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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다마곳치, 휴대폰 다마비치 등 속속 등장

사람마음 빼앗는 사이버 페트

전세계적인 열풍을 몰고온 휴대용 게임기 다마고치가 나온지 반년이 지났지만, 그 열기는 식을줄 모른다. 오히려 최근에는 새로운 형식의 '사이버 애완동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주머니 속을 뛰쳐나와 컴퓨터 안에 둥지를 트는 등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마곳치


초등학생 3학년인 주연이의 등교 발걸음이 가볍다. 며칠을 조른 끝에 드디어 얻어낸 전리품을 보느라 손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삐삐” “삐삐” 수업 도중 호주머니 속에서 들려온 전자음. 선생님과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주연이는 결국 하루도 못돼 자신의 분신을 떠나버려야 했다. 주연이의 분신은 다름 아닌 요즘 초등학생뿐 아니라 성인 사이에서도 인기폭발인 장난감 다마곳치다.

학생들은 등교할 때 다마곳치를 가지고 와 쉬는 시간은 물론 수업시간에도 이를 돌본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미국과 홍콩의 초등학교에서는 다마곳치 반입이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5일 어린이날 이후 다마곳치가 더욱 확산돼 지난 5월말 부산시교육청이 다마곳치를 지니고 등교하지 못하도록 일선 초등학교에 지시했다. 교육부도 이를 받아들여 전국 초등학교에 같은 지시를 내렸다.

‘나의 분신 키우기’가 인기 비밀

다마고(달걀)와 워치(시계)의 합성어인 다마곳치는 일본의 대형완구회사 반다이가 지난해 11월에 시장에 내놓은 열쇠고리형 소형 액정게임기다. 개발 당시 여자 중고생과 직장여성을 주고객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제품을 만들고자 기획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국가, 연령층을 초월해 인기를 얻으면서 6개월만에 5백만개가 팔렸다. 1천만개 출하기록을 눈앞에 둔 다마곳치는 10만개만 팔려도 히트라는 일본의 완구시장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대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과 영국에 영어판 다마곳치를 선보인 반다이사는 올해 안에 2천만개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마곳치 특수’로 매출액이 5백억엔(약 3천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허다한 전자오락기 중 하나에 불과한 다마곳치가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은 원인은 무엇일까. 해답은 다마곳치가 사람과 유사한 생명체라는데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이 게임의 목적은 우주에서 온 수수께끼의 생물 ‘다마곳치’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것이다. 알에서 부화한 이 동물은 어린 아기가 배고프거나 아플 때 엄마를 찾는 것처럼 배가 고프거나 주인과 놀고 싶을 때 ‘삐삐‘ 전자음을 내면서 수시로 부른다.

주인은 마치 분신인 양 먹이를 주거나 벌을 주면서 이 동물을 키워나간다. 틈틈이 연령, 체중, 컨디션 등을 확인해야지, 잘못하면 도중에 죽는 경우도 많다. 키우는 방법에 따라 열흘 정도면 훌륭한 성인동물로 성장한다.

다마곳치의 특징은 ‘공을 들여 키운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으며, 이 시나리오는 사람과 게임 주인공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사람과 똑같이 식사도 하고 대소변도 보고 잠도 자고 아프기도 하고 심술도 부린다. 이럴 때마다 버튼을 눌러 도와주고 해결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성장 시나리오와 재미있는 상호반응성 때문에 어린이, 청소년들의 인기를 끈다.

다마곳치를 기르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가 원하는 행동, 예를 들면 심심하면 놀아주고 배고프면 밥주고 똥싸면 치워주면 된다. 이들 행동은 반복적이다. 이런 시나리오들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하기 위해 맨 먼저 할 일은 플로차트(순서도)를 그리는 것이다. 밥주고 놀아주는 행동에 대해 플로차트를 그린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이 보통 아침 8시 전후, 정오, 오후 6시 전후에 아침, 점심, 저녁을 먹듯이 다마곳치도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물론 달라고 칭얼대지만). 만약 3시간 마다 밥을 먹어야 한다면 밥을 먹은 다음부터 다마곳치 안에 내장된 시계가 시간을 체크한다. 3시간이 지나면 밥을 달라고 삐삐 소리를 낸다. 이때 사용자는 다마곳치에 달려 있는 버튼으로 밥을 찾아 먹여줘야 한다. 다시 시계는 0으로 세팅된다.

이번에는 기분이 나쁘다고 해보자. 사람이라면 설령 기분이 나빠도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속으로 삭일 수도 있겠지만 다마곳치는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줄 모른다. 또 일정시간 놀아주지 않으면 심심하다고 칭얼거린다. 1시간마다 한 번씩 놀아줘야 한다고 가정할 때 밥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장된 시계가 이를 체크할 것이다. 1시간이 됐는데도 놀아주지 않으면 삐삐 소리를 내고, 사용자가 버튼으로 놀아주는 메뉴를 누르지 않으면 짜증을 내면서 다른 곳으로 도망간다. 이런 메뉴가 약 10개로 구성된 다마곳치는 각각의 행동에 따라 시계를 가지고 재기 때문에 사용자들을 쉴틈 없게 만든다.
 

LG전자 멀티미디어 연구소 직원이 만든 인터넷 다마곳치.


공동으로 키우는 인터넷 다마곳치

사이버 애완동물은 다마곳치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일본 일본 후지쯔가 ‘테오의 핀핀’이란 멀티미디어 CD롬 타이틀을 내놓았다.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일종의 사이버 생물을 기르는 이 제품의 주인공은 지구와 똑같은 계절변화와 시간을 가진 행성 테오에 살고 있는 핀핀이라는 돌고래 모양의 새다. 사용자의 동작과 소리에 반응하는 테오안테나라는 장치를 통해 핀핀과 상호작용을 한다.

다마곳치의 인기가 치솟자 PC용과 인터넷용도 출현했다. 국내 PC통신의 공개자료실에 등록된 다마곳치 프로그램은 등록 10일만에 1만4천회를 웃도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PC용 다마곳치는 게임기용보다 간단하며, 마우스 조작만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파일 크기도 82kB에 불과하며, PC상에서만 가능해 학교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PC통신의 게임 관련 자료실에는 다마곳치와 비슷한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도 잇따라 등록되고 있다.

인터넷 다마곳치는 액정 다마곳치나 PC용 다마곳치와 달리 네티즌이 공동으로 키운다. 다마곳치 사이트(ntmss.wm.lge.co.kr/twister/damago/ index.htm)를 찾은 네티즌이 잠시 맡아 키우고 떠나면 그 다음 방문자가 이어서 키운다. 접속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마곳치는 혼자 버려지게 돼 자칫 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네티즌들의 사랑을 듬뿍 받다보니 기분 수치 등이 100 이하로 떨어질 틈이 없다.

인터넷 다마곳치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LG전자 멀티미디어연구소 엄주현대리는 “일본 반다이 홈페이지에서 소스를 가지고 왔다”며 “인터넷에는 밤이 없기 때문에 잠재우기 버튼이 없고 나이, 체중, 기분 등을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고 일반 다마곳치와의 차이점을 말한다.

다마곳치는 휴대폰 속으로 들어갔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다마곳치가 내장된 간이휴대전화(PHS) ‘다마비치’가 유행이다. 다마비치의 인기는 단순히 다마곳치를 기르는 차원을 넘어 이 전화기를 소유한 사람끼리 서로 그 속의 다마곳치를 돌봐주거나 외출시킬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다마비치에 전화를 건 뒤 도움 버튼을 누르고 수신자의 다마곳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전화가 오면 외출 버튼을 누르고 UFO에 태워 송신자의 전화기로 보낼 수도 있다. 이에따라 연인들은 다마비치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청소년들은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돈을 모아 전화기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마비치가 다른 PHS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게임전문업체인 디지타워는 다마곳치의 뒤를 이어 인기가수를 직접 매니저 하는 게임으로 제 2의 다마곳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가 일본 반다이사에 공급한 휴대용게임기 ‘포켓비스킷’은 일본 전역에 발매된지 하루만에 30만개가 동이 났다. 이에 고무된 반다이사는 추가로 4백만개를 주문해왔다. 연말까지 1천만개가 팔릴 전망.

포켓비스킷은 일본에서 청소년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3인조 그룹의 이름. 게임기는 이용자가 포켓비스킷의 매니저가 돼 2주 동안 춤과 노래 연습을 시키고 TV 출연섭외 등 관리를 한다. 또 멤버의 취향에 맞춰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기분을 돋궈줘야 한다. 이 게임의 목표는 2주일만에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준비된 7곡의 노래를 잘 해내고 팀웍이 맞으면 차트 순위가 올라간다. 만약 정상탈환에 실패하면 그룹은 해산된다.

디지타워 박노영부장은 “많은 국가에서 자국의 캐릭터로 제작을 주문하고 있다”며 “조만간 저 국내의 모 인기그룹과 캐릭터 계약을 체결해 9월중 한국형 연예인매니저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시나리오에 따른 다마곳치 작동 플로차트^①밥먹기뿐만 아니라 다른 동작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②다맛고치가 3시간(180분)마다 먹으며, 1분 단위를 체크한다고 가정한 경우다.③1분이 지날때 마다의 순간을 시계A로 놓는다.④시계A가 0, 즉 180분이다 지난 상태에 이르면 아래과정을 진행하고, 아직 시간이 경과하지 않았더라면 ⑤처럼 시계A를 시계로 간주한다.


마이컴 밥솥과 제작원리 비슷

다마곳치로 반도체 업체도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다마곳치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여기에 내장되는 반도체인 4비트 마이컴의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양품목으로 취급돼온 이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세이코엡슨, 대만의 UMC에서만 생산하는 제품이다.

이들 3사는 현재 4비트 칩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점차 라인을 축소했으나 예상치 못한 다마곳치의 수요 폭증으로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마이컴 시장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기흥공장 3개 라인에서 월 1천만개를 생산해 일본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마곳치의 수요가 본격화되면 월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마이컴 칩은 일반적으로 대량생산되는 메모리 제품과 달리 각 제품마다 자체회로에 맞게 생산되는 주문형 제품이다. 따라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대체하기란 어렵다. 마이컴이란 마이크로컴퓨터를 줄인 말로, PC에서 사용되는 CPU와 램, 롬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마곳치도 마이컴에 LCD 구동 드라이버와 게임 프로그램을 집어넣어 플라스틱제 달걀 모양의 겉모습에 사각형 액정화면과 명령 버튼을 갖추었다.

다마곳치의 구동이나 제작과정은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 속에 판매호조를 보였던 퍼지 세탁기나 마이컴 밥솥과 비슷하다. 마이컴 밥솥의 경우 예약, 불림 등 몇가지 간단한 프로그램을 마이컴 칩에 입력시켜 밥솥에 장착했듯이 다마곳치도 필요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 후 이를 마이컴에 장착한 것이다.

디지타워 박노영 부장도 “다마곳치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이를 시나리오화하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의 작업은 다른 제품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다마곳치와 유사한 포켓비스킷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이 게임기의 작동과 관련한 상당 부분의 의문이 풀린다.

아이디어를 떠올려 시나리오를 짜고,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할 수 있도록 플로차트를 그린다. 이후 에러가 나지 않도록 컴파일, 디버깅하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에서와 마찬가지. 다만 멀티미디어 요소를 많이 집어넣어 CD롬 타이틀화하느냐, 또는 국산 소프트웨어의 대명사 아래아한글처럼 범용 소프트웨어로 만드느냐, 아니면 다마곳치처럼 휴대성을 중시해 마이컴에 넣어 소형 액정게임기로 하느냐는 전적으로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

64비트 펜티엄이 위용을 떨치고 있는 이 시대에 4비트 칩을 이용한 다마곳치의 인기폭발. 기술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199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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