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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스몰리, 크로토, 컬

탄소로 만든 가장 작은 축구공 '플러렌'

미국 라이스 대학의 컬교수와 스몰리 교수, 그리고 영국 서섹스 대학의 크로토교수는 플러렌(fullerene)이라고 불리는 탄소의 동소체를 발견한 공을 인정받아 199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들이 발견한 플러렌은 ${C}_{60}$으로 대표되는 탄소만의 화합물이다. 축구공을 1억분의 1정도로 축소시킨 모양의 플러렌은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관심을 모았다.
 

약간 변형된 플러렌


우주의 빛 연구하다 발견

축구공을 잘 살펴보면 20개의 정6각형 12개의 정5각형의 가죽 조각이 연결돼 있는데, 정5각형들은 서로 마주 닿지 않는다. 정6각형 정5각형의 꼭지점에 탄소원자를 놓아 작은 축구공을 만들 수 있다. 이 탄소 축구공은 지름이약 7Å이다. ${C}_{60}$ 외에도 정5각형은 12개지만 정6각형은 개수가 많아 탄소의 개수가 늘어난 ${C}_{70}$, ${C}_{76}$, ${C}_{78}$, ${C}_{84}$ 등도 플러렌 가족이다.

플러렌은 참으로 우연한 계기에 발견됐다. 우주에서 오는 짧은 파장의 빛의 원천을 연구하던 크로토교수는 자신이 예상하는 탄소화합물을 스몰리교수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진공장치 속에서 강력한 레이저를 흑연에 쪼였다. 이때 레이저의 높은 에너지로 인해 탄소들이 흑연 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결합을 이루며 흑연과는 다른 화합물을 형성했다. 이것이 바로 플러렌이다.

탄소 60개로만 된 화합물! 화학적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도 탄소만 60개로 구성된 화합물을 쉽게 예상할 수 없었고, 설사 그 가능성을 생각했다 할지라도 그 구조가 어떻게 될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은 고심 끝에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이 해답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초단파 및 자외선 분광학을 전공한 컬교수는 전공을 살려 플러렌의 구조를 확인했다.

그런데 크로토교수와 스몰리교수의 방식으로는 플러렌을 다량으로 제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심도있는 연구가 어려웠다. 만약 다음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올해 노벨화학상이 그들의 품안에 있을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1990년 가을,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도널드 호프만교수는 ${C}_{60}$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물질과학연구회에서 보고했다. 호프만교수는 헬륨을 약 5분의 1기압 정도 채운 용기 속에 뾰족하게 깎은 탄소 막대기를 접촉시키고 여기에 수백A의 전류를 흘려 보냈다. 이때 탄소봉의 접촉부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이 탄소를 플러렌으로 변화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플러렌은 화학자들이 다룰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호프만방식은 플러렌에 관심있었던 화학자, 물리학자, 재료공학자들을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했다. 마치 몇 년전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됐을 때처럼.

플러렌을 호프만방식으로 쉽게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응용연구도 활기를 띠었다. 가장 쉽게 생각한 것은 ${C}_{60}$분자의 단단하고, 공과 같이 둥근 모양을 이용해, ${C}_{60}$를 세상에서 가장 작은 베어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C}_{60}$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보려는 부분에 더욱 구체적인 연구들이 집중됐고, 많은 성과를 이루게 되면서 플러렌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바늘, 나노튜브


미래를 여는 나노물질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플러렌 연구를 는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AIDS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화합물에서부터, 트랜지스터, 광전소자, 기체저장체, 고분자, 전기화학 탐지소자, 다이아몬드 박막제조 등 매우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화학 반응을 이용해 새로운 유도체 많이 만들어졌고, 새로운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C}_{60}$에 알칼리 금속을 혼입시키면 초전도체가 된다는 보고가 있은 후, 더욱 많은 관심을 모으게 되었는데, 현재는 32K(-241℃)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까지 보고돼 있다. 동시에 플러렌들은 그 크기가 10Å정도 밖에 되지 않으므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나노기술을 대표하는 물질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동그란 모양이 아닌 다른 모양의 플러렌도 연구되고 있다. 이것은 축구공 모양이 아니라 표면이 모두 6각형으로만 돼 있고 길이가 길쭉한 그물막대기 모양으로 생긴 것들로 나노튜브(nanotube)라고 불린다. 나노튜브는 아직 화학식으로 분명히 쓸 수 있을 정도로 연구되지 못했지만, 기존의 플러렌과 전기적 성질이 일단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뾰족한 바늘이므로 이런 특징을 이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고, 부분적으로 성공한 것도 있다.

국내 플러렌 연구는 1990년 겨울, 전북대학교 화학과와 물리학과팀이 호프만식으로 ${C}_{60}$를 합성하는데 성공한 이후, 서울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화여대, 고려대, 세종대 등에서 연구를 했거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리 주목받을 만한 연구성과는 없는 것 같다.
 

리차드 E. 스몰리(위)는 현재 라이스대학의 나노과학 기술 연구소 소장을 맞고 있다. 해리 W. 크로토(가운데) 로버트 F. 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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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전일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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