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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고민 키

언제까지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한국 소아의 평균 성장곡선 및 남녀의 성장 속도 곡선


5년전까지만 해도 새학기가 시작되면 중학교 1학년 교실에는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바로 대학병원의 성장클리닉에서 보낸 초청장. 청소년과 학부모를 초대해 저신장아를 위한 안내와 치료 방법을 알리는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저신장아에 대한 안내문이 보내진다.

키가 크는 시기로 알려진 중고등학교가 아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이 저신장에 대한 안내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키가 클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학생들의 연령이 바로 초등학교 4학년 이전의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젊은 사람들의 키가 정말 커졌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최근 국립기술품질원에서 발표한 성인층(25-50세)의 평균키는 남자가 1백70.2 cm, 여자가 1백58.0 cm 로 5년전인 92년에 비해 약 1.75 cm 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이는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물론 평균 신장에 미달되는 저신장의 사람들이다. 과거에 비해 평균 신장이 커진 만큼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림3) 왜소증의 원인


이른 초경, 짧은 성장 기간

성인층의 평균 남녀의 키가 약 12 cm나 차이 나는 것으로 발표됐듯이 보통의 경우는 남자가 여자보다 크다. 왜 남자가 여자보다 클까. 유전적일까. 신의 뜻일까. 여기에는 아주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이와 관련한 것 중 또 하나는 키가 가장 많이 크는 시기도 남녀의 차가 있다는 것. 남자는 12-16세에 1년간 8-10 cm, 여자는 10-13세에 1년간 6-8 cm가 클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다. 여기서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일찍 큰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고, 크는 정도도 여자가 작다는 것을 알수 있다. 또 보통 알려진 것처럼 남자는 여자보다 계속 더 큰다는 것은 남자의 급성장 기간이 여자보다 느리다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사실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큰 이유는 사춘기와 관련돼 있다. 사춘기는 한마디로 얘기해 여자인 경우는 유방이 성숙하게 되는 것이고, 남자는 고환의 크기가 3 cc 되는 때부터를 가리킨다. 흔히 초경을 사춘기로 보는데, 가슴이 나오고 2-3년 뒤에 초경이 시작되므로 초경을 사춘기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부모의 키로 예측하는 자녀의 키


요즘 청소년들의 사춘기를 보자.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사춘기를 먼저 겪는다. 어른들은 이를 표현해 여자애들이 더 조숙하다고 한다. 사춘기는 일생에서 ‘제2의 성징’이 나타나는 중요한 시기지만 키가 자라는데 있어서는 일종의 적신호와 같다. 왜냐하면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2-3년 후에는 키를 자라게 하는 성장판이 닫히게 돼 1년에 4-5 cm씩 자라는 정상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일생을 통해 우리는 여러 성장 단계를 거치는데, 그 단계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우선 여러 장기의 분화가 이뤄지는 임신 12주 까지의 배태아기(1단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출생시 체중과 신장을 결정하는 출생전까지의 태아기(2단계), 일생동안 급성장을 하는 출생에서 3세 이전까지의 시기(3단계)가 있다.

보통의 경우 출생시의 키는 50cm이고, 첫돌에는 출생 당시 키의 반(25cm)이 커 75cm에 이르고, 두돌에는 첫돌에 자란 키의 반(12.5cm)이 자라 87cm에 이르고, 만 3세에 이르면 이전 1년간 자란 키의 반이 더자란 약 94cm가 된다. 그 후에는 1년에 평균 4-5 cm씩 자라는 생후 3세부터사춘기 전까지의 시기(4단계)와 급성장을 보이는 사춘기를 지나 연간 2 cm미만으로 자라다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5단계)로 나뉠 수 있다. 이러한 성장 단계를 거치다 보면 누구는 키가 큰 것으로, 누구는 키가 작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림2) 키를 결정하는 요인


치료 필요한 경우는 드물어

키가 작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키가 작은 것이 병인가. 과거와 달리 생활 환경과 영양 상태가 좋았졌음에도 자녀의 키가 크지 않아 소아과를 찾는 부모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게다가 근래 들어서는 ‘숏다리’니 ‘롱다리’니 하면서 키가 큰 것이 우월한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들의 고민을 떠맡게 되는 부모는 어떻게 해서라도 키가 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키가 작은 원인을 판단해 대처하는 부모는 드물다.

서울 중앙병원 유한욱교수(소아과)는 최근 2년간 키가 작아서 병원을 찾은 청소년 환자 5백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2%를 차지하는 3백 60명은 객관적으로 키가 작은 것이 아니며, 성장속도도 정상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청소년 중에서도 체질적으로 늦게 키가 크는 학생과 부모의 키가 작기 때문에 아이의 키도 작은 경우를 제외하면 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또는 만성신부전증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키가 작은 경우가 80명인 13.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키가 작아 고민하는 사람들 중에는 ‘상대적인’ 왜소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3) 혈액속으로 흐르는 성장호르몬의 양


1백명 중 3번째 안에 들면 왜소증

전문가들은 키가 지나치게 작은 것을 의학적인 용어로 왜소증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왜소증으로 부르는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왜소증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연령의 학생들 1백명을 한 줄로 서게 했을 때 3명 이내에 드는 경우를 말한다. 또 정상아의 경우 사춘기 이전에는 1년에 4-5 cm자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키가 작은 경우를 말한다.

왜소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을 알아 치료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또 얼마나 다행인가. 왜소증의 원인은 크게 자연적인 개체변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성 왜소증이나 체질성 성장 지연이다. 이 경우는 병이 아니라 정상적인 변이로 왜소증의 약 80%를 차지한다. 나머지인 약 20%는 내분비 장애나, 만성 질환과 같은 병적인 원인에 의해 초래된다. 따라서 키가 지나치게 작은 것이 병적인 원인에 의한 경우는 왜소증 중에서도 약 20%라는 결론이다(그림 3).

키가 작은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왜소증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소아과를 방문해 골연령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과 왼손목의 X선 촬영을 한다. 이는 생물학적 성숙도를 알아내는 지표, 즉 성장판이 열렸는지 닫혔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촬영한 골연령의 측정 방법은 앞으로 키가 얼마나 더 클 수 있는지와 성인이 됐을 때 신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여자 왜소증의 경우는 X성염색체의 숫자가 이상하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터너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 염색체 검사를 하기도 한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성장호르몬 검사가 있는데, 이 방법은 키가 왜소증 범위 안에 들고, 성장 속도가 1년에 4 cm 미만이며, 골연령이 현저히 감소돼 있을 경우만 실시한다.
 

(그림4) 성장호르몽늬 투여 결과


기다리는 것이 최선?

왜소증의 원인이 판단되면 치료를 해야 한다. 병적인 원인에 의한 왜소증이 아니더라도 키를 커지도록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키가 작은 경우 성장호르몬을 주입하거나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키가 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막연한 의학적 지식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아무에게나 주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의학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그리고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왜소증이다(그림 4). 또 이런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투여해야 효과가 있다. 즉 사춘기 이전에 가능하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여학생인 경우 초경을 시작하면 이미 늦다. 따라서 왜소증 치료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매일 피하주사를 해야하고 최소 6개월 이상은 투여해야 하며 뼈의 성장판이 닫히는 15-17세까지는 치료를 계속해야 효과가 있다. 실제로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의대 소아과팀이 1996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부족으로 주사를 맞은 어린이 1백명을 공동조사한 결과 1년 동안 평균 10 cm, 최고 15.5 cm, 2년 동안에는 18 cm, 최고 23.5 cm 까지 자란 것으로 밝혀졌다. 성장호르몬을 맞을 경우 비용은 체중에 따라 다르다. 체중 30kg인 학생이 일주일에 6일을 1년간 맞을 경우 약 1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현재 왜소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부모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아닌 자녀에게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정말로 키를 크게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결과는 없다. 현재 임상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또 체질성 성장 지연의 경우는 호르몬 주입이 별효과를 거둘수 없으므로 성장호르몬 투입은 적절치 않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키가 크기 위해 무조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병리적 왜소증의 경우에도 성장호르몬의 투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의 투여로 올 수 있는 부작용에는 사지통, 부종, 속쓰림이 있고,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거나 소아에게는 당뇨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급성장에 의한 고관절 탈구가 예상된다. 성장호르몬은 비용문제와 부작용으로 대중성을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림5) 성장호르몬의 작용 메커니즘


키 크는 물리적 수술 위험천만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키를 크게 한다는 수술은 세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원만했던 김모양(대학생, 23세)은 키가 작아 늘 고민이었다고 한다. 키에 대한 김양의 콤플렉스는 대학생활을 어렵게 했고 급기야는 키를 강제로 크게하는 수술까지 생각케 했다.

“내가 똑같이 공부를 잘해서 대학교에 들어왔어도 키 큰애가 내 옆에 서면 그렇게 열등의식을 느낄 수 없어요. 열등감이 못난건 줄 알지만 그것을 제가 자제할 수 없었어요. ” 김양은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던 중 1년 반전에 대학병원에서 키가 커지는 수술을 받았다. 154 cm 였던 키가 160 cm가 돼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3개월 후 거리를 무심히 지나치다가 다리에 넣은 핀이 부러져 두번째 수술을 받았고, 이 때문에 휘어진 다리를 펴는 세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리가 부러져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고,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인터뷰 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물리적으로 키가 크도록 하는 외과적 수술은 연골이 형성되지 않는 골격계 질환자들이나 구루병같이 O자형 다리나 매우 휜다리를 가진 경우에만 시행하는 수술이다.

수술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종아리뼈를 잘라 미세한 금을 내고 잘려진 뼈 양쪽에 스크류라고 불리는 철심을 박는다. 수술 후 5-10일 정도 지나면 골진이 나오는데, 그 골진을 엿가락 늘리듯이 위아래로 잡아당긴다. 하루에 보통 1mm씩 잡아당기면 그 잘려진 틈에서 가골이 나온다. 가골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골진을 늘리면 새로운 뼈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렇게 다섯달 이상 지나면 다리뼈가 6-7cm가량 길어진다.

이 과정을 보면 키가 크는 것이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런 수술을 단순히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미용적 효과를 기대하며 원하는 것은 또다른 불행을 이끌 수 있다. 즉 이러한 수술을 받고 부작용이 심각해 수술 후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다리가 부러져 재수술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가 작아 고민하는 여성들이 8개월 전부터 예약을 하고 대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음의 키 평가하는 사회

사람들이 그렇게 큰 고통을 참고서라도 키가 커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서구적 가치관에 맞춰진 외형적 미의 조건들을 사회가 강요하기 때문에 나타난 하나의 병폐다. 또 많은 여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중에 상당 부분은 슈퍼모델이나 미인대회에 나가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특히 근래에는 미의 기준이 얼굴 위주에서 키나 몸매로 바뀌고 있어 키작은 사람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덕분에 무분별한 호르몬 치료나, 근거없는 약물 복용이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키를 커지게 하는 운동기구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나 개인적인 왜소 콤플렉스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키가 작아 취직하는데도 어려웠다는 박모씨(26세, 남)의 경우만 보더라도 개인의 외모는 사회적 능력의 평가 기준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인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키, 지능, 몸무게 등은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는 인간 신체의 한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평균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평균보다 작은 사람, 큰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키가 크니 작니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따라서 상대적인 수치를 놓고 우월해 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또 이것이 개인적인 능력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외모나 신체적 조건을 개인의 내면적 가치나 능력에 비해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사회.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좇다가 모두 빈 껍데기가 되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저신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내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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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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