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산업화·정보화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두뇌의 기능은 계속 증가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오늘날(1995년 현재 한국인 평균 수명은 남자 67세, 여자 72세) 사람들은 몸이 늙어도 머리만은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노인들은 치매에 걸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사람이 제각기 다른 얼굴을 가졌듯이 지능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지능의 형성과 발달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인자와 함께 문화적 배경, 인간관계, 사회환경, 먹는 음식과 같은 환경적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인자인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연구 과제다.
서구에는 ‘man eats what he is’라는 문구가 오래 전부터 전해지고 있다. 즉 사람이 먹는 음식을 보면 인품이나 머리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사람이 먹는 음식의 내용물을 조절함으로써 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
생리를 조절하는 제3의 기능
식품은 무엇보다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을 가진다. 또 맛, 향, 그리고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사람의 기호를 만족시킨다. 그런데 최근 이런 두가지 기능뿐 아니라 ‘생리활성물질’ 이라는 여러 종류의 성분이 신체의 생리계통(방어체제, 호르몬계, 신경계, 순환계, 소화계 등)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의 예방과 건강 회복에 직접 기여하는 ‘제3의 기능’ 이 밝혀졌다.
특히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욕구가 강한 오늘날, 기존의 식품을 물리적·생화학적·생물공학적으로 가공함으로써 제3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식품제조업계의 큰 흐름이다. 이런 추세는 두뇌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식품에 들어있는 생리활성물질중 두뇌기능을 향상시키는 물질은 매우 다양하다. 이중 우리나라에서 식품에 첨가해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되고 있는 주요 성분은 DHA와 비타민류, 그리고 칼슘이다.
DHA는 지질에 속하는 불포화지방산의 한 종류다. 불포화지방산은 사슬형으로 연결된 탄소원자 사이에 이중결합을 두개 이상 가진다. 또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식품으로부터 섭취해야 하는 필수영양소다. 보통 불포화지방산은 뇌 세포막의 주요 성분이며, 뇌의 모세혈관막을 형성하고 보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에서 정보가 전달될 때 한 세포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다른 세포의 세포막에 묻혀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야 한다. 이때 세포막이 유동적으로 잘 움직이면 정보전달능력이 보다 커진다. DHA는 바로 세포막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DHA가 많을수록 정보전달능력이 커진다는 말이다.
현재 DHA는 두뇌개발식품에 가장 많이 첨가되고 있는 성분이다. 남양유업이 젖소를 사육할 때 유전공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우유에 DHA가 천연적으로 들어있도록 생산한 것이 최초다. DHA 우유는 두뇌개발 외에도 성장발육촉진, 지질 감소,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고 선전되고 있다.
DHA가 함유된 제품은 우유에 한정되지 않는다. 제품 60g당 약 3mg의 DHA가 첨가된 스낵류를 비롯해 천연적으로 DHA가 다량 함유돼 있는 참치통조림에 DHA를 더욱 강화시킨 제품, 라면류, 심지어는 DHA가 첨가된 껌이 시판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사람이 DHA를 얼마나 섭취해야 적절한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몸에 DHA가 많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DHA는 이중결합이 많아 결합 하나가 끊어져 산화되기 쉽다. 체내에서 산화된 지방산은 암을 유발하거나 노화를 촉진하는 등 독성을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DHA 성분이 첨가됐다고 강조만 할 뿐 얼마나 들어 있는지 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어떤 제품에 ‘DHA가 들어있다’는 정보만을 알고 구입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제품들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비싸다. 한 예로 일반 우유는 1L의 가격이 1천2백원인데 비해 DHA 우유는 1천6백원이다.
비타민 넘치면 머리 벗겨질 수도
비타민은 어린이나 청소년층에서 즐겨먹는 시리얼 제품과 우유, 주스에 첨가되고 있다. 비타민류도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생리활성물질로서 시금치나 상추를 비롯한 녹황색채소류나 과일에 다량으로 들어있다.
비타민은 뇌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타민 B1, B2, 나이아신은 뇌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대사에 필요하며, 비타민 B6는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데 사용된다. 만일 비타민B군이 결핍되면 흥분, 피로, 의기소침, 신경과민, 불안증을 비롯한 정서혼란이 오고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퇴한다. 또 비타민 C는 호르몬(노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의 합성을 촉진시키며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능력을 증가시킨다.
한편 칼슘은 한 세포의 신경전달물질이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할 때 뇌세포 안으로 유입되면서 신경세포 간에 정보가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도와준다. 칼슘을 함유한 식품은 많다. 그러나 칼슘이 체내에 흡수되는 비율은 식품에 따라 다르다. 꽁치나 멸치처럼 뼈채 먹는 생선을 섭취해도 칼슘 흡수율은 10-20%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통조림에 든 꽁치 1백g(약 1.5마리)에 칼슘은 2백77mg, 멸치 20g에 50mg이 들어 있다. 따라서 실제 몸에서 흡수되는 양은 많아야 55mg 정도다.
이에 비해 우유 한 컵에는 약 2백mg의 칼슘이 함유돼 있고, 이 중 60-70%가 흡수된다. 꽁치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다. 왜 그럴까. 우유에는 보통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나 젖당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타민류나 칼슘이 첨가된 기능성 식품은 두뇌기능촉진용으로 개발된 것이라기보다 현대인에게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한 식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두뇌개발촉진을 목적으로 개발된 식품은 현재 DHA가 첨가된 식품들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두뇌는 필요한 성분만, 그리고 필요한 양 만큼만 혈액으로부터 받아들이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두뇌기능을 촉진할 목적으로 개발된 기능성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 해도 그것이 모두 뇌에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특정 성분이 체내에 과잉 유입되면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도당이나 탄수화물을 과잉섭취하면 비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신체에 필수적인 비타민도 몸에 지나치게 많이 존재하면 탈모증, 구역질, 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농축될수록 위험 가능성 커져
한편 생리활성물질을 분리하거나 농축시켜 과립이나 정제 형태로 가공한 ‘건강보조식품’은 기능성 식품에 비해 특정 성분이 더 농축돼 있다. 그래서 용법이나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과잉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게르마늄이 들어간 건강보조식품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업자들은 게르마늄이 포함된 광천수나 캡슐을 개발해 암이나 당뇨병, 간장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선전하며 판매했다. 그러나 이 건강보조식품을 계속 섭취한 23명이 신장병을 앓았고 그 중 6명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다.
기능성 식품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구입해 섭취하는 식품이다. 식품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한 오늘날 기능성 식품의 생산은 확대될 것이며 사람들의 섭취량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식품위생법령에 따라 안전성이나 건전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영양면에서 보면 건강을 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 건강식품에만 의존하기보다 이들 영양소나 기능성 물질이 함유돼 있는 ‘자연 식품’을 균형있게 조합해 식사를 통해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끼니(특히 아침)를 거르거나 편식을 하면서 비싼 돈을 들여 기능성 식품이나 건강식품,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은 건강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균형식 섭취와 적당한 운동, 휴식,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가 육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만일 기능성 식품을 선택한다면 제품 설명 표지를 열심히 읽어 제품의 영양소 함량뿐 아니라 신체에 필요한 양을 충분히 검토하고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에 섭취해야 할 적정량은 얼마?
우리나라 사람이 주로 신경써야 할 '두뇌개발'관련 영양소는 칼슘이다. 사람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슘량은 5백mg(어린이)-1천mg(임산부)정도.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섭취량은 6백mg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충분한 수치는 아니다.
이에 비해 비타민과 DHA는 두뇌 개발의 면에서 볼 때 자연 식단을 통해 이미 별 문제없이 섭취되고 있다. 비타민의 경우 하루 필요한 양은 1-2mg, DHA는 1-2g정도. 몸에 이런 영양소들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뇌조직은 필요한 양만 혈액으로부터 흡수하기 때문에 머리 좋아지는데 크게 도움이 안된다.
건강보조식품_과학적으로 입증된 보증수표 아니다
기능성식품(functional food)이라는 용어는 일본 문부성이 1984년부터 3년간 실시한 특정연구과제 '식품기능의 계통적 해석과 전개' 에서 처음 사용됐다. 비슷한 용어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designed food', 중국에서는 'medicated food' 가 사용되고 있다.
약품은 어떤 이상 증세를 '치료' 하는 제품이다. 이에 비해 기능성 식품은 질병을 '예방' 하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기능성 식품의 효과는 인체에서 매우 느리고 미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어렵다.
물론 기능성 식품에 포함된 성분이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과장된 선전과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이런 폐단을 고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시판되고 있는 제품의 일부를 '건강보조식품'으로 규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건강보조식품'으로 인정받았다는 말은 그 효능이 충분히 과학적으로 입증됐음을 반드시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식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을 감독하고 과대선전이나 부당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얼마전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된 식품의약품안전본부도 이런 취지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뇌 단백질과 탄수화물_밥 먹지 않고 시험치면 실력 발휘 못해
뇌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다(그림). 단백질은 세포막에 존재하면서 신경전달물질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뇌세포 내로 드나드는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이온의 진입로 역할을 한다. 또 G단백질을 비롯한 몇 종류의 단백질은 뇌세포 내로 신호를 보내 특정 정보를 전달한다.
단백질의 종류는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이 20여종류의 아미노산의 조합으로 형성돼 있다. 이중 9종류의 아미노산(필수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필수아미노산이 한 종류라도 만성적으로 결핍되면 신체 성장발육은 물론, 두뇌 발육도 지장을 받는다.
탄수화물 중 가장 간단한 구조인 포도당(${C}_{6}$${H}_{12}$${O}_{6}$)은 뇌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보통 신체의 다른 장기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로 삼는다.
뇌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뇌의 에너지 소비는 증가된다. 뇌는 신체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크기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뇌의 무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몸 전체 소비량의 18%를 차지한다. 따라서 뇌를 항상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혈중 포도당의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제때 밥을 먹지 않고 시험을 치르면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