, 그 모델을 국내로 반입해 우리 기술로 그대로 복사했다. 이 복사과정이야말로 위성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효했다.

 

항우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위성체 시스템 설계기술은 선진국의 80% 수준이고, 위성체 조립 및 시험 능력은 70%, 열제어계 설계 및 제작 능력은 90%, 자세제어계 설계 및 제작 능력은 60%에 이른다. 위성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기술을 놓고 볼 때 선진국의 65%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한국의 NASA라고 할 수 있는 항우연이 황무지와 같은 위성분야에 뛰어들어 아리랑 1호 하나만으로 이만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게다가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 갈수록 위성의 수요가 늘어남을 감안할 때 언제까지 실용위성의 개발을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는 노롯이다.

 

항우연이 아리랑 1호를 개발한 까닭은 멀리 보면 국내 위성뿐 아니라 외국의 위성까지 개발해 주겠다는 것. 연구역량은 선진국 수준이되, 연구원의 급여는 선진국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 곧 경쟁력이다. 항우연은 앞으로 외국위성 개발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는 1년에 한개의 위성을 개발하는 것.


한편 아리랑 1호의 동생격인 2호는 2003년 말을 목표로 곧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 위 6백85km에서 98분에 한번씩 지구를 도는 아리랑 1호의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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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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