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우주와 인간의 역사와 미래를 한 곳에 펼쳐 놓은 '국립중앙과학관'을 방문하면 길이 보인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국내 최대의 과학관을 찾아 과학기술의 과거와 미래를 실감나게 체험해보자.
나의 뿌리를 찾는다. 자연사ㆍ한국과학기술사
과학관에서 먼저 들러볼만한 곳은 가장 많은 물품들이 전시돼 있는 상설전시관. 지상 3층에서 시작해 1층까지 내려오면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총 망라된 4천여점의 전시품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3층은 자연사관과 한국과학기술사관으로 구성된다. 자연사관의 한가지 주제는 우주에서 지구, 인류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우주에서 인간까지’. 우주의 시작과 진화, 우리 은하의 구조, 한인의 변천사, 육식공룡의 골격 등이 소개된다. 다른 한가지 주제는 우리나라 지질, 동물, 식물을 소개하는 ‘우리나라의 자연’이다. 한반도의 생성과정을 비롯해 동·식물의 화석, 지형별 광물분포, 우리나라 토속 식물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박쥐나 심해어류, 그리고 산삼과 같이 평소 보지 못한 ‘물건’들을 실컷 눈요기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사관에는 주거, 건축, 문자 등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 있는 전통문화물이 선사시대 것부터 꼼꼼하게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에서 출발해 움집, 초가집, 기와집의 형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물레방아나 베틀과 같이 생활에서 사용된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삼국시대의 거문고를 비롯한 64가지의 국악기, 한지, 청자, 오목해시계, 자격루, 측우기, 각종 군사무기 등 당대의 뛰어난 작품들의 원리와 모형이 소개돼 있다.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점친다. 자연의 이용ㆍ자연의 이해
3층을 내려오면서 우리에게 낯익은 과학기술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2층은 ‘자연의 이해’와 ‘자연의 이용’에 관한 전시층.
‘자연의 이해’ 코너에는 과학이 분야별로 종합적으로 소개돼 있다. 지구과학,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찬찬히 돌아보면 평소 어려워 그냥 지나친 과학공부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돼 있다. 물론 각종 실험장치를 직접 작동시키면서 탐구할 수 있다.
‘자연의 이용’ 코너는 화력, 원자력, 태양 등 현대와 미래 에너지의 발전 원리를 소개한 ‘에너지 이용’, 고대의 간단한 기계에서 와트의 증기기관을 거쳐 산업용 로봇에 이르는 ‘기계의 발달’, 육상·해상·항공 교통에 대한 내용을 전시한 ‘교통과 수송’, 인간의 의사 전달 수단을 역사적으로 정리한 ‘정보’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1층의 중앙에는 3층까지 뻗어있는 금속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자연과 인간과 과학의 조화’를 뜻하는 상징물이다. 이곳에서 위로 올려다 본 전시관의 맛이 색다르다. 벽 곳곳에 라이트형제가 만든 비행기,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를 비롯한 멋진 전시품들이 걸려 있다.
강물의 상류와 하류를 재현시켜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수족관이 한쪽 공간에 길게 늘어서 있고, 반대편에는 자신이 주인공이 돼 게임을 즐기는 ‘환상적인’ 가상체험 기구가 있다. 모든 과학관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푸코의 진자도 둔중한 몸짓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부딪치며 배운다 탐구관
상설전시관과 탐구관을 관람하는 도중에 시간을 맞춰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국내 최대 돔형(지름 23m)의 곡면 스크린을 갖춘 우주극장인 천체관이다. 자리에 편안히 기대 앉으면 하늘 가득히 우주의 화려한 화면이 눈을 가득 메운다. 2백83석의 관람석을 갖췄으며, ‘아름다운 지구’ ‘아해야 이 땅은 너희들 것이다’ 등 10여편의 영화가 방영되고 있다. 영화관 복도에는 우주 개발사와 세계 천문학자들의 업적이 전시돼 있다. 상설전시관처럼 주로 ‘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만져보고 머리를 쓰는’ 곳이 있다. 상설전시관 옆에 위치한 탐구관이다. 한마디로 전시품을 직접 조작하고 작동시켜 과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탐구학습의 장이다.
탐구관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배치돼 있는 15여점의 각종 기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3-4명이 한 조를 이뤄 특별한 순서 없이 전시관을 돌며 실습에 임하면 된다. 한쪽편에는 토론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먼저 스위치를 누르기 전 설명된 내용을 읽고 전시품이 작동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미리 예측한다. 그런 뒤 전시품을 작동시켜 결과를 관찰해서 자신의 예측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한다.
주된 내용은 역학, 소리, 빛, 전기 등 물리 분야에 한정돼 있지만 눈여겨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 신기한 현상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탐구관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단체 예약을 해야 한다.
유희열 관장
하나라도 꼼꼼이 여유있게 관람해야
국립종합과학관의 특징은?
흔히 과학관을 기존의 박물관과 혼동하는 일이 많다. 박물관은 과거의 내용을 다룬다. 그러나 과학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내용을 총괄적으로 소개하는 곳이다. 더욱이 국립중앙과학관은 전시와 교육뿐 아니라 연구 기능도 활발하다. 희귀 야생 동식물 분포나 전통과학기술, 전시장 설치기법에 대한 연구를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수행해 중요한 성과물을 차분히 축적시키고 있다.
관람객의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의 경우 80만명 정도였는데, 전년에 비해 20%늘어난 수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주로 대전 이남에서 많이 오고 서울이나 경인 지역에서 별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보가 부족하고 교통이 불편해서인가 보다.
관람객에게 권장할 점은?
사람들은 보통 과학관을 한나절 정도 들러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 그정도 시간만 보내는 일이 많다. 그러나 내용을 꼼꼼이 구경하지 않으면 '아까운' 전시물들이 많다. 최소한 1박2일 정도를 보내며 여유있게 구경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