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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매일 5-6번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소변은 우리의 건강을 판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건강진단에서 소변검사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아침에 눈을 뜨자, 가볍게 주먹을 쥔다. 손이 부어서인지 주먹이 제대로 쥐어지지 않는다. 요며칠 손이 붓고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는 것 같아 오늘은 병원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들은 풍월로 신장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소변에 이상이 나타난다고 하던데…

사람들은 소변량이 변하거나 소변의 색깔이 평상시와 다르면 몸에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소변을 못 보면 몸이 붓는다. 소변이 어떻게 우리 몸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일까?

소변의 원료는 혈액

소변은 신장에서 혈액이 걸러지면서 만들어진다. 즉 소변의 원료는 혈액인 셈이다. 신장에서 혈액을 거르는 곳을 사구체라고 한다. 사구체는 가는 혈관이 실덩어리처럼 엉켜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신장 하나에는 약 1백 -1백50만개의 사구체가 있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사구체를 지나면 혈액 성분 중에 혈구와 크기가 큰 단백질 등만이 혈관 내에 남고, 나머지 물질과 수분은 모두 걸러져 나온다. 마치 고운 채에 혈액을 흘려보내서 굵은 물질들만 혈관 내에 남겨두고, 수분과 거기에 녹아 있는 작은 물질들을 통과시키는 것과 같다. 이 과정을 여과라 하고, 여과된 액체를 여과액이라고 한다.

하루에 만들어지는 여과액은 1백80L나 된다. 이를 분당으로 환산하면 1분에 약 1백20mL인 셈이다(콜라 반병 정도). 그러나 이렇게 많은 양의 여과액이 그대로 소변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여과액은 신장에서 세뇨관과 수뇨관이라는 긴 통로를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99%이상의 수분과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물질들이 모두 재흡수된다. 재흡수 과정을 마치고 남는 것이 바로 소변이 된다. 만들어진 소변은 요관을 타고 신장에서 방광으로 이동하고, 방광에 보관됐던 소변은 요도를 타고 몸밖으로 배출된다. 성인의 경우 보통 하루에 1.5L의 소변을 본다. 체내의 노폐물을 내보내기 위해 누구라도 최소한 5백mL의 소변은 봐야하므로 이보다 적을 경우에는 병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커피는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소변을 많이 만들도록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소변 잦아져

저녁에 수박을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변의 양은 재흡수되는 수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재흡수되는 수분의 양을 조절해 소변량을 결정하는데는 항이뇨호르몬(소변량을 줄이는 호르몬)이 작용한다.

신장에는 우리 몸의 수분량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 물을 적게 먹어서 센서에서 수분이 적다고 감지되면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난다. 항이뇨호르몬은 재흡수를 증가시켜 소변량을 줄이고 소변의 농도를 진하게 한다. 반대로 수분이 많은 것으로 감지되면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소변량은 늘어나면서 소변은 희석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주 소변을 보게되는 것과 수영장의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갔을 때 요의를 느끼는 것도 항이뇨호르몬 덕분이다. 추운 곳에서는 체표면의 말초혈관이 수축한다. 이렇게 되면 혈액이 몸의 중심부로 몰려 신장을 지나는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센서는 수분이 많은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따라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소변량이 많아진다.

수분량에 관계없이 항이뇨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있다. 술과 커피가 대표적인 것이다. 술이나 커피를 먹으면, 먹은 양 이상으로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이것은 술과 커피가 항이뇨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소변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사구체가 핵심

소변을 못보고 몸이 붓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요독증(의학적으로는 신부전증이라고 한다)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소변으로 못 빠져나온 독기가 몸에 밴 병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부전증은 대개 소변을 만드는 과정 중 혈액을 여과하는 사구체에 문제가 있어 생긴다. 사구체에서의 여과를 혈액을 채로 걸러내는 것에 비유한다면, 채에 찌꺼기가 끼거나 채그물에 녹이 슬어서 수분을 걸러내는 속도가 느려지고 찌꺼기 물질이 계속 혈액 속에 남아있게 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소변량이 줄어들고,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한 수분이 몸에 쌓여서 몸이 붓는다. 또 독성물질을 걸러내지 못하므로 이것이 몸에 쌓여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신부전증이다.

사구체에서 혈액의 여과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문제 중의 또 하나가 단백뇨이다. 단백뇨는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본래 단백질은 크기가 커서 사구체에서 여과되지 않는 물질이다. 그러나 사구체가 손상되면 여과돼서는 안되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온다. 마치 채 그물의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서 빠져나와서는 안되는 큰 단백질이 빠져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정상인의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단백뇨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격심한 운동을 한 후나 열이 있을 때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서 있은 후에 소량의 단백이 소변에 나오는 수도 있다. 이것을 기립성 단백뇨라고 한다. 그러나 정상인의 경우 소변으로 나올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은 하루에 1백50mg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이 이상의 단백뇨는 병으로 봐야 한다. 병적인 단백뇨는 사구체의 손상이 진행되면서 신부전증으로 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해야 한다.

단맛의 소변

평소와 달리 소변을 많이 보면서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갈증을 많이 느끼는 병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애초에 소변에 당이 섞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소변의 맛을 본다면 단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래 혈액 중의 당은 사구체에서 여과됐다가 거의 모두 재흡수 돼 소변에는 극히 미량만이 나오게 돼 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는 혈액 중 당의 농도가 높으므로 여과된 소변의 당 농도가 재흡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이렇게 되면 소변에 당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변에 당이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병은 아니다. 왜냐하면 여과된 소변에서 당을 재흡수하는 양에는 개인차가 있어서 혈중 당 농도가 높지 않은 경우에도 소변에 소량의 당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당뇨병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해서 혈액 중의 당이 높아진 결과, 넘쳐나는 당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는 신장에 이상이 있는 병이 아니다.


맥주를 많이 마시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기본적으로 흡수되는 수분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소변의 색깔은 맥주에 물을 타 놓은 듯한 연한 노랑색이다. 몸속의 유로크롬이라는 색소가 소변속에 섞여있기 때문이다.


색깔과 거품

소변의 색깔이 변했다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소변의 색깔은 본래 맥주에 물을 타 놓은 듯한 정도의 연한 노란 색깔이며, 투명하다. 노란색을 띠는 것은 몸 속에 있는 유로크롬이라는 색소가 소변 속에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수분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 후에는 소변이 진하게 농축되므로 좀 더 짙은 노란색을 띤다.

소변색이 아주 진해져서 황갈색을 띠는 경우에는 황달을 의심할 수 있다. 황달은 간세포의 손상이나 담도의 폐색에 의해 몸에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축적돼 생기는 병이다. 이 빌리루빈 색소가 소변에 녹아 나오면 소변색이 진하게 변한다.

소변색이 붉은 경우도 있다. 다량의 혈뇨가 있으면 소변이 붉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붉은 소변이 반드시 혈뇨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소변이 붉어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약이나 색소의 섭취에 의한 것이다. 색소가 들어 있는 사탕을 먹은 후 소변이 붉어지는 일은 흔한 경우다. 결핵 치료제 중 하나인 리팜핀이라든지, 일부 기생충약, 파킨슨씨병 치료제인 엘도파 등을 먹는 환자도 약 때문에 소변색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소변이 뿌옇거나 거품이 많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균에 의한 요로감염이나, 당뇨병 환자의 소변 속의 당이 발효될 때는 소변에 거품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흔히 걱정하듯이 단백뇨가 있어도 소변이 뿌옇거나 거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뿌옇거나 거품이 있는 소변이 항상 단백뇨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의 소변이 혼탁해지는 것은 소변 속에 섞여 있는 무기물 특히 인산염이나 수산염 등이 소변의 온도 변화에 따라 결정을 만들기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병이 아닌 자연스런 현상이다. 몸안에서 체온과 같은 온도로 저장됐던 소변이 몸밖으로 나오면서 갑자기 식을 때 결정화되면서 소변이 뿌옇게 되는 것이다.


임신을 하면 태반에서 HCG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소변으로 임신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이유다.


임신여부도 알 수 있어

병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소변에는 여러 물질들이 섞여 있다. 사구체에서 여과된 후 완전히 재흡수되지 않는 물질들은 모두 소변에 섞여 나온다. 색깔있는 과자를 먹은 후 소변이 색을 띠는 것은 과자 속의 색소가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마약이나 환각물질의 복용 여부를 소변으로 검사하는 것도 소변 속에 이들의 대사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운동선수가 금지된 약물을 복용했는지의 여부도 소변으로 알아낼 수 있다.

한편 체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도 그 작용을 마치거나 여분의 것이 생기면 소변을 통해 배설된다. 임신을 하면 태반에서 HCG(human chorionic gonadotropin)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소변검사를 통해 임신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물질이 소변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이다.

소변으로 배설되는 물질을 농축해 약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남성 화장실의 소변기에 큰 통을 연결해 소변을 모으는 일이 있는데, 이는 뇌졸중의 응급치료에 쓰이는 유로키나제라는 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임신부의 소변에 들어있는 HCG도 농축돼 성기능부전증이나 습관성유산 등의 치료약으로 쓰인다.

몸의 거울

소변이 더러운 것만은 아니다. 소변이 세균으로 감염된 경우가 아니라면 몸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균이 포함돼 있지 않다. 소변이 우리 몸에 필요없는 노폐물의 배설통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변에 들어 있는 물질은 대사과정을 거쳐 분해된 깨끗한 것들이다.

소변은 몸을 두루 거쳐온 혈액이 걸러져 만들어진 것이므로 몸의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특히 소변을 만드는 곳인 신장에 병이 생기면 소변에 그 신호가 제일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소변은 우리 몸의 건강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흔히 소변검사를 할 때는 소변에 플라스틱 막대 같은 것을 담갔다가 꺼내 색깔이 변하는지를 본다. 이 막대에는 당이나 단백, 혈구 또는 다른 물질들과 반응해 색이 변하는 화학물질을 묻혀 놓았으므로, 검출하고자 하는 물질이 소변에 섞여 있으면 스틱의 색이 변한다.

흔히 성병은 스틱검사로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단체건강진단에 사용하는 간단한 스틱으로는 그렇지 않다. 성병에 걸리면 방광이나 요도에 염증이 생기므로 염증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하게 검사해야 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10단계의 긴 스틱이나 정밀 분석기기로는 소변으로 다양한 질병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낼 수 있다. 또 소변을 원심분리하면 세포들이 아래에 가라앉는데, 이것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면 혈구나 세포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소변검사는 매우 간편하게 할 수 있지만 검사 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 C의 섭취가 많으면 당뇨가 있어도 검사에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소변 줄기의 가운데 부분에서 깨끗하게 채취하고, 채취한 뒤 바로 검사해야 결과가 정확하다.

소변검사와 함께 건강진단을 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혈액검사다. 혈액에 섞여 있는 물질들은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소변보다 더 많이 알려준다.

혈액검사 중 많이 알려진 것에는 간기능검사, 신기능검사, 혈당검사, 혈중지질검사 등이 있다. 간기능검사는 흔히 혈청 지오티(GOT) 지피티(GPT) 검사라고도 알려져 있다. 지오티(GOT), 지피티(GPT)는 간세포 안에 있는 효소인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지 간 세포가 파괴되면 혈액 중에 녹아 나오게 돼 혈중농도가 올라간다. 마치 과일이 상하면 그 상한 과즙이 흘러나오고, 그 흘러 나오는 과즙으로 과일이 상했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기능검사는 혈중에 BUN(Blood Urea Nitrogen)과 크레아티닌이라는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단백질이 분해돼 생기는데 혈중에 있는 노페물을 대표하는 물질이다. 소변을 통해 몸밖으로 배설돼야 하는데 신장에 이상이 있으면 배설하지 못하고 몸 속에 축적된다. 따라서 이 물질의 혈중농도가 높으면 신장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다.

혈당검사는 당뇨병을 진단하는데 쓰인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해 혈액 속의 당이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므로 혈중 당농도가 높게 나온다.

혈중지질검사는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과 같은 지방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음식에 의한 지방 섭취가 많아지거나 체내의 처리과정에 유전적 문제가 있으면 혈중 농도가 올라간다. 이 물질의 농도가 높으면 동맥경화증이 생기기 쉽다.

이상의 검사들은 혈액 속의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것이므로 혈액화학검사라고 부른다. 혈액화학검사가 혈액 중에 녹아있는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라면, 소위 빈혈검사는 고형성분인 세포나 그 세포 속의 물질을 검사하는 것이다. 혈액 중 적혈구의 용적이 줄어들거나 적혈구의 주된 구성성분인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빈혈이라고 한다. 적혈구의 용적은 혈액을 원심분리해 아래에 가라앉는 혈구의 부피로 측정한다.

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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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사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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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준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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