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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또다른 태양계를 찾아서

알려진 외계 행성 이미 10여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이 거느리고 있는 9개의 행성들 중 하나에 불과하 다. 또한 태양과 같은 별은 우주 속에 무한히 널려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서 그 수많은 별들도 태양처럼 자신의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모든 별들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 중 어떤 것들은 자신의 행성 들을 지니고 있으리라고 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기원전 4세기의 논쟁

기원전 4세기경, 에피쿠로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이러한 문제를 놓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했다. 에피쿠로스는 우주는 무한하며 따라서 지구 외에도 다른 세계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므로 그 외의 다른 세계 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2천년이 넘도록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그러나 우주과학의 발달로 1990년대 들어 이 분야의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몇 몇 선구적인 천문학자들은 이미 태양이 아닌 다른 별들의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들을 발견했고, 또다른 행성들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태양계의 행성을 제외하고 항성(별)이 거느린 행성들을 직접 맨눈으로 관측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별이 발산하는 빛은 대단히 강하고, 그 빛을 반사해 겨우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성들은 강한 별빛에 가려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조차도 그 거리가 4.3광년인 점을 감안한다면, 직접적인 관측은 지상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직접적인 관측법보다는 간접적인 관측법을 택해야 했으며, 현재까지 이루어진 발견들도 모두 간접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었다.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이 직접 관측한 외계행성 후보 TMR-1C. 그림의 왼쪽 아래에 조그맣게 보이는 이 천체는 행성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90년대부터 본격 탐사

1991년 미국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천문학 교수였던 알렉산더 울스잔은 지름 3백5m의 지상 최대규모인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처녀자리 펄사인 PSR1257+12의 펄스신호를 관측하던 중, 펄스의 도착시간이 주기적으로 빨라졌다 늦어졌다를 반복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펄사가 혼자 있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는 펄사 주변에 있는 미지의 천체에 의해 펄사의 궤도운동이 미세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수치적인 계산을 통해 펄사 주위에 두 개의 행성이 돌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산에 따르면 두 행성은 모두 지구 정도의 질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어 1994년에는 달 정도의 질량을 가진 또 하나의 행성이 발견돼 한층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계 외부의 행성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특이한 점은 행성을 거느린 이 별이 태양과 같은 정상적인 주계열성이 아니라, 이미 그 생명을 다한 별의 시체나 다름없는 펄사라는 것이다. 펄사는 별의 진화단계의 막바지에 이르러 초신성 폭발로 외피 부분이 날아가 버린 후, 그 나머지 중심부의 잔존물이 남은 천체이다. 따라서 이 행성들은 이전에 존재하던 행성들이 초신성 폭발에 의해 사라진 후, 폭파된 별의 잔해물질들이 뭉쳐서 생긴 '제2세대'의 행성들로 추정되고 있으나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페가수스자리의 외계 행성

외계 행성을 관측하는 간접적인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도플러 방법'이다. 어떤 별 주위에서 행성이 그 별을 중심으로 궤도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 별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별과 행성의 질량중심을 축으로 작은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지구에서 볼 때 이 별은 주기적으로 접근과 후퇴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별의 스펙 트럼선들은 별이 지구와 가까워질 때는 청색편이, 멀어지면 적색편이가 생겨 편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기차가 관측자에게 다가올 때 소리의 파장이 짧아지고 멀어져갈 때 길어지므로 각각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따라서 스펙트럼선은 주기적으로 좌우로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또 스펙트럼선의 진동 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그 행성의 질량과 별로부터의 거리 등에 관한 정보까 지도 추적해낼 수 있다.

1995년 스위스 제네바 천문대 소속의 미셸 마이어와 디디어 쿠엘로즈는 프랑스의 오트 프로방스 천문대에 설치된 분광기를 이용해 지구로부터 약 42광년 떨어진 별 페가수스자리 51의 주위를 도는 행성을 발견해냈다. 이는 펄사와 죽은 별이 아닌 살아있는 주계열성 주변에서 발견된 최초의 외계행성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페가수스자리 51에서 발견된 행성의 역학적인 특성은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행성에서 별까지의 평균거리가 0.05AU(천문단위 :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로 1AU는 1억5천만km)로 태양에서 수성까지 거리의 약 1/8에 불과하며 공전주기 역시 4.2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 행성의 '1년'은 지구 날짜로 4.2일인 셈이다. 또 질량은 목성의 절반 정도 되는 매우 큰 값을 가지고 있었다. 이 행성은 별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표면온도는 약 1천℃정도로 추정되고 대기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조건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태양계와 조건 달라

이렇게 거대한 행성이 별과 거의 밀착된 상태에서 궤도운동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행성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목성조차도 태양으로부터는 상당히 먼 거리(5.2AU)에 위치해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행성들과 다른 조건의 외계행성들이 발견되자 지금까지 인정되던 행성계의 생성모형을 재정립해야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더욱이 이후에 발견된 행성들도 상당수가 기존의 이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역학적 특성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결과로 근래의 외계행성계를 찾는 연구는 행성계의 생성과정에 관한 이론적인 연구와 병행돼 추진되고 있다.

도플러방법을 이용해 외계행성 관측과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수행해오고 있는 인물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제프리 마르시와 폴 버틀러 등이다. 이들은 메이어와 쿠엘로즈의 발견을 관측으로 재확인해주었고, 그들 자신도 지금까지 6개의 새로운 행성들을 발견해냈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리크 천문대에서 1백20개의 별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오고 있으며, NASA의 지원으로 하와이의 마우나케아에 있는 지름 10m의 지상 최대의 광학망원경인 케크 망원경을 이용해 4백 개의 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측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 1996년 1월에 처녀자리 70(70 Virginis)과 큰곰자리 47(47 UrsaeMajoris) 주위를 운동하는 행성들을 발견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였다.

처녀자리 70에서 발견된 행성은 목성의 9배나 되는 질량을 갖고 있었으며 공전주기는 1백16일이었다. 특히 이 행성의 궤도이심률은 0.4나 됐다. 궤도이심률은 궤도가 원형으로부터 얼마나 찌그러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0이면 원이 되고 1에 가까워질수록 타원형으로 늘어난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이심률을 자긴 수성과 명왕성조차 그 값이 0.2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비교한다면 매우 큰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처럼 길쭉한 궤도를 가진 행성이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 역시 앞으로의 연구과제다. 만일 태양계 내에서 이렇게 이심률이 큰 행성이 존재한다면, 행성들의 전반적인 상태가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심률이 크면 그 궤도는 긴 타원의 형태를 이루게 되고, 궤도운동 도중 다른 행성궤도의 안쪽으로 진입하게 되므로 행성들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표)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들의 목록


외계 생명체 문제는 아직

한편 처녀자리 70에서 발견된 행성의 표면온도는 약 85℃로 추정되는데, 이는 물과 유기분자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만 갖고 생명체의 존재여부를 따지기는 힘들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행성 자체에 대한 분광관측을 통해 생명체에 필요한 유기물질들의 스펙트럼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데, 현 단계에서는 지상관측만으로 이를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으로는 스펙트럼을 관측하는 도플러방법 외에도 직접 별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법이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별 주위에 있는 행성이 별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별의 위치가 별이 고유운동을 하는 방향으로 일정하게 변하지 않고 지그재그 형태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별의 공간적인 위치 변화를 직접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주변 행성의 역학적인 특성을 알아내는 것이다.

조지 게이트우드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알레그헤니 천문대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지구로부터 약 8광년 떨어진 랄란데 21185(Lalande21185)라는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발견해냈다. 이 행성의 질량은 목성과 거의 비슷하며 공전주기는 5.8년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는 같은 별에서 공전주기가 30년인 또하나의 행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두 행성들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질량 크면 행성 아닐 수도

최근까지 천문학자들이 발견해낸 외계 행성들의 수는 20여개가 넘지만, 실제로 행성으로 학계의 인정을 받은 것은 그 중 약 10여개 정도다. 최초 관측자가 발견한 후 다른 관측자들에 의해 다신 확인된 행성들만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그렇지 못한 행성들은 후보로 남게 된다. 그러나 행성으로 인정을 받은 것들 중에서도 질량이 목성보다 훨씬 큰 행성들의 경우 실제로는 갈색왜성(Brown Dwarf)일 가능성도 배체할수 없다. 갈색왜성은 별로서 탄생하긴 했지만 그 질량이 너무 작아 자체적으로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미완성별을 말한다. 목성질량의 약 80배 이하의 별들은 갈색왜성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행성으로 의심된다 하더라도 그 질량이 목성의 수배 내지 수십배정도에 이른다면, , 이는 행성이 나닌 갈색왜성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로 행성과 갈색왜성을 구분해내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은 타우루스자리에 있는 TMR-1이라는 항성계의 주변에서 행성으로 보이는 천체를 '직접'발견했다. TMR-1은 쌍성계이며 발견된 생성인 TMR-1C는 이 쌍성계로부터 1천5백AU 떨어져 있는것으로 관측됐다. 질량은 목성질량의 약 2-3배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생정인지 갈색왜성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일 이것이 '행상'으로 판명된다면, 인류역사살 최초로 '작접 관측된 외계행성이 될 것이다.

21세기 행성 탐색

외계행성의 탐색작업은 21세기에 들어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상의 여러 대형망원경들이 앞다투어 이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거나 할 계획 중에 있다. NASA에서는 행성들을 직접관측하기 위한 계획들을 구상하고 있다. TEP(TRransits of Extrasloa Planets)라 명명된 전지구적인 관측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별빛이 주변의 행성에 가려져 그 광량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포착해 간접적으로 생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또한 행성계가 별빛에 영향을 받는 중력렌즈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함으로써 외계행성을 탐사하고자 하는 PLANET(Probling Lensing Anomalies NETwork)라는 계획이 네덜란드, 미국, 남아공 등의 연합으로 수행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앵글로-오르슽렐리안 천문대에서도 도플러방법을 이용해 2백여개의 별들에 대한 상시관측을 작년부터 수행해오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우주공간에서 수행될 직접관측 계획일 것이다. 1995년부터 NASA에서 추진하고 있는 ExNPS(Exploration of Neighboring Planetary Systems)에서는 53개 대학의 약 1백35명의 연구인력이 동원돼 2015년까지 외계행성을 직접 보기 위한 지상 및 우주관측을 장기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특히 2005년부터는 자외선관측 우주선을 발사해, 행성의 적외선 스펙트럼관측으로부터 크기 및 온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내고자 한다. 또한 직접적인 분광관측으로 생명체의 존재여부에 대한 실마리를 풀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NASA에서는 SIM(Space Interferometry Misson)이라는 계획에 따라 오는 2004년에 광학 간섭망원경을 지구궤도에 띄워 외계행성을 탐색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유럽우주기구(ESA)에서는 우주공간에 여러 개의 적외선 망원경을 띄워서 하나의 커다란 간섭계를 만들어 외계행성을 직접 관측하고자 하는 IRSI(InfraRed Space Interferometer)라는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개의 망원경들이 넓은 영역에 걸쳐 하나의 거대한 간섭계를 이루게 되면 그 퍼진 거리 만큼 해상도가 더욱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미 전파천문학에서 응용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드넓은 우주공간에 존재할지도 모를 다른 행성계 혹은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최근까지도 이런 문제는 간접적인 추정에 머물러왔지만, 지상관측기술 및 우주과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직접 그 해답을 찾는 시대가 오고 있다. 21세기가 되면 본격적인 해답들이 우리에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가운데 지구와 같은 환경을 지닌 행성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만일 그런 발견이 이루어진다면, 인류의 세계관은 다시 한 번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주과학의 발달이 또한번 인류를 흥분시킬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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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우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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