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금성이 서쪽으로 가라앉으면서 밤하늘이 살아날 때 백조는 하늘로 솟구친다.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가 서쪽으로 밀려나고 동쪽에는 어느새 플레이아데스가 살며시 자태를 드러낸다. 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는 페가수스의 대사각형을 따라 성큼 떠오르고, 마차부의 카펠라가 뒤따르면서 초가을의 밤은 깊어간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하늘 한가운데로 날아오른 백조는 은하수를 따라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별빛에 실려온 백조의 마음
아랍어로 꼬리를 뜻하는 백조자리 알파(α)별 데네브는 1.3등급으로 여름 대삼각형을 이루는 3개의 별 가운데 가장 어두워 보인다. 이는 데네브가 매우 멀리 있기 때문이다. 베가(직녀별)가 26광년, 알타이르(견우별)가 겨우 17광년 떨어져 있는데 반해, 데네브는 1등성 가운데 가장 먼 약 1천5백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의 데네브는 오리온자리 리겔과 함께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태양보다 6만배나 밝고 크기가 태양의 1백배, 질량이 25배나 되는 초거성이다.
백조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베타(β)별 알비레오는 원색의 대비가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쌍성이다. 금색의 3등성과 담청색의 5등성이 서로의 색깔을 뽐내고 있다. 도심에서도 10X50(지름 50mm, 배율10배) 쌍안경으로 4백년을 날아온 예쁜 짝별을 만날 수 있다. 백조자리 알파(α), 감마(γ), 엡실론(ε)별과 함께 사각형의 한 꼭지점을 이루는 곳에 놓인 61번 별도 쌍성이다. 노란색의 5등성과 6등성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작은 망원경으로 쉽게 구분된다.
1838년 독일 천문학자 베셀 (F.W. Bessel)은 삼각 측량으로 이 별의 연주시차(지구가 공전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시차)를 측정해 최초로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해냈다. 이 별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중 4번째로 가까운 별이므로 쉽게 연주시차를 측정할 수 있었다.
북아메리카성운(NGC7000)과 펠리칸성운
데네브 서쪽 은하수 속에는 북아메리카 모양을 이루고 있는 발광성운이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천문대의 막스 울프는 1890년 12월 12일 밤 사진에 찍힌 이 성운의 모양을 따라 ‘북아메리카 성운’이라 불렀다. 주위 고온의 별들에서 나오는 에너지때문에 들뜬 가스구름 속 수소원자가 붉은 빛을 방출해 붉은 색을 띤다.
북아메리카성운 서쪽의 펠리칸성운은 북아메리카성운과 같은 성운이지만 암흑성운이 앞을 가려서 두 성운으로 나누어진 것처럼 보인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은 쌍안경으로 성운의 밝은 부분을 볼 수 있다.
베일성운
약 5만년 전 1천3백광년 떨어진 은하수 저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베일성운은 이 때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로 백조의 오른쪽 날개인 엡실론(ε)별 남쪽 약 4도 지점에 있다. 선녀의 옷자락처럼 엷은 성운이 2개의 거대한 원호를 그리고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밝게 보이는 베일성운은 아령성운과 함께 초신성 잔해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관이다.
백조자리 감마별 부근
백조자리 중앙에 위치한 감마(γ)별 부근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사진에는 복잡한 형태의 발광성운과 암흑성운, 그리고 산개성단이 뒤섞여 있다. 이 별 동쪽 나비모양의 붉은 발광성운이 IC1318, 약 3°남서쪽의 발광성운이 초승달성운으로 불리는 NGC6888이다.
이달의 행성
금성
초저녁 서쪽 처녀자리에서 -4등성으로 빛난다. 첫째 주말에 스피카 바로 위쪽에 있다가 월말에 천칭자리로 이동.
화성
저녁 남서쪽 천칭자리에서 1등성으로 보인다. 전갈자리 안타레스와 금성의 중간.
목성
한밤 남쪽 염소자리에서 머물고 있다. -2.6등성.
토성
한밤 동쪽 물고기 자리에서 보인다. 0.5등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