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부터 연재돼온 '자동차 과학'이 이번호로 막을 내린다. 엔진내부에서 외관에 이르는 자동차의 전분야를 다루어온 이 난은 비운전자도 알 수 있는 쉬운 설명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과학동아는 조만간 이 난에 연재된 글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용을 보완, 한권의 책으로 엮을 예정이다. 계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편집자 주)
오늘날 자동차는 개인에게 이동의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인류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자동차를 ‘선조들이 남긴, 만들지 말았어야 할 도구 제 1호’로 낙인찍을 지도 모른다. 석유자원을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바로 가장 심각한 전지구적 문제인 대기환경오염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길어야 40년 후면 석유자원은 고갈된다. 좋든 싫든 머지않은 미래에 자동차 연료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석유를 다른 연료로 대체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이브리드카 실전에 등장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은 적어도 10년 앞에 실용화될 것을 가정하고 기술개발을 한다. 이들의 기술개발 방향을 보면 2010년경에 거리를 누빌 자동차들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이 예측하는 미래자동차와 현재의 자동차의 확연한 차이점은 사용 연료다.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자동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모터로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전기자동차는 기관에서 연료를 연소시키지 않기 때문에 일단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오히려 휘발유자동차보다 앞선다. 1873년에 영국의 로버트 데이비드존은 이미 전기자동차 제작회사를 차렸다. 1899년 영국인 사세로프 루바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전기자동차는 최초로 시속 1백km를 넘었다. 이처럼 역사가 화려한 전기자동차가 휘발유자동차에게 밀린 것은 전지의 성능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납축전지는 무겁고, 또한 충전시간이 길어 휘발유자동차보다 현실적 편의성이 떨어진다. 이런 점을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전기자동차의 실용화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개발방향도 전지의 성능향상에 모아진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수명이 긴 니켈-수소화물(Ni-MH) 전지나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한 전기자동차 개발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전지로는 휘발유엔진과 같은 성능을 발휘하긴 힘들다. 그래서 자동차메이커들이 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이브리드카(hybrid car)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란 2개 이상의 동력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휘발유엔진과 전기모터를 갖춘 것이 주종.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카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사용시간에 비해 충전 소요 시간이 긴 전기자동차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휘발유엔진을 이용, 전지를 충전시키는 시리즈방식과, 사용조건에 따라 휘발유엔진과 전기모터를 교대로 사용하는 패러렐방식이 그것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이번달부터 프리우스라는 패러렐 방식의 하이브리드카를 시판, 하이브리드카 실용화에 첫장을 열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는 당장 사용이 가능함에도 미래의 주역이 되진 못할 것 같다. 매연이 과거보다 훨씬 준 것은 사실이지만,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지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 틈새를 메울 뿐이다.
하이브리드카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 한가지는 메탄올을 이용한 자동차. 지금도 휘발유 대신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한 자동차들은 많다. 하지만 요즘 개발되고 있는 방식은 메탄올을 직접 연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촉매기와 히터에 메탄올을 통과시켜 수소를 만들어내 전지에 공급하는 것이다.
수소분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촉매기를 거치면서 수소이온으로 변하고, 이를 통해 전기가 발생한다. 결국 메탄올자동차는 충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필요없이 메탄올만 있으면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메탄올자동차 개발에 나선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은 일명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내년부터 실용화할 예정이다.
석유자원을 이용한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부 환경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가 환경적으로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를 1백으로 보았을 때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이용률은 12.8%인 반면 휘발유자동차의 이용률은 겨우 9.3%에 지나지 않으며, 전기는 화력발전을 비롯한 석유자원 이외에 원자력, 수력, 조력 등 개발 가능한 에너지원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그림2).
크세논 전조등에 적외선 카메라까지 등장
미래에 등장할 자동차의 또다른 특징은 안전도의 획기적 향상이다. 현재에도 미끄럼방지제동장치인 ABS와 충돌시 충격을 완화해주는 장치인 에어백 등이 있다. 미래형차에는 이외에도 위험요소를 미리 없애주는 근본적 장치들이 개발돼 장착된다.
통계적으로 자동차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는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지는 야간, 또는 일몰이나 일출 전후다. 그동안 자동차는 할로겐 전구를 이용하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조명장치가 없었다. 앞으로 차세대 자동차에 적용될 전조등은 크세논원소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험적으로 적용된 크세논램프는 자연광에 훨씬 가까울 뿐만 아니라 광선의 폭도 넓어 야간 운전을 훨씬 수월하게 해준다.(그림3).
이와 별도로 미국 유명 자동차부품회사인 델파이는 적외선카메라를 이용, 자동차 앞 유리창 자체가 스크린 역할을 해 야간에도 주간과 다름없이 또렷한 시야를 확보해주는 장치를 개발했다. 사이드미러와 리어미러(백미러)도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네거리에서 직진을 해야하는 경우 자동차의 앞쪽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좌우에 차량이 있는지를 확인 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제동 때 미끄럼을 방지하는 ABS도 더욱 발전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ABS는 브레이크 작동 때만 작용한다. 여기에 주행 중 엔진의 힘(토크)을 바퀴마다 따로 줄 수 있는 TCS(Tracking Control System)를 도입, 주행 중 안전을 도모한다. TCS란 노면의 마찰력 차이로 4바퀴중 어느 한쪽이 미끌어지면 다른 바퀴들의 출력을 조정해 균형을 잡도록 하는 장치다.
지금도 TCS장착 차량이 많지만, 미래형 자동차는 지금까지의 TCS보다 훨씬 정교한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경우 1대의 모터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보다 바퀴마다 각기 작은 모터를 장착하는 방식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각 바퀴에 장착된 모터의 회전수를 조정해 보다 손쉽고 정교하게 바퀴 회전수를 제어할 수 있다.
졸음방지 경고
자동차가 과거보다 안락해진 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운전자의 태만이나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에는 이러한 위험을 줄여주는 장치도 장착된다.
그중 첫째가 졸음 방지장치. 운전자의 눈 깜박임 횟수와 얼굴의 각도를 항상 체크하는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가 졸고 있다고 판단되면 자동차에서 잠을 깨워주는 방향제가 분출된다. 그래도 운전자가 잠을 깨지 않으면 경고음과 함께 자동차가 자동으로 운행을 정지한다. 공상소설같은 이러한 시스템은 일본 닛산 자동차가 이미 개발을 끝낸 상태다.
또한 충돌 경고장치도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이 진행돼 있다. 자동차에 장착된 모니터로 안전거리 내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주행속도를 낮추면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한다. 그래도 운전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차가 ‘알아서’ 장애물을 안전하게 피해간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교통정보를 받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지난 1990년 일본의 피이오니아사에 의해 개발, 2천cc 이상의 중형차 가운데 34%가 장착할 만큼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장비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더욱 발전해 자동차에 교통정보를 수동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벋어나 도로자체를 지능화하는 시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명 ‘지능교통시스템’(ITS : 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이라 불리는 이 작업은 고속도로 등 주요도로에 자동차의 흐름을 제어하는 센서를 장착,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장치와 연결시켜 충돌 사고 예방 등 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 더 나아가 교통전체의 흐름을 제어, 어느 한쪽으로 자동차들이 몰리지 않게 교통량을 배분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시스템은 시뮬레이션단계를 넘어서 시험주행에 이르고 있다. 결국 21세기에는 운전자가 할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자동차가 ‘자동으로’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발달로 인해 자동차가 완전 자동주행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운전’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자동차를 타는 것과 지하철을 타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하철은 승객이 수동적으로 실려가는 반면, 자동차는 능동적으로 운전자가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운전하는 재미를 살리기 위해 아무리 자동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수동으로 운전하는 장치는 살아남는다.
자동차의 형태는 도심용과 장거리 및 일반용의 두가지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에도 극심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때문에 도심에 자동차 진입을 금지하는 대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도심에는 작은 전기차만이 운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로 개인적 이동의 수단으로 2인승 정도의 초소형전기차(Ultra-small electric vehicle)가 도심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기차들도 지능교통시스템에 따라 최고 속도(전문가들은 약 시속 50km 정도로 예견)로 달릴 수 있다.
외견상 기존의 차량과 별 다름없지만 안전도에 있어서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지닌 자동차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개발이 진행된 대표적인 미래형자동차는 미쓰비시사의 HSR시리즈.21세기 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지난 1987년 HSR-1이 개발된 후 올해에 HSR-6까지 나왔다. 이 자동차는 공기역학척 측면이 훨씬 강조돼 공기의 흐름을 최대한 원활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자동차의 옆면에 공기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보다 안전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