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투우사의 빨간 망토는 속임수


소에게 빨간색은 청색이나 녹색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투우사가 휘두르는 빨간 망토가 소를 흥분시킨다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해석일 뿐이다.


모든 동물이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색을 구별하는 능력은 고등한 무척추동물에서 최초로 나타났다. 두족류(오징어, 문어, 낙지 등), 갑각류(게, 새우, 가재 등), 그 외 많은 곤충들은 색을 잘 식별한다.

곤충들은 어떤 분야에서는 여타의 동물들보다도 뛰어나다. 그들은 인간의 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자외선을 감지한다. 그 때문에 인간이 볼 수 없는 놀라운 세계를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외선 감지필름을 이용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 최근에 이르러서야 곤충들이 보고 있는 자외선의 세계를 알게 됐다.

다수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 주행성 척추동물들도 색채의 세계를 느낀다. 하지만 포유류의 대부분은 색맹이다. 조물주가 포유류에게만 인색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포유류의 선조가 야행성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말이나 소, 족제비, 들쥐 등은 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스페인의 투우사가 휘두르는 빨간 망토와 깃발 때문인지, 소는 빨간색을 보면 흥분하거나 싫어한다고들 하는데 이건 사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소는 빨간색과 흑색, 녹색, 청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친구인 개도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이다. 키우는 강아지가 이쁘다고 예쁜 색깔의 털옷을 입히기도 하고, 빨갛고 파란 원색의 페인트로 개집을 새단장하기도 하지만 강아지는 단지 연하고 짙은 회색과 밝은 녹색만을 구별한다. 서양 영화에서 가끔 주인과 개가 나란히 앉아 컬러 텔레비전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도 개는 주인과 달리 흑백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셈이 된다. 개의 눈은 얼핏보면 아주 날카롭고 번뜩이는 것 같아 섬뜩하고 시력도 아주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사람보다 시력이 나쁘다. 개는 심한 근시여서 사람이라면 진작 안경을 써야할 형편이다.

이웃에서 흔히 보는 중간 크기의 잡종 개가 1백m밖에 있는 주인을 보고 꼬리를 흔든다면 그것은 체취를 느끼고 하는 것이다. 경찰견과 같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개들은 움직이는 표적은 8백50m 안에 들어와야 알아볼 수 있다. 이처럼 개의 눈은 직선 거리상의 보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시야는 광각렌즈처럼 대단히 넓다. 사람은 약 1백80도의 시야를 갖지만 개는 약 2백 50도의 시야를 가지고 있다.

개는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낮잠이나 즐기고 해가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다. 어두움 속에서는 사실 색을 구분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색맹의 불편함도 없다. 그 대신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돼 있다. 이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새들은 원추세포만 가지고 있어서 낮에는 잘 활동하지만 밤이 되면 장님이 되고 만다. 그러나 올빼미나 부엉이같은 야행성 조류의 눈은 동공이 매우 크고 대부분 간상세포만 가지고 있어서 빛이 센 낮에는 도리어 장님이 된다. 이들 동물들의 눈은 가능한 한 빛을 많이 모아서 감도가 가장 높은 망막 위에 초점이 맺히도록 돼 있다. 올빼미는 사람과 비교해서 1백분의 1 정도의 빛만 있어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택 교수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