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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세제로 쓰이는 달걀껍질

요즘 미국에 ‘슈퍼푸드’ 열풍이 분다고 한다. 슈퍼푸드란 맛있고 쉽게 구해지며 수세기에 걸쳐 영양가가 입증된 음식이다. 슈퍼푸드로 10가지 정도 음식이 소개됐는데 이번 글의 주인공인 달걀도 그 중 하나다.

영양학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 박사에 따르면 달걀에는 구루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D, 심장과 뇌 건강에 좋은 콜린, 모발과 손톱을 튼튼하게 해주는 무기염류가 들어있다고 한다. 슈퍼푸드로 입증된 달걀과 함께 신나는 실험 과학여행을 떠나보자.

달걀껍질 중 바깥쪽 딱딱한 부분을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구멍이 많이 나있는데 이 구멍을 통해 여러 가지 물질이 출입한다. 껍질 안쪽에 있는 흰색 막은 여러 겹으로 된 치밀한 구조다. 달걀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단세포 중 하나로 달걀의 안쪽 껍질은 세포막에 해당하는 반투과성 막이다. 선택적 투과성을 갖고 있어 크기가 큰 분자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세포에 필요한 물질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달걀 안쪽막의 특성 때문에 세균은 달걀 속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냉장고에 넣지 않고 상온에서도 달걀을 상당기간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겹으로 이뤄진 안쪽막이라고 해도 물 분자처럼 크기가 작은 분자가 출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신선한 달걀은 농도가 낮은 소금물에서 가라앉지만 오래된 달걀은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농도가 낮은 소금물에도 둥둥 뜬다. 이는 안쪽막과 껍질을 통해 수분이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바깥쪽 달걀껍질은 훌륭한 천연세제가 된다. 설거지 할 때 손이 잘 들어가지 않는 좁고 긴 병은 깨끗하게 씻기가 곤란하다. 이때 달걀껍질을 병 속에 부셔 넣고 흔들면 병이 깨끗하게 씻긴다. 날카로운 달걀껍질 단면이 찌든 때를 벗겨내는 수세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토피 환자처럼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화학세제나 표백제로 속옷을 세탁하면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달걀껍질을 거즈 주머니에 넣어 빨래와 함께 삶으면 달걀껍질 삶은 물이 천연세제와 같은 역할을 해 빨래가 깨끗해지고 피부 트러블도 막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세제는 대부분 염기성이다. 염기는 펩티드 결합을 끊어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다. 달걀껍질은 주성분이 탄산칼슘(CaCO3)이므로 달걀껍질을 삶은 물은 염기성을 띤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달걀껍질 삶은 물이 천연세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내리는 산성비는 토양을 산성화시킨다. 실외에 화단을 가꾸거나 화분에서 식물을 키울 때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려면 수산화칼슘, 산화칼슘, 탄산칼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달걀껍질에 있는 탄산칼슘은 토양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식물에게 필수적인 10가지 원소 중 하나인 칼슘을 보충해 화초가 싱싱하게 자란다.

탱글탱글 누드달걀 만들기

평소에는 불투명하고 딱딱한 껍질 때문에 달걀 내부를 들여다보기 힘들다. 깨뜨려서 볼 수는 있지만 중력의 영향으로 퍼진 노른자와 흰자가 아니라 동그란 상태 그대로를 투영해 보기 위해서는 달걀껍질을 녹여 누드달걀을 만들어야 한다.

달걀껍질을 녹이기 위해 산성을 띤 물질이 필요하다. 달걀껍질 외에 조개껍질, 석회암, 대리암, 분필도 탄산칼슘을 포함하는데 이런 물질은 산과 반응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강산인 염산(HCl)을 이용하면 더 빨리 누드달걀을 만들 수 있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약산인 식초를 이용한다. 염산보다 긴 시간 기다려야 하지만 식초를 이용하면 장점이 있다. 염산은 산성이 강해 짧은 시간만 반응시켜도 단백질이 응고돼 흰자가 하얗게 변한다. 하지만 식초를 이용하면 투명하게 비치는 누드달걀이 만들어진다.

식초는 아세트산(CH3COOH)수용액이다. 슈퍼마켓에서 2배 식초를 판매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보통식초보다 더 빨리 달걀껍질을 녹일 수 있다. 2배 식초에 달걀을 통째로 넣으면 넣자마자 식초가 끓는 것처럼 거품이 나는데 이 거품의 정체는 이산화탄소다. 2배 식초에 24시간 정도 넣어두면 바깥쪽에 있는 탄산칼슘 껍질이 모두 녹아버려 노른자가 훤히 비치는 누드달걀이 된다. 누드달걀을 손으로 눌려보면 탱글탱글한 탄성이 느껴진다.

달걀로 만드는 컬러 미니분수

삼투현상은 반투과성 막을 경계로 용질의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일때 배추보다 농도가 높은 소금물 쪽으로 물이 이동해 배추가 절여지는 현상은 삼투현상의 좋은 예다.

달걀의 안쪽막은 앞서 말했듯이 반투과성 막이다. 식초에서 꺼낸 누드달걀을 12시간 정도 물에 넣어두면 달걀이 터질듯 부풀어 오른다. 물이 반투과성 막인 달걀 안쪽막을 통해 상대적으로 고농도인 달걀 속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부풀어오른 달걀을 하루정도 물에 더 넣어 두면 달걀이 터져버린다.

불어있는 달걀을 꺼내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면 분수처럼 물이 나온다. 물속에 식용색소를 넣어두면 컬러 미니분수를 볼 수 있다.

달걀보다 농도가 높은 고장액에 달걀을 넣으면 반대로 달걀 속에 있던 물 분자가 고장액 쪽으로 빠져나간다. 누드 달걀을 물에 넣으면 가라앉지만 설탕과 물을 1:1로 섞어 50% 설탕물을 만든 뒤 누드달걀을 넣으면 달걀이 설탕물 위로 뜬다. 누드달걀의 밀도가 물보다 크지만 50 % 설탕물보다 작기 때문이다. 12시간 정도 기다리면 달걀 속 수분이 삼투현상에 의해 농도가 더 높은 설탕물 쪽으로 빠져나가 쭈글쭈글한 누드달걀이 된다.

<;실험 따라 하기>;

실험 준비물
달걀, 2배 식초, 달걀이 들어갈 만한 용기, 소형 유리용기, 식용색소, 바늘, 일회용 장갑, 넓은 종이

실험 방법
① 날달걀을 2배 식초에 넣는다. 달걀의 밀도가 2배 식초보다 작아 달걀이 위로 뜨므로 소주잔 같이 작은 용기로 달걀 윗부분을 눌러 준다.
② 24시간 정도 기다린다.
③ 식초에서 꺼내어 흐르는 물에 씻어주면 속이 비치는 누드달걀이 얻어진다.
④ 식용색소를 탄 물에 누드달걀을 넣고 12시간 정도 기다린다.
⑤ 종이를 깔고 일회용 장갑을 착용한 뒤 달걀을 꺼내 바늘로 찌른다.

실험 결과
누드달걀과 달걀 미니분수가 관찰된다.

실험 시 유의할 점
① 식초와 달걀이 있는 용기를 밀폐하지 않는다. 달걀껍질에서 이산화탄소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 밀폐할 경우 용기 속의 기압이 높아져 용기가 터질 우려가 있다.
② 실험도중에 달걀이 터질 수 있으므로 누드달걀을 여러 개 만드는 편이 좋다.
③ 2배 식초에 달걀을 넣고 2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더 오래 두면 흰자가 산에 의해 응고돼 속이 비치는 누드달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④ 식용색소를 탄 물에 넣을 때도 1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달걀 속으로 물이 들어와 달걀이 터지므로 달걀분수를 만들 수 없다.
⑤ 수성물감도 분자 크기가 크면 달걀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므로 되도록 식용색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식용색소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 실험기자재 판매처를 이용한다.
⑥ 달걀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소가 튈 수 있으니 바닥에 종이를 넉넉히 깔아주고 색소가 묻어도 괜찮은 옷을 입고 실험하도록 한다.
 

200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겸임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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