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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혁명 일으킨 트랜지스터


발명왕 에디슨은 '에디슨 효과'를 발견해 진공관 발명에 기여했다.


토머스 앨바 에디슨(1847-1931)은 일생 동안 1천93개의 특허를 냈다. 전신기, 전화기, 축음기, 백열전등, 영사기, 축전기 등 수많은 발명품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슨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발명가라고 노벨상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표적인 사람은 이탈리아의 굴리엘모 마르코니(1874-1937)와 스웨덴의 닐스 달렌(1869-1937). 마르코니는 1909년에 전신기를 발명한 공로로, 달렌은 1912년에 자동조명을 이용한 무인등대를 개발한 공로로 각각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에디슨의 발명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에디슨에게 노벨상을 탈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883년 백열전구를 개발하고 있을 무렵 그는 우연히 진공에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훗날 ‘에디슨 효과’라고 불렸다. 하지만 백열전구 발명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에디슨효과의 과학적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대학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그에게 과학적인 연구란 거추장스러운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영국의 물리학자 오언 리처드슨(1879-1959)이 에디슨효과를 이용해 192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진공상태에서 금속 필라멘트를 가열하면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것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했던 것이다.

에디슨의 두번째 실수는 에디슨효과가 진공관의 발명에 산파 노릇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점. 현대 전자공학의 출발점인 진공관을 처음 만든 사람은 에디슨이 아닌 영국의 전기공학자 존 플레밍(1849-1945)이었다. 전류, 자기장, 도체의 운동방향을 결정하는 ‘플레밍의 법칙’으로도 유명한 플레밍은 런던대학에서 잠시 교수 생활을 하다가 에디슨전등회사 런던지사에 입사해 행운을 잡았다. 그는 그곳에서 에디슨효과를 만났던 것이다.

플레밍은 전구 안에 있는 필라멘트 주위에 금속판(양극판)을 두르고 필라멘트를 가열했다. 그랬더니 금속판에서 튀어나온 전자들이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줬다. 금속판이 양으로 대전되면 전자들이 금속판으로 몰려 전류가 흐르고, 음으로 대전되면 전류가 흐르지 않은 것. 이 장치는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플레밍은 이렇게 해서 최초의 2극 진공관을 만들었다.

1907년에는 미국의 리 드포리스트(1873-1961)가 이를 바탕으로 3극진공관을 발명했다. 3극 진공관은 필라멘트와 양극판 사이에 ‘그리드’라는 금속판을 두어 전자들을 가속시킴으로써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었다. 이로써 진공관은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기능, 미세한 신호를 키워주는 증폭기능, 일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전류가 흐르는 스위치기능(논리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을 갖출 수 있었다. 이러한 기능들은 마르코니의 무선전신 보급,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발명, 컴퓨터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진공관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깨지기 일쑤였고,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냉각장치를 붙여 늘 식혀줘야 했다. 커다란 부피를 소형화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도 지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진공관을 대체할 반도체를 찾아나서야 했다.

1940년대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게르마늄과 규소(실리콘)가 제한적으로 전류를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왜 부도체인 이들이 전류를 통과시키는지 그 이유를 알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 원인은 불순물이었다.

게르마늄의 최외각 전자는 4개이다. 여기에 최외각전자가 5개인 비소를 불순물로 넣으면 1개의 전자가 남아 양극으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또 게르마늄에 최외각전자가 3개인 붕소를 불순물로 첨가하면 게르마늄의 최외각전자 1개에 대응하는 정공(hole)이 생겨 음극으로 움직인다. 자유로워진 전자와 정공이 부도체인 게르마늄에 전류가 흐르게 한 것이다. 흔히 전자를 n(negative)형 반도체, 후자를 p(positive)형 반도체라고 한다.


1947년에 개발된 최초의 트랜지스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벨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1910-1989), 존 바딘(1908-1991), 월터 브래튼(1902-1987) 등은 1947년 12월 23일 마침내 애타게 기다리던 반도체의 꿈을 이뤄냈다. 그들이 만든 반도체의 이름은 증폭기능을 가졌다는 ‘앰플리스터’(amplister)와 저항을 바꿈으로써 신호를 전달한다는 ‘트랜지스터’(transister)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다 트랜지스터로 최종 결정됐다.

트랜지스터의 장점은 작게 만들 수 있고, 소비전력도 매우 적다는 것(진공관의 1백만분의 1). 게다가 진공관처럼 예열할 필요도 없고, 열도 나지 않고, 타는 일도 없었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트랜지스터는 1953년 보청기에 처음 사용된 이후 수많은 전자제품의 탄생에 기여했다. 1956년 쇼클리, 바딘, 브래튼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보상이다.

트랜지스터 발명을 주도했던 쇼클리는 1955년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팔로알토에 최초의 반도체회사인 쇼클리반도체연구소를 세웠다. 이곳 출신의 로버트 노이스(1927-1990)는 오늘날 반도체칩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텔사를 설립했다. 바딘은 이후 초전도 연구에 몰두해 1972년 두번째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1946년 2월 15일에 공개된 ENIAC은 진공관을 이용해 만든 전자계산기였다. 무게는 30t.
 

199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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