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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은 얼마든지 마술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마술 창작에 나서보자.

사랑하는 연인끼리 카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을 마술로 꾸민 필자의 작품 ‘로맨틱 매직’의 한토막. 장소는 어느 카페. 두 연인이 마주 앉아 있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촛불을 끄면 아름다운 꽃으로 바뀌고, 빈 손에서 담배를 만들어 남자에게 건네준다.

이 마술쇼에는 여자가 맑은 물을 남자의 잔에 따르면 붉은색 와인으로 바뀌어 가득 채워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바로 직전까지의 마술은 워낙 자주 보았던 터라 무덤덤하던 관객들도 맹물이 와인으로 변하는 순간에는 탄성을 지른다. 도대체 어떻게 물이 와인으로 바뀔 수 있을까.
이 마술은 매우 상식적인 비밀을 담고 있다. 산과 알칼리를 구분하는 지시약을 미리 잔에 살짝 발라두는 것이다. 원래 무색인 페놀프탈레인 용액에 물을 부으면 용액이 희석될 뿐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여기에 석회수를 부으면 잔은 금세 붉은 색깔로 바뀐다.

자, 이번에는 한걸음 더 나가 아예 색깔을 원래의 무색으로 바꿔보자. 석회수에 식초를 붓는 것이다. 페놀프탈레인은 알칼리에서 빨갛게 반응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페놀프탈레인과 알칼리성인 석회수가 만나면 빨간색으로 변하고, 여기에 산성인 식초를 부으면 투명한 물로 바뀌는 것이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라이터 마술

당장 응용할 수 있는 마술을 한가지 배워보자.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 가스라이터로 불을 켜 손수건에 댄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의 사람들은 손수건을 태우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마술가는 절대로 손수건을 태우지 않는다. 태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불이 손수건을 통과해 손수건 위에 놓은 화장지에 불을 붙일 수 있으며, 불꽃이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닐 수 있다. 이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먼저 친구에게 손수건의 네 귀퉁이를 펴서 잡으라고 주문한다. 다음 라이터 불을 켠 채 손수건의 가장자리로부터 손수건의 중앙으로 천천히 들어가보자. 불을 손수건쪽에 가까이 이동시킬 때에는 파란 불꽃이 있는 부분으로 들어가야 한다. 손수건이 타지 않고 손수건의 위로 불꽃이 올라올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파란 불꽃과 빨간 불꽃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독자들은 학교에서 연소와 비연소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우선 파란 불꽃은 가스의 밀어올리는 힘에 의해 아직은 연소되지 않은 부분이다. 그리고 파란 불꽃 위의 빨간 불꽃은 가스와 공기가 결합해 이미 연소된 부분이다.

가스라이터는 가스 노즐이 열리고 라이터돌에 의해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붉은 불이 켜진다. 그러나 라이터불의 아랫부분은 가스를 밀어올리는 힘에 의해 바로 연소되지 못하고 가스 상태로 남아 있다. 이 부분은 연소되는 부분의 힘에 의해 파란 불꽃을 유지한다. 이렇게 연소되지 않은 파란 불꽃이 손수건의 가느다란 조직 사이로 올라오면 손수건을 태우지 않고 불꽃이 그 위를 돌아다닐 수 있다.
 

가스불의 성질을 알고 있다면 응용해 마술을 연기할 수 있다.


눈에 안보이는 장치를 이용 카드 마술

여러분은 마술가의 빈손에서 카드가 마구 쏟아지거나, 바닥에 떨어진 카드가 저절로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손에 나타난 카드가 한장 두장 무대 위로 떨어지는가 싶으면 카드들이 하늘로 다시 날아오른다. 경우에 따라서 마술가는 관객이 선택해준 카드를 이렇게 쏟아지는 카드 속에서 잡아내기도 한다.

이같은 카드마술은 기본적으로 마술가의 숙달된 기술에 의해 이루어진다. 마술가는 트릭을 형성시키기 위해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해 부단히 연습을 반복한다. 일단 무대에 올라온 이상 실수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술은 기술만으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과 기술을 마술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위의 카드마술에는 다음과 같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카드가 하늘로 날아오르는데는 왼쪽 사진과 같은 마술장비가 동원된다. 마술장비는 관객의 눈에 띄는 것도 있고,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장비의 특성을 살려 현상만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마술가들은 종종 객석에서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마술 장비를 확인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마술가의 권한이다.

카드를 A위치에 놓으면 스위치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와서 B모터를 작동시킨다. 모터가 작동되면 연쇄작용으로 모터에 붙어있는 C고무바퀴가 돌게 된다. 고무바퀴가 도는 회전수에 반응하면서 카드는 한 장씩 하늘로 솟구치게 되고 곧이어 관객의 박수가 터진다. 결국 이 마술은 미리 장치를 준비해놓고 마술가가 순간 동작으로 고무바퀴에 카드를 끼워넣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멋지게 보이느냐 하는 것은 마술가의 연기력에 달려 있다.

마술가는 카드를 더 높고 멀리 날리기 위해서 모터의 출력은 그대로 두고 회전수만 높이기 위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서 두개의 건전지를 직렬로 연결함으로써 출력은 손대지 않고 회전수만 높아지도록 개조한다. 카드는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것이다.

이들 간단한 마술의 비밀을 알고나면 허망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알면 과학이요, 모르면 마술이다. 마술이란 기초적인 과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과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마술이란 이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날아가는 카드마술의 숨겨진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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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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