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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래의 달여행

아르테미스 루나시티호텔

아폴로계획 이후 30년이 가까워지도록 다시 달여행을 계획하는 곳은 없다. 아직도 엄청난 비용에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는 일. 미래의 달여행을 다시 꿈꿔보자.


우주역에서 누굴 만난다면 그는 분명 돈깨나 가진 사람일거다. 더구나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6월 말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몇년 전, 그것도 밤샘하면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예약해두지 않는 한 많은 웃돈을 주어야 겨우 구할 수 있는 것이 달여행 티켓이다. 달까지의 편도티켓은 1kg당 40달러, 65kg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라면 2천6백달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10배가 넘는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다.


지구는 오래 전부터 ‘우주의 오아시스’와, ‘푸른 별’이라는 이미지가 퇴색됐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화석연료 때문이다. 겉잡을 수 없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바람에 지구는 찜통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여름이 오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북극이나 남극으로 떠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늘하게 지은 값싼 지하휴양지에 가을이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마치고 역안으로 들어서면 길이가 1백80m에 이르는 10량짜리 우주열차가 승객들을 기다린다. 이 우주열차는 앞으로 1천km에 달하는 지하터널을 거쳐 시속 4만km의 속도로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이다.


1978년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사가 만든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연상케 하는, 이 우주열차는 한때 J. F. 케네디 대통령의 에너지 고문을 맡았던 물리학자 앨빈 마스크가 고안해낸 것(현원복의 ‘정말 같지 않은 미래세상’참조).


마스크는 지하터널을 뚫고 전기코일을 감아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면 엄청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속거리가 길기 때문에 승객들이 받는 충격은 거의 없다. 문제는 진공 상태의 지하터널에서 나와 대기층을 지나야한다는 것. 그래서 지상으로 나올 때 대기와의 마찰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 1백km는 차츰 공기의 밀도를 높이는 적응구간을 둔다.


20세기 말 마스크가 상상했던 우주열차는 21세기에 들어서 초전도현상이 발견됨에 따라 실용화됐다. 오늘 우주역에 들어선 사람들은 좌석 앞에 꽂혀있는 ‘20세기 우주여행 비화’를 읽으면서 배꼽을 잡을지도 모른다.


“아빠, 1960년대에 처음으로 인간이 우주여행에 나섰대요. 그때를 보면 너무 우습지 않아요.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가볍게 매고 있어야할 안전벨트로 마치 끌려가는 사람처럼 몸을 꽁꽁 묶고 있어요. 게다가 얼굴 좀 보세요. 완전히 짓이겨진 표정이잖아요.”

“네 말이 맞다. 인간을 로켓에다 묶어 쏘아올리는 것을 ‘인간탄환’이라고 하지 않고, ‘우주여행’이라니.” 가족들과 함께 깔깔거리는 동안 어느덧 초록의 화원과 풀장이 마련된 아르테미스 루나시티(lunar city)호텔에 도착한다.


미래의 달여행 로켓 상상도.


달기지 건설 5단계

일본과학기술청이 펴낸 ‘2025년의 과학기술’이란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로 ‘우주태양광발전소’(거대한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우주에서 전기를 생산한 다음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지구로 전송하는 발전소)와 더불어 영구달기지의 건설을 꼽았다. 1997년 11월 격월간지 ‘더 퓨처리스트’에 발표된 조지워싱턴대학의 예측에 따르면 영구달기지가 들어설 시기는 2028년, 그 가능성은 55%였다.


일찍이 영구적인 달기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있다. 바로 독일 출신의 미국 로켓과학자 크라프트 에리케(1917-1984)다. 그는 12살에 독일로켓협회에 참가했고, 2차대전 때는 페네뮌데에서 V2로켓을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전쟁이 끝나자 ‘페이퍼 클립 프로젝트’(미국이 나치스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립한 계획)에 따라 폰 브라운(1912-1977)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이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최초의 액체산소-액체수소 로켓인 센토를 개발한데는 그의 공이 크다.


에리케가 세운 ‘5단계 달기지 개발계획’은 달궤도에 무인궤도선을 두고 무인착륙선을 이용해 달자원을 조사하는 1단계, 달의 저궤도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인간이 직접 달자원을 조사하는 2단계, 달표면에 산소, 철 등의 생산시설, 부품제조공장, 대형구조물 조립공장 등을 세우고 지구로 생산물을 수출하는 3단계, 달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4단계, 달이 지구로부터 수입하는 물량보다 수출하는 물량이 늘어나 달사회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일구는 5단계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에리케의 달기지 건설계획은 이론적으로만 연구됐을 뿐 실제로 관심을 갖는 나라는 없다. “인간의 마음과 영혼은 그들이 다루는 우주와 함께 성장한다”는 에리케의 말이 너무 사치스럽게 들렸던 것일까.


달은 대기가 없기 때문에 생물이 살기에 어려운 곳이다.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내야 하는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사정없이 쏟아지는 방사선과 운석을 방어하는 일도 골치다. 지구에서는 대기가 이런 것들을 차단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이다.


다음 문제는 물. 지난해 1월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루나 프로스펙터는 달의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을 발견한 바 있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물이 있을 리 없다는 지금까지의 통설을 뒤집은 것이다. 달의 남극과 북극에 흩어져 있는 얼음의 양은 1천만-3억t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유럽우주기구(ESA)의 벤 부시 박사는 3곳의 영구달기지 최적지를 ‘지구물리연구회보’ 1999년 5월 1일자에 발표했다. 3곳은 모두 쉽게 얼음을 구할 수 있고, 햇빛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남극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표토 속에 섞여있는 얼음(표토의 0.3-1%)을 수집해 물을 얻는 과정은 그리 쉽지는 않다. 만약 물을 정제해낸다면 전기분해를 통해 로켓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와 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의외로 에너지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대기를 통과하지 않는 강한 태양빛을 이용해 태양광발전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핵융합발전소를 만들 수도 있다. 달에는 핵융합발전에 필요한 헬륨3이 매우 풍부할 뿐더러, 핵융합발전을 하기 위한 고진공상태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다 당장 실현가능한 기술은 아니다. 이밖에도 달기지에는 통신시설, 식량생산, 수송시설, 쓰레기 처리시설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지구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1996년 미국방부는 클레멘타인 위성의 탐사결과를 보고하면서 달에 얼음이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1주일 달여행 비용은 9만6천달러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정부는 아직 한곳도 없다. 있다면 민간차원에서 수립된 아르테미스계획(www.asi.org)이 유일하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루나리소스사(LRC)는 1994년 자급자족이 가능한 영구적인 달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아르테미스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왔다. 아르테미스(Artemis)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1백87개의 객실을 갖춘 루나시티호텔이 달에 들어선다. 이 호텔은 각종 위락시설이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벌과 나비들이 객실 사이로 날아다니는 유토피아가 될 거라는 것이 루나리소스사의 설명. 루나시티호텔을 왕복할 우주선은 1단궤도로켓(SSTO)으로 50명이 탈 수 있으며 모두 50대가 마련된다. 따라서 1년 365일 언제든지 달을 방문할 수 있다. 1주일 여행비용은 9만6천달러.


그러나 아르테미스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루나리소스사에 따르면 우주선 개발비용은 2백5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를 모두 루나리소스사가 감당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루나리소스사는 달여행계획을 수립해 그 꿈을 먹고사는 작은 회사다. 커피잔, 티셔츠, 가방에 달여행 관련 문구나 캐릭터를 새기고 이를 파는 것이 주수입원. 또 직원들을 보면 사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SF작가이거나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통신망 사업자인 일루미내티 온라인, 인터넷 어플리케이션 회사인 사이버팀스를 스폰서로 뒀지만, 이들 역시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달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이 요원하다면 지구궤도에서 달콤한 휴가를 보낼 계획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지구궤도 위에 우주호텔을 짓겠다고 처음으로 나선 곳은 일본의 건설회사인 시미츠(淸水). 1994년 이 회사는 1조엔을 들여 2010년까지 4백50km 상공의 지구궤도에 도넛 모양의 우주호텔을 짓겠다는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지름이 1백50m에 달하는 이 호텔에는 64개의 객실과 레스토랑, 스포츠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원심력을 이용해 인공중력을 만듦으로써 지구중력에 적응해온 인간에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이디어. 그러나 무중력에서 우주유영을 즐기는 기쁨을 빼앗지 않기 위해 특별시설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1997년 시미츠는 호텔의 완성년도를 2020년으로 미뤘다.


1997년 11월 시미츠에 이어 미국의 WAT&G사도 2017년까지 지구궤도에 1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주호텔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일본의 시미츠보다 3년이 앞선 것. 특징은 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용체육관, 우주유영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광시설, 야채를 재배할 수 있는 수경정원을 갖춘다는 것이다. 1일 여행비용은 5만달러 수준이며 우주선은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하고 있는 X33 벤처스타를 이용할 예정이다.


1962년 케네디는 라이스대학 연설에서 말했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다 죽은 영국의 탐험가 조지 말로리(1886-1924)는 왜 그곳을 힘들게 오르려고 하냐고 묻자, 그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주도 그곳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올라야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실시된 국민조사에서 조사대상자의 40%가 우주여행을 위해서라면 1만달러는 기꺼이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일본로켓학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70% 정도가 3개월치의 월급을 우주여행에 쓰겠다고 답변했다. 왜 우주여행을 하냐는 질문은 우문(愚問)이 된지 오래됐다. 우주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미츠 건설회사가 2020년 지구궤도 위에 완성하려고 하는 우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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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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