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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비한 고래의 생태

소리로 보고 공기방울로 먹이 사냥

어렸을 때 고래가 바닷물을 들여마시면 바닷물이 반쯤 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고래가 크다는 얘기다. 사실 고래는 지구에서 살았거나 살고 있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흰수염고래)는 몸길이가 30m이고, 몸무게도 1백70t이 넘는다. 이는 수코끼리 30-35마리의 무게요, 성인(70kg) 2천4백30명의 무게와 맞먹는다. 중생대에 살았던 가장 큰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25m, 40t) 4마리를 합해 놓은 것과 같다.

고래는 특이하게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포유류다. 몸은 유선형이고 두꺼운 피하지방층이 있어 찬 바닷물 속에서도 체열을 잃지 않는다. 폐도 잘 발달해 물속에서 오래 견딜 수 있으며, 콧구멍은 머리 위에 붙어 있어 몸을 물 밖으로 내밀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다. 꼬리는 수면에 평행해 힘들이지 않고 큰 몸을 전진시킬 수 있다. 꼬리를 움직이는 등근육은 고래의 몸에서 가장 강한 근육 덩어리로, 5.4t이나 되는 킬러고래는 자신의 몸을 해면 위 6m까지 뛰어오르게 한다.
 

범고래


킬러고래의 재치

이빨고래의 이빨 모양과 숫자는 먹이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다. 킬러고래의 이빨은 60개로 워낙 커 한번 물리면 헤어날 수 없다. 킬러고래는 한번에 약 23kg의 먹이를 삼킨다고 한다. 반면 작고 미끄러운 물고기를 먹는 병코돌고래의 이빨은 날카롭고 아주 많다. 보통 이빨수는 1백-2백개다.

이빨고래의 몸집은 수염고래에 비해 작다. 이빨고래 가운데 가장 큰 말향고래(향유고래, 향고래)의 경우 15m 정도에 40t 정도 된다. 미국 작가 허만 멜빌의 소설 ‘백경’(Moby Dick)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말향고래다.

이빨고래의 지능은 꽤 높다. 수족관에서 재주를 부리는 돌고래나 킬러고래도 이빨고래다. 킬러고래는 돌고래 못지 않은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먹이인 해표 새끼를 잡을 때 파도를 이용한다. 해표 새끼들이 무심코 바닷가에서 노닐 때 킬러고래는 파도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파도를 타고 몰래 해안으로 접근해 해표 새끼를 덮친다. 그 동작은 너무 빨라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 킬러고래는 두꺼운 얼음조각 위에 올라앉은 해표를 두마리가 협동해서 잡기도 한다. 한마리는 얼음 아래로 들어가 얼음조각을 기울이고 다른 한 마리는 미끄러져 떨어지는 해표를 받는다.

공기방울 그물로 먹이 잡는다

수염고래는 동물 플랑크톤을 걸러 먹을 수 있는 수염을 가지고 있다. 수염은 입천장에 붙은 케라틴으로 된 가늘고 뻣뻣한 빗살조직이다. 이들은 동물 플랑크톤인 크릴이나 물고기를 물과 함께 마신 다음 물을 수염 사이로 빼내고 먹이만 걸러 먹는다.

북태평양에 살고 있는 회색고래(풀고래, 귀신고래)는 유일하게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를 얻고 있다. 이들은 바다 밑바닥을 머리로 받아 구름같이 일어나는 펄을 들이킨 다음 펄과 물을 내보내고 수염에 걸리는 작은 갑각동물을 먹는다.

수염고래의 식사량은 대단하다. 대왕고래는 보통 한입에 50kg을 먹는다. 한끼는 많이 먹을 경우 크릴 5백만마리, 무게로 약 2t에 이른다. 그리고 하루에 먹는 양은 약 4.1t 정도.

수염고래에 속하는 혹등고래는 먹이를 잡기 위해 공기방울로 그물을 친다고 한다. 먹이가 많은 곳에서 한두 마리가 먼저 먹이떼의 둘레에 원을 그리면서 거품을 내면, 먹이들이 놀라서 거품그물의 가운데로 몰려든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혹등고래는 그물의 가운데로 돌진해 먹이를 삼킨다. 이 사실은 1966년에야 알려졌다.
 

돌고래는 킬러고래와 백상아리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마리의 암컷이 새끼들을 가운데 두고 돌본다.


소리로 본다

바닷물 속에서는 아무리 물이 맑아도 60m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눈이 있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래는 소리를 이용해 본다. 바로 초음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모든 고래는 두개골 속에 있는 공기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음파를 낸다. 이 음파는 이마에 있는 멜론을 지나 밖으로 전파된다. 멜론은 기름으로 꽉 차 있어 음파를 증폭하는 일을 한다. 이는 마치 볼록렌즈로 빛을 모아 뜨겁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래는 자신이 낸 음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수신한다. 그러나 반사파는 고래의 귀로 곧장 가지 못하는 수가 많다. 실제 고래의 귀는 소리를 듣기에 좋은 위치에 있지 않으며 막힌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고래는 아랫턱뼈로 반사파를 수신하며, 반사파는 기름이 들어찬 통로를 따라 내이(內耳)로 전달된다.

결과적으로 고래는 소리를 통해 부근의 지형, 먹이, 적, 동료의 위치와 움직이는 방향 등을 상세히 알아낸다. 돌고래의 경우 1초에 2천번의 음파를 낸다고 한다. 돌고래의 뇌는 매우 발달해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눈깜짝할 사이에 해석한다. 이런 점에서 돌고래의 뇌는 고성능의 컴퓨터와 마찬가지다. 돌고래의 음파수신장치는 너무나 정밀해 3m 떨어진 10cm 크기의 작은 물고기도 밝혀낸다.

한편 고래는 같은 종류끼리 그들만 통할 수 있는 주파수로 의사를 소통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래가 바로 혹등고래다.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는 마치 피리를 부는 것 같이 아름답고 특이하다. 미국의 세계적인 지리학잡지인 ‘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는 1970년대에 혹등고래의 울음소리를 녹음한 작은 음반을 책에 붙여서 판매한 적이 있다. 혹등고래는 자신의 특유한 노래를 작곡할 뿐더러 매년 노래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수고래는 3천km 이상 떨어져 있어도 의사를 소통한다고 한다. 이는 바닷물 내부의 물리적 성질이 다른 수층을 따라 솔리톤(과학동아 98년 6월호 특집 ‘미스터리 입자’ 참조)의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음파는 물속에서 초속 1천5백m로 전달된다.

고래새끼의 첫 호흡

고래(특히 이빨고래)에게는 사람 외에 천적이 없지만 보호색을 띠고 있다. 위에서 보면 바다 색깔과 같고, 아래에서는 하늘색과 같다. 그러나 새끼를 낳을 때는 예외적으로 백상아리의 습격을 받는다. 눈치 빠른 백상아리가 피냄새를 맡고 새끼가 태어난 것을 안 까닭이다. 큰 백상아리는 한 입에 10kg의 살덩어리를 뜯어낸다.

고래 새끼는 물속에서 태어난다는 점에서 다른 포유동물의 새끼와 다르다. 그런데 고래 새끼는 태어날 때 질식하지 않으려고 숨을 쉬지 않는다. 막 태어난 새끼는 탯줄이 끊어지면 곧바로 해면을 향해 헤엄친다. 이때 새끼가 제대로 헤엄치지 못하면 어미는 새끼 몸 아래서 새끼를 물 위로 밀어올려 질식되지 않도록 한다. 해면에서 최초의 호흡을 한 다음에야 고래 새끼는 어미젖을 빨기 시작한다.

고래의 어미젖은 지방과 영양분이 매우 많다. 그래서 대왕고래 새끼는 한시간에 4.5kg, 하루에 1백kg, 한달에 3t씩 체중이 는다고 한다. 생후 7개월이 되면 대왕고래 새끼는 15t에 이른다.

유아원을 갖춘 돌고래

돌고래는 지능이 매우 높다. 그들의 앞쪽 뇌의 표면은 사람 뇌의 두배 가량 주름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 주름이 돌고래의 지능과 관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원과 삼각형, 큰 원과 작은 원을 구별한다. 또 눈을 가린 채 30m 떨어져 금속, 나무, 플라스틱을 구별해낸다. 이런 능력은 눈의 역할을 하는 초음파 수신기관이 형태나 재질에 따른 미세한 파동의 차이를 구별해낼 만큼 발달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돌고래가 매우 장난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종종 시속 70km로 헤엄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배와 수영시합을 한다. 또 거의 모든 물체, 예를 들면 공, 해초, 통나무, 심지어 배가 부르면 먹이와도 장난을 친다. 거북, 물고기, 해표, 새, 다른 고래 등도 장난의 대상이 된다. 때로는 해안까지 몰려와 사람들과 놀다 간다. 그러나 돌고래는 야생동물인 만큼 언제 이빨을 들이댈지 가늠하기 어렵다.

돌고래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람이나 물체를 해안쪽으로 밀어가는 습성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돌고래 두마리가 바다에 빠진 미국 공군이 탄 구명보트를 해안으로 밀고가 그들을 구출했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돌고래는 물고기를 놀라게 해서 튀어올랐다 떨어지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또 산호초에서 사는 돌고래는 먹이를 산호초 사이에 몰아넣고 잡아먹는다. 아마존강에 사는 원주민들은 수천년 전부터 이러한 돌고래 습성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물고기 떼가 다가오면 아마존강돌고래(Inia geoffrensis)는 뛰어올라 물고기를 놀라게 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원주민들은 그물을 던진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물고기는 돌고래의 먹이가 된다. 돌고래는 물고기를 잡으면 물고기를 돌려서 머리부터 먹는다. 그러나 돌고래는 이빨로 먹이를 물 뿐 씹지는 못한다.

가끔 돌고래는 킬러고래의 먹이가 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킬러고래가 나타나면 돌고래들은 마치 그들에게 쫓기는 물고기떼처럼 둥근 덩어리로 뭉친다. 킬러고래는 돌고래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돌고래 주위를 둥글게 헤엄치며 공격한다.

새끼 돌고래는 태어날 때 몸길이는 90-1백27cm, 몸무게는 14-23kg 정도이다. 몇 주 동안은 이빨도 나지 않으며 어미와 3년에서 6년 정도를 함께 다닌다. 돌고래 암컷은 암사자나 암코끼리처럼 새끼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보모 역할을 한다. 그들은 새끼돌고래들을 가운데에 두고 원형으로 헤엄쳐 새끼돌고래들이 안전하게 놀도록 한다. 일종의 새끼돌고래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잠수챔피언 말향고래

말향고래(Physeter macrocephalus)는 머리가 몸의 3분의 1 정도 되는 특이하게 생긴 이빨고래다. 말향고래는 내장 속에 용연향이 있어 옛날부터 사냥의 표적이 돼 왔다. 용연향이란 말향고래의 주먹이인 오징어가 장내에 모여 발효된 것으로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된다. 간혹 말향고래는 용연향을 뱉는 수가 있는데, 물에 떠돌아 다니는 용연향 덩어리를 주워 횡재하는 선원도 있다.

또 말향고래는 고기와 기름이 많아 고래잡이에겐 더없이 좋은 사냥감이었다. 특히 머리속에 있는 기름성분은 아주 저온에서도 점성이 거의 변하지 않아 인공위성의 자이로스코프의 윤활유로 쓰이고 있다.

고래는 먹이를 잡기 위해 잠수해야 한다. 그러나 폐로 숨을 쉬기 때문에 오랫동안 잠수할 수 없다. 그런데 말향고래는 약 3.2km까지 잠수하며, 잠수시간도 1시간 반에 이른다. 말향고래는 너무 깊숙히 잠수하는 바람에 간혹 해저케이블에 얽히는 수가 있다. 해저 1천m 이하에 설치된 해저케이블에 얽힌 말향고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흔히 고래는 잠수하기 전 수면에 나타나 깊은 심호흡으로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 폐를 깨끗이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핏속에 산소를 저장하고 남는 산소는 근육 속에 저장한다.

고래는 왜 자살할까

고래는 협동성이 아주 강한 동물이다. 돌고래들은 병든 돌고래가 있으면 아래에서 받혀 숨구멍이 공기에 노출되도록 돕는다. 말향고래도 병든 동료고래를 돌본다고 한다.

이보다 더 미스터리한 고래의 행동은 종류를 불문하고 떼를 지어 밀물을 따라 해안에 왔다가 썰물을 따라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밀려오는 고래는 성별, 연령, 주로 사는 깊이나 습성 등과 전혀 관계까 없다. 왜 고래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는 고래의 초음파 기관에 이상이 생겼거나 머릿속에 있는 나침반이 고장나 자신의 위치나 행동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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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장순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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