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위성 3호가 9월5일 오전 7시 34분(한국시간) 남미 기아나(프랑스령) 쿠루기지에서 발사됐다. 10월 말 동경 116도, 3만 6천Km 상공의 정지궤도에 자리잡게 될 무궁화위성 3호는 앞으로 15년 동안 한반도 및 아시아 지역에 최첨단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무궁화위성 3호는 우리나라의 6번째 인공위성. 지금까지 쏘아올린 위성은 1992년 8월 11일 발사한 우리별 1호를 비롯해, 우리별 2호(1993년 9월 26일), 무궁화 1호(1995년 8월 5일), 무궁화 2호(1996년 1월 14일), 우리별 3호(1999년 5월 26일)가 있다. 오는 11월 항공우주연구소에 발사할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까지 포함하면 모두 7기의 인공위성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인공위성을 7개 이상 가지고 있는 나라는 15개국(6개 이상은 19개국). 그래서인지 무궁화위성 3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도 무덤덤하다. 이제 새로울 게 없다는 뜻일까.
무궁화위성 3호의 발사는 1995년에 발사된 1호의 수명이 다했기 때문. 발사사고로 10년을 내다봤던 수명이 4.5년으로 단축되면서 2호와 짝을 이룰 위성이 필요했다. 그러나 3호를 기존의 1, 2호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록 1호를 대신하기 위해 발사됐지만 3호는 지난 5년의 세월 만큼이나 많은 기술적인 진보를 이뤄냈다.
무궁화위성 3호의 중요한 특징은 2백MHz의 초고속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는 3기의 통신용 중계기(Kb 밴드)를 추가한 것과, 아시아지역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 가변빔 안테나를 달았다는 것.
3호의 통신기능은 Ka와 Ku 두개의 주파수 영역을 활용한다. K 영역은 미국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주파수대. Ka(K above) 영역은 K영역보다 높은 주파수인 30-20GHz을, Ku(K under) 영역은 K 영역보다 낮은 14-11GHz를 말한다.
3호는 1, 2호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Ka라는 새로운 전파영역을 확보함으로써 초고속 통신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Ka 영역의 통신중계기는 1, 2호가 남한지역만 서비스한데 비해 한반도 전역을 서비스지역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무궁화 3호를 ‘통일위성’이라고도 부른다. 3호는 기존의 Kb 영역에서도 중계기를 2배로 늘려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통신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3호에는 가변빔 안테나가 부착돼 있다. 말 그대로 안테나의 방향을 자유롭게 움직여 원하는 지역에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지역을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어 ‘돈을 받고’ 외국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린 한국통신은 2호와 3호를 이용해 초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9월부터 시작한 위성인터넷 영화 서비스.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산간오지 등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고, 이용자가 많아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지상회선을 이용하는 경우 이용자의 접속이 늘어나면 수신화질이 떨어진다.
이밖에도 위성인터넷을 이용해 연극, 공연, 스포츠중계, PC통신, e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36MHz 중계기 1기면 1백개의 채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75cm 이상의 수신안테나와 위성수신단말기를 장착한 펜티엄급 PC가 필요하다. 수신장비 가격은 30만원 정도.
문제는 방송 서비스. 무궁화위성 1, 2호는 1996년 7월 KBS의 위성시험방송(2개 채널)을 시작으로 교육방송 2개 채널, 한국방송대학 1개 채널 등 5개 채널의 방송서비스를 하고 있다. 역량대로라면 50개 이상의 위성방송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 무궁화 1, 2호의 운용율을 보면 통신용은 77%인데 반해 방송용은 21%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위성방송전파를 낭비해온 셈이다. 게다가 무궁화 3호의 발사로 방송채널은 1백70여개로 늘어난다.
이처럼 무궁화위성의 방송서비스를 막고 있는 것은 위성방송의 근거가 되는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의 구성과, 대기업과 언론사 참여 등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한편 좁은 나라에 채널이 너무 많지 않느냐 하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저렴하게 채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요는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예를 들어 학원가에서 원격 강의도 가능하다는 것.
무궁화위성 3호의 위성체를 개발한 곳은 무궁화위성 1, 2호를 개발한 바 있는 록히드 마틴사(社). 우리나라는 위성 설계와 제작에 함께 참여하면서 상당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또 안테나, 충전지 장치 등 일부 부품이지만 우리 제품들도 들어갔다. 그동안 들인 공을 접어두더라도, 투자한 1천7백80억원을 생각해 하루 빨리 통합방송법이 해결되기를 관계자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