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ET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 어린이와 ET가 자전거를 타고 보름달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력 때문이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열기구나 비행기, 로켓을 타면 된다. 금세기 초 라이트 형제에 의해 인간이 처음으로 하늘을 날게 된 뒤로 비행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인공위성이나 우주 왕복선에 의한 우주 탐험도 더이상 동화 속의 얘기가 아니다.
항공기나 로켓은 중력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그보다 힘이 센 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거대하기 짝이 없고 비용이 많이 들며 실용성의 측면에서 효율이 매우 낮다. 이런 장치 없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속임수 입증 못해
놀랍게도 이런 증거는 매우 많다. 19세기 중반 영국인 홈은 자신의 의지대로 공중을 떠다닐 수 있게 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를 실현해보였다. 군중 가운데는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도 있었다.
사실 공중부양은 홈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1657년 영국에서 신들린 상태의 12세 소년 헨리 존스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중으로 떠올라 양손을 천장에 대는 재주를 보였다. 한번은 정원 울타리 너머로 9m나 날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카멜리트의 수녀인 성녀 테레사는 공중부양을 행했다. 코페르티노의 수도사 성요셉은 22살 때 갑자기 공중부양을 익히게 되서 교황을 알현할 때도 지상에서 몇m 높이까지 떠올랐다.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는 것도 기적만은 아닐 것이다.
학자들은 중력에 반하는 이 공중부양 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했지만 대체로 다음 두가지의 가능성을 지적한다. 첫째 특수하게 수련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육체의 조절 현상이며, 둘째 중력의 일시적인 전위 현상 또는 반중력 현상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초능력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두번째 설명인 일시적인 반중력 현상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그런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
중력이란 무엇일까. 어떤 물건이든 끌거나 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데, 이때 움직이게 하는 것을 힘이라고 한다. 그런데 힘 중에는 두 물체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실체가 보이지 않지만 서로 작용을 미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자석은 쇠를 끌어당기지만 자석과 쇠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도 보이지 않는다. 중력 역시 그런 힘이다. 즉 지구와 물체 사이에 아무런 연결이 없지만 지구가 물체에 작용해서 그것을 지면으로 끄는 힘이 중력이다.
중력은 지구를 포함하는 전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힘이다. 즉 우주가 존재하는 한 중력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1933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츠비키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을 세밀하게 조사하던 중 각 은하가 빠른 속도로 따로 따로 흩어지는 운동을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런데 만일 은하가 제멋대로 움직였다면 은하는 어딘가로 사라져 현재와 같은 은하단을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츠비키는 은하 주위에 밀도가 매우 높은 영역이 있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중력 때문에 각 은하가 ‘특이운동’(特異運動)을 한다고 생각했다.
츠비키는 은하를 이끌 정도로 강력한 중력을 가진 물질의 총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은하단 안의 은하 전체를 합한 값보다 1백배 이상 질량이 크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를 ‘잃어버린 질량’(missing mass) 또는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암흑물질의 실체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정확히 알려진 정설은 없다. 단지 몇가지 후보물질이 거론될 뿐이다.
은하계 중심에서 발견된 블랙홀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는 뉴트리노다(과학동아 98년 6월호 특집 ‘과학의 역사 바꿀 미스터리입자’ 참조). 뉴트리노는 고속으로 운동하는 ‘뜨거운 입자’이다. 그래서 ‘뜨거운 암흑물질’이라고도 불린다. 한 가설에 따르면 뜨거운 암흑물질의 우주에서 은하단 규모의 구조가 생기고, 이것이 분열해 은하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실 은하의 구조와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뉴트리노와 달리 열운동이 매우 작다는 의미에서 ‘찬 암흑물질’로 불리는 액시온이라는 소립자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갈색왜성(별의 일생에서 사멸 단계에 이른 작은 별)도 후보 중 하나다. 갈색왜성은 빛을 발하지 않는 별이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기본요건을 갖추고 있다. 또 갈색왜성 1개는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볍지만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모든 갈색왜성을 모은다면 암흑물질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았다.
한편 암흑물질이 우주 초기에 형성된 블랙홀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은하의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태양의 천만-1억배의 질량)의 존재가 확인됐다. 그리고 은하계 중심 부근에 있는 별들이 고속으로 이 중심 주위를 운동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처럼 암흑물질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우주는 암흑물질에서 발생하는 중력이라는 힘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지구뿐 아니라 우주 차원에서 중력은 깨뜨릴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에 반하는 일시적인 반중력 현상이란 발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