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급격히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의 기원은 무엇일까. 미국 국방부가 1969년부터 가동한 전산시스템인 아르파넷(ARPANET)에 1970년대부터 여러 다른 네트워크드들이 맞물림으로써 확대돼 나갔고, 여기서 네트워크들 사이(inter)의 맞물림을 뜻하는 '인터넷(internet)'이란 말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인터넷이 움직여 나가는 핵심적인 기술내용이 실은 원자폭탄 때문에 나왔다는 점은 잘 모를 것이다.
아르파넷은 이전과는 두렷이 구별되는 두가지 혁신적인 개념에 기반해서 개발됐다. 하나는 '분산네트워크'라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 하나의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와 최소한 두군데 이상씩 맞물리면서 그물처럼 얽히고 설키게 하는 '분산네트워크'라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물처럼 얽히고 설키게 하는 전산연결망을 가리킨다. 기존의 네트워크형태는 가운데 주컴퓨터 주위로 다른 컴퓨터들이 하나씩 연결돼 있는 중앙집중식이었다. 이 형태에선 중앙의 명령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각 컴퓨터에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산네트워크에선 중앙과 주변의 경계가 없어져 버렸다.
두번째 혁신적인 개념은 '패킷 스위칭'(packet swiching)이란 것이다. 전달할 자료를 여러개 조각으로 나누어서 각 조각마다 자료 내용의 제목이나 보내는 이에 대한 전반적 사항이 담긴 '헤더'(header)와 주고받는 곳의 주소를 붙인 다음 이 조각들을 각각 다른 경로를 통해 전송하는 방법이다. 보통 쓰고 있던 써킷스위칭(circuit switching)에서는 고정된 경로를 통해 자료전체를 한꺼번에 보내었고, 패킷스위칭은 이런 기존 방식과 견주어 볼 때, 비효율적이고 훨씬 더 복잡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국방부는 왜 '귀찮게' 이런 비효율적이고 느린 방식을 통해 아르파넷을 구축하려고 했을까? 바로 소련의 미국에 대한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핵전쟁의 상황에서 지휘체계와 통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살아남게'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고려 때문이었다는 말이다. 핵전쟁을 통해 두개의 전산망 사이의 경로들 가운데 어느 한부분이 파괴되더라도, '분산네트워크' 시스템에서는 남아있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 서로 통신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자료를 보내다가 적의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자료 전체를 다시 보낼 필요는 사라질 것이었다. 이는 '패킷 스위칭' 덕분으로, 이 방식에선 여러 조각으로 나뉜 자료들을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전달하므로, 없어진 부분만 따로 신호를 보내 받으면 되는 것이다.
지구 곳곳을 전산망을 통해 서로 맞물리게 해주는 인터넷. 이를 탄생시킨 혁신적인 개념이 가상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궁리하다가 나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인터넷이 핵폭탄이 안겨준 선물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