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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3년부터 인간복제 시작됐다

수정란복제와 성체복제는 큰 차이

최근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윌머트 박사와 케이스 캠벨 박사는 성장한 양을 복제시키는데 성공해 그 결과를 2월 27일자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들의 연구는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생명과학의 연구 전반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서둘러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성을 문제삼아 법적 규제를 시작하고 있으며, 성급한 언론들은 누구를 먼저 복제할 것인가 알기 위해 인기 투표까지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겼다.

복제인간은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프랑스 코친 분자유전학연구소의 알렉스 칸이나 미국의 미래의학자 프레드리히 피셔는 인간의 복제 방법이 양의 경우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인간복제가 성공될 수 있으리라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포유동물의 복제를 직접 연구하고 있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다.

일란성 쌍둥이 원리 적용한 인간복제 실험

미국의 프레드릭 국립암연구소의 콜린 스트워트 박사는 “양의 복제는 성공했으나 다른 모든 포유동물이 같은 방법으로 복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한다. 동물마다 유전자의 특이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와 양은 현재의 복제방법이 쉽게 적용될 수 있는 형질을 가지고 있는 반면, 쥐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은 인간복제에 대한 기대와 염려 속에서 그 발전을 주시하고 있다.

60여년 전 독일의 발생학자 스페만이 “핵 속에 생명체 형성을 위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고 주장한 이래 복제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다. 초기 연구는대개 개구리 같은 양서류를 이용했으며 얼마 전 소와 양 같은 몇몇 포유동물에서도 성공사례가 보고됐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건은 무엇보다도 1993년 로버트 스틸만과 제리 할 박사의 연구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일이었다. 당시 이들은 캐나다의 한 모임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직후 근무지인 워싱턴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즉시 전세계로부터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각 언론사들로부터 무려 2백50통의 전화가 한나절 동안 쇄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타임’은 이를 톱기사로 다루는 등 주요 언론·방송 프로그램들은 일제히 이들의 얘기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의 연구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생성된 발생 초기단계의 생명체를 배자(embryo)라고 한다. 배자는 분할소구(blastomeres)라는 세포들로 나눠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성체로 자라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는 수정된 난자가 처음 분할할 때 하나의 생명체로 발생하는 대신 2개의 독립적인 개체로 나누어져 발생을 지속한 것이다. 스틸만과 할은 바로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는 원리를 이용해 인간배자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대(zona pell-ucida)라는 보호막을 제거하거나 구멍을 뚫어 분할소구를 꺼낸다. 다음 분할소구를 낱낱으로 분리시키고 이를 인공보호막으로 씌운 뒤 모체의 자궁에 이식한다. 이렇게 나눠진 각각의 분할소구는 똑같은 쌍둥이들로 발생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스틸만과 할은 똑같은 유전형질을 갖는 배자들을 복제했다. 이미 10-20년 전 소와 생쥐에서 유사한 실험이 성공했지만 사람에 적용시킨 경우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다 자란 개체에서 얻는게 중요

이들의 연구는 일반인들을 매우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스틸만과 할은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할 박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실험은 인간을 생산하거나 인간을 파괴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이들은 배자를 인간 개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 3월 2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된 원숭이 복제실험도 이와 유사한 것이었다. 미국의 오레곤 영장류연구센터의 돈 울프 박사팀은 수정란이 8개의 분할소구로 나눠졌을 때 이들을 각각 분리해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한 뒤 유전적으로 같은 형질을 가진 8개의 수정란을 생산했다. 그리고 이런 방법에 의해 출생한 원숭이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진정한 의미의 복제란 과연 무엇일까? 스틸만과 할의 연구가 발표된 뒤 4년이 흘렀다. 무엇 때문에 윌머트 박사의 양 복제 실험이 그토록 관심과 파문을 불러 일으킨 것일까? 이 질문은 ‘무엇이 진정한 의미의 복제인가’ 하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

스틸만과 할의 연구는 이미 수정돼 성숙한 배자가 분할하며 발생을 시작할 무렵 나눠진 분할소구를 다시 성숙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윌머트 박사가 실험한 것은 배자가 아니었다. 이미 성장한 양의 체세포였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진정한 의미의 복제는 이처럼 이미 성장한 동물로부터 이와 똑같은 다른 개체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윌머트 박사는 약 1년 전 핵치환법을 이용해 양의 복제에 성공, 1996년 3월 7일자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때 사용된 것은 스틸만과 할의 인간배자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발생 초기단계의 분할소구였다. 하지만 방법이 약간 달랐다. 윌머트 박사는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았다.

윌머트 박사는 먼저 양의 배자에서 ‘세포’를 떼어낸 뒤 인공적으로 배양했다. 그리고 특정 상태의 단일핵을 갖는 세포를 골라냈다. 이 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시킨 뒤 암양의 자궁에 이식해서 복제양을 생산했다. 수정란이 아닌 체세포만으로 복제동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체세포 핵치환법은 1952년 개구리를 대상으로 처음 시도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올챙이 내부장기의 내층으로부터 핵을 추출한 뒤 핵이 파괴된 난자에 이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올챙이들은 발생 초기단계에서 죽었으며 죽지 않은 것들도 모두 비정상적인 형태를 가졌거나 생식기능이 사라졌다.

이처럼 윌머트의 체세포 핵치환법에 의한 양의 복제, 스틸만과 할의 인간배자의 복제, 돈 울프에 의한 쌍둥이 원숭이의 탄생 등 과거의 모든 연구들은 수정란을 이용하거나 발생 초기의 배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윌머트와 캠벨 박사의 연구는 성장한 동물을 복제해냈다. 성장한 동물을 복제하는 일은 발생 초기단계의 배자를 대상으로 한 방법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요성도 크다.

초기 발생단계에 있는 동물의 경우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잠재된 능력과 특성을 알기 어렵다. 반면 이미 성장한 동물을 복제할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동물 복제가 가능하다.

즉 ‘이론적’으로는 황영조 선수, 테레사 수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들을 선택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국 로슬린 연구소 전경.


세포주기를 맞춰라

윌머트 박사는 6살된 양의 유방으로부터 얻은 유선세포를 배양하고 이로부터 핵을 추출한 뒤 미리 핵이 제거된 미수정란에 이식했다(체세포 핵치환법). 이 난자는 대리모 자궁에 이식돼 돌리(Dolly)라는 복제양으로 태어났다. 윌머트 박사는 어떻게 이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모든 세포는 핵 속에 DNA라는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속에 그들의 생명체를 재생시키는데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가 존재한다. 이 유전정보는 생명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발현된다. 배자 단계와 성체 단계에서 발현되는 유전정보가 각각 다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미 성체 단계에 이른 성장한 세포에서는 배자를 발생시키는데 필요한 유전정보가 발현되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성장한 생명체에서 세포를 떼어내 배자를 발생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복제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배자가 발생할 수 있도록 유전정보가 발현되는데 달려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세포주기(cell cycle)에서 발견됐다. 세포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스스로 분열한다. 그런데 복제를 할 동물로부터 얻은 세포의 분열 단계가 이를 수용하는 난자의 분열 단계와 일치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두가지 세포의 주기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유전자의 소실된 발현기능이 회복된다. 만일 난자와 복제대상 동물의 세포의 주기가 조화롭지 않으면 염색체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배자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거나 심한 경우 태아의 죽음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윌머트 박사는 이 점에 착안, 복제 대상동물의 세포를 배양할 때 배양액의 영양상태를 조절해 세포가 특정한 분열 단계에 놓이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실험에 사용될 샘플 수를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이 세포들로부터 핵을 추출해 사용함으로써 난자의 주기와 조화를 이루는 수정란을 만들 수 있었다. 복제양을 생산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사람도 복제할 수 있을까. ‘네이처’ 최근호는 앞으로 1-10년 안에 인간복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하지만 인간복제를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미국 울프 박사팀이 복제에 성공한 원숭이. 수정란이 8개로 나눠졌을 때 각각을 분리해 복제시켰다(수정란 복제).


인간에게 적용될 것인가

우선 사람의 경우 과연 세포주기가 조화를 잘 이룰 수 있겠느냐는 것이 문제다. 소나 양의 실험에서는 ‘무난히’ 이 문제가 해결됐다. 하지만 쥐의 경우 아직 세포주기를 조화시키는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람에게 적용이 가능할지는 전혀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또 실험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 문제다. 윌머트 박사는 2백77회의 실험 끝에 ‘돌리’를 얻었다. 돌리가 정상적인 생식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만일 인간복제가 성공한다 해도 그들이 과연 체세포를 제공한 ‘모체’(母體)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발전에는 유전적인 면 못지 않게 가족, 문화, 사회환경 등의 중요한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간복제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제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규제가 거세지고 있다. 윌머트 박사 자신도 “인간복제를 위한 연구는 비윤리적”이라고 말해 인간 연구가 실행될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7백여개의 생명공학회사들을 대표하는 생명공학 산업협회의 칼 펠트바움 회장은 “생명공학산업이 질병의 치료와 농업 발전을 위해 이용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인간복제에 대한 연구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리가 생산된 이후 영국 정부는 윌머트 박사가 속한 로슬린 연구소에 복제양의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연구비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도 인간복제에 연관된 연구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뜨거운 간자'로 등장한 복제인간의 출현을 앞둔 시점에서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 앞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양면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점치기 어렵다.

핵치환법

복제 동물을 생산하는데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핵치환(nuclear transfer또는 nuclear transplantation)이다. 이 과정의 대부분은 현미경에서 미세조작기와 미세주입기를 통해 이뤄진다.

먼저 전통적인 수정란 복제 방식을 살펴보자(①).4-32개 사이의 분할소구가 형성된 난자를 분리한 뒤 모세 유리관으로 산을 처리해 당단백질막인 투명대에 구멍을 뚫는다. 이때 모세 유리관을 구멍 속으로 삽입해 분할소구를 하나씩 꺼낸다.

분할소구를 삽입시킬 미수정란을 다른 동물로부터 채취한 뒤 핵을 제거한다. 이곳에 분할소구를 집어 넣은 뒤 미수정란에 잘 융합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Sendi virus)를 처리하거나 순간적으로 고압 미세전류를 흘린다. 이때 분할소구의 세포핵이 무핵 미수정란의 세포질 안에서 안정되게 자리를 잡는다. 이 새로운 접합자는 실험실의 배양기나 동물의 수란관에서 5-6일 간 배양된 뒤 동물의 자궁에 착상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개체로 자라나면 실험은 성공이다.

월머트 박사가 사용한 방법은 약간 다르다(②). 먼저 이미 다자란 동물(성체)의 세포를 떼어 실험실에서 배양한다. 이때 세포는 자기복제를 거듭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포의 영양분을 제거해 성장을 멈추게 한다. 이로부터 추출한 핵을 미리 준비해둔 난자와 융합시키고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한다. 배양된 세포를 이용해 동물을 복제하기 때문에 복제동물을 수에 제한없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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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연수 교수
  • 최강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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