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는 지난 1월25일부터 29일까지 4박5일 동안 15명의 과학교사와 함께 일본의 최남단 섬인 규슈를 찾아간다. 이번 탐사의 목적은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공부한 활화산을 차장가 화산재, 분화구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 일본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명성만큼이나 규슈의 화산들은 '으르렁' 소리를 내면서 화산재와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일본 열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는 규슈섬은 일본에서 세번째로 큰 섬으로 남한 면적의 반정도의 크기다. 일본열도에 화산과 지진활동이 활발한 것은 태평양판, 필리핀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판들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화산과 지진의 관계는 실과 바늘 같다. 화산성 지진은 화산의 전주곡과 같기 때문에 규슈 전지역에 지진계가 설치돼 지구 밑의 운동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데, 활화산이 지하에 축척된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이번 탐사는 규슈섬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횡단하면서 이루어졌다. 아침 6시 기상, 하루 6-7시간의 이동시간, 밤마다 2시간이 넘는 정리세미나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현재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사쿠라지마화산, 운젠화산, 아소산은 수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었고, 수많은 온천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운젠화산은 지난 1991년 6월 3일의 대폭발로 인해 발생한 화쇄류와 그 열풍으로 43명의 보도진과 화산전문가를 그 자리에서 화장시키는 대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사망·행방불명 43명, 부상 9명, 가옥소실 1백79동).
규슈섬은 벌거숭이 산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것은 계획적인 삼나무 인공조림 덕택이다. 일본의 산 대부분은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까지는 10-20m정도 쭉쭉뻗은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윗부분은 잡목들이 우거져있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다.삼나무를 이용해 일본인들은 집을 짖는다. 일본의 가옥은 단층이 대부분이고 나무로 만든다. 지진이 일어나 건물이 무너질 경우 시멘트보다 가벼운 나무가 사람이 덜 다치고, 1주일 안에 새로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쿠라지마
전형적인 성층화산
원래 섬이었지만 1914년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오수미반도의 육지와 연결됐다. 가고시마에서 사쿠라지마를 연결하는 해안은 칼데라 지형으로 화산이 폭발 후 바다물이 들어와 만을 형성하고 있다. 사쿠라지마 남쪽의 용암공원에서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 같은 ‘우우웅’ 소리를 간헐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화산이 살아 움직이는 소리다.
아오시마
미야자키에서 아오시마로 가는 길은 1백20km의 리아스식 해안으로 니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아오시마는 사질셰일과 니암이 번갈아가며 발달한 퇴적암이, 파도의 차별 침식작용으로 인해 빨래판 모양으로 변했다.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에서도 이러한 지형을 찾아볼수 있는데, 특히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공룡해안에는 지층이 수직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다. 반면 아오시마는 10°정도의 경사를 갖고 넓게 층리가 발달해 있다.
아소산
분화구가 보이는 유일한 칼데라화산
세계에서 손꼽히는 칼데라를 지니고 있는 화산으로 중앙화구군은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1천5백92m의 다카나케(高岳)이고, 나카다케(中岳)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분화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30만년 전부터 분화를 시작해 7-8만년 전까지 네번의 대규모 분출이 있었다. 이로 인해 아소 칼데라가 형성됐다. 칼데라가 형성된 다음에도 계속해서 칼데라의 중앙부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 중앙화구군을 가진 현재의 모습이 형성됐다.
운젠화산
다시 부활한 운젠화산
운젠화산은 1663년(30여명사망)과 1792년(1만5천여명 사망)에 거대한 화산분출이 있은 후 약 1백98년 동안 생화산 상태였다. 1990년 11월 17일 운젠은 동서 1km, 남북 8백m, 높이 2백50m의 새로운 화산이 솟아 오르면서 활화산으로 부활했다. 반년 후 1991년 6월 3일 산자락에서 용암돔(dome)의 형성과 폭발을 보려고 모여있던 43명의 취재진과 화산학자들이 시속 1백km로 달려드는 고온(약 6백℃)의 화쇄류에 쓸려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폭발 전 1989년 11월부터 운젠 서부의 치치와만으로부터 지진이 발생하고, 1990년 7월에는 후겐다케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운젠 서부지역 지표면이 팽창기미를 보였다. 이것은 마그마 챔버가 생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후 운젠화산 서쪽이 상대적으로 침강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마그마 챔버의 크기가 감소하는 동시에 마그마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운젠화산의 후겐다케에서는 용암돔이 솟아 올랐다.
이렇게 솟아오른 용암돔은 계속되는 마그마의 솟아오름으로 파쇄돼 고온의 화쇄류를 형성했다. 이 화쇄류가 산사면을 따라 흘러내렸다. 또 비가 내림으로써 홍수가 지고 물과 화쇄류가 섞여서 토석류(土石流)를 형성하면서 흘러내려 많은 가옥을 덮어 버렸다. 가옥의 피해는 5백79동으로 이들 중 1백70동은 고온의 화쇄류에 의한 화재로 소실됐다.
현재 지표면에서는 지진계와 GPS 등으로, 밤에는 적외선 감지기를 이용해 지표면의 변화를 측정하면서 운젠화산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현재는 거의 지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화산재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운젠화산 근처에는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화산쇄설물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 화산재(화산회), 라필리, 암괴 등이 가스와 함께 혼합돼 화구로부터 분출해 나오는 것이 화산쇄설물이다. 지름이 2mm 이하이면 화산재, 2-64mm 이면 라필리, 64mm 이상이면 화산암괴로 나눈다. 50% 이상이 화산재(ash)이기 때문에 ash-fall, ash-flow로 나눠 부른다.
화산쇄설물이 화구로부터 나와서 공중에 분산돼 지표에 떨어지면 강하화산회(ash-fall)라고 하고, 지표면을 따라 아주 빠른 속도(시속 1백km정도)로 흘러가면 화산회류(ash-flow)라 하는데, 매우 위험한 지질현상의 하나이다.
후쿠오카에 지진이 없는 이유
복이 많은 언덕이라는 뜻의 후쿠오카(福岡)는 일본인들이 노년시절에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다. 왜냐하면 지진이 없기 때문. 규슈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대부분이 필리핀판의 섭입(subduction)이 주요 원인이다.
지진은 S파와 P파가 뻗어나가면서 땅을 흔들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S파는 유체와 만나면 소멸되는데, S파가 없어지면 P파도 점차 약해진다.
아소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아소 칼데라 하부의 마그마가, 필리핀판의 섭입과 관련해 발생하는 지진파 중 S파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후쿠오카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씩 일어나는 지진은 필리핀판이 아닌 북미판이나 태평양판에서 발생한 파들이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크기가 매우 경미하다.
지진파
지진파는 실체파(P파, primary wave)와 표면파(S파, secondary wave)로 나눈다. P파의 속도가 S파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P파가 관측소에 먼저 도달한다. P파가 전파할 때 매질은 전파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S파는 전파방향의 수직으로 이동한다.
P파는 진원으로부터 출발해 지구내부를 통과한 후 지표면에 이르지만, 유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S파는 지구내부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전파한다. 또 P파의 에너지가 진원에서 사방으로 퍼지는데 비해, S파의 에너지는 지표면을 따라 퍼진다.
20회 맞이한 자연 생태계 학습탐사
(주)쌍용이 후원하고 동아일보 문화센터와 과학동아가 주최하는 '중ㆍ고교 자연생태계 학습탐사'가 이번 일본 규슈탐사로 20회를 맞았다. 1987년 여름부터 시작한 '자연생태계 학습 탐사'는 전국 각 시도에서 선발된 중ㆍ고등학교 과학교사와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하는 현장학습.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두 번씩 실시됐다.
처음 참가한 인원은 9명에 불과했지만, 계속 참가인원이 증가해 20회때는 15명의 교사가 탐사에 참여했다. 지난 10년간 학습탐사를 떠난 교사들은 모두 2백42명. 일단 가기만 "그 분야에 대해서는 확시히 알게 된다"는 소문 때문에 회를 거듭할수록 참여문의가 쇄도했다.
탐사대는 생새한 현장학습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갔다. 백령도, 울릉도, 홍도, 제주도를 비롯해 대한해협, 심지어는 강원도 민통선 북방지역까지 탐사를 떠났다.
탐사내용도 다양해 제주도에서는 식물, 나비, 화산, 동굴을, 지리산, 홍도, 민통지역, 백령도에서는 그 지역의 식물을, 대한해협에서는 우리나라 해양지원을, 주방산과 발왕산에서는 나비와 나방을 공부했다. 또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 주남저수지, 거제도해안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철새를 관찰하기도 했다. 탐사는 해외 원정도 서슴치 않았는데, 특이 지형과 지질로 유명한 대만의 야류, 양명산, 그리고 화산이 살아 숨쉬는 일본의 규슈섬에까지 이어졌다.
이 행사는 본격적인 학술탐사는 아니었지만, 학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2회 거제도해안 탐사에서는 흔하게 관찰되지 않는 회색머리 아비 2-3천마리를 집단으로 발견하기도 했고, 5회 홍도 식물탐사때는 참비비추, 각시고사리 등 15종의 미기록종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두었다. 12회의 대한해협 탐사는 4박5일의 전기간을 배안에서 보내기도 했는데, 이때의 탐사결과를 대한해협의 해양자원 조사도를 그리는데 반영됐다. 18회 탐사에서는 새로이 철새도래지로 형성된 논산저수지에서 가창오리 6만마리를 집단으로 발견했으며, 천수만에서 사라진 '황새의 꿈'을 실현하기도 했다. 매회 탐사결과는 보고서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탐사에 참가했던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바로 '백문이 불여일견'.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조차 자연을 직접 접하면서 그와 관련도니 과학지식을 체험하는 기회가 적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참가교사들은 모두 "생생한 체험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지식으로 전달하느냐"를 과제로 안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