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없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래서 컴퓨터에서 작업한 내용을 저장하는 저장매체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만도 한달에 5-6백만장이 팔리는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원리로 정보가 저장되고 읽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자꾸 작아지는 디스켓 - 자기밀도가 생명
디스켓이 맨처음 나왔을 때는 그 크기가 무려 8인치나 됐다. 너무 크다보니 보관과 이동이 어려웠다. 그러나 크기만 작게 만든다고 능사는 아니다. 크기가 작아져도 저장용량에 영향을 미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디스켓의 생명은 정보를 저장하는 산화철의 자기밀도에 있다. 처음 한면에만 정보를 저장하던 디스켓은 양면(DS), 배밀도(DD), 고밀도(HD)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좁은 영역에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보관과 이동이 쉽고 고용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3.5인치 디스켓의 탄생 뒤에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디스켓을 분해하면 - 미디어와 카트리지로 구분
디스켓은 크게 정보를 저장하는 미디어와 미디어를 보호하는 카트리지로 구분된다. 미디어는 얇은 고분자 필름(0.003인치)에 산화철과 바인더(산화철이 고분자에 잘 붙도록 하는 풀과 같은 역할)를 얇게(0.0001인치) 입힌 후 동그란 모양으로 찍어내 만든다. 산화철 박막이 전자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저장/읽기가 가능하다.
카트리지에 들어가는 부직포는 디스켓을 사용할 때 생기는 정전기를 감소시켜 주기도 하고, 정전기 때문에 미디어에 달라 붙는 먼지와 이물질을 닦아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나 - 자기유도 방식
미디어에는 0과 1밖에 저장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일까. 도포된 산화철 하나하나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작은 자석과 같다. 그러므로 헤드에 전기가 공급되면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의해 자기장이 형성되고 자기장에 의해 산화철입자들이 방향성을 갖게 된다. 입자들의 자기장 방향이 반대면 1이고, 같은 방향이면 0으로 기록된다.
정보를 읽을 때는 산화철이 가지고 있는 자기장이 헤드에 전달되고, 이 자기장이 전류를 유도하게 된다. 이때 유도전류의 세기가 매우 미약하므로 증폭기를 사용해 정보를 읽는다.
포맷 - 미디어에 주소를 매기는 것
어떤 농부가 넓다란 밭에 콩, 고추, 옥수수를 심는다고 가정해보자. 농부는 밭을 일구고 고랑을 내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결정할 것이다. 물론 세가지 농작물을 섞어서 씨를 뿌려도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거름을 줄 때나 밭을 맬 때 매우 불편하다. 이렇게 밭을 일구듯 디스켓도 정보를 저장하기 전에 트랙과 섹터라는 고랑으로 미디어를 나눈다. 이 작업이 바로 포맷이다.
포맷을 하면 동그란 미디어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가면서 트랙으로 나눠진다. 제일 바깥에 있는 트랙이 트랙1이 되고,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이 트랙80이 된다. 이렇게 나눈 트랙을 다시 섹터로 나눈다. 서울특별시를 몇 개의 구로 나누고 다시 구를 동으로 나누는 것처럼 트랙을 섹터로 나누는 것이다. 보통 한 트랙은 18개의 섹터로 이뤄져 있다.
디스켓에 저장된 정보는 트랙과 섹터번호에 의해 지정된 주소를 가진다. 농부는 트랙1의 섹터3부터 섹터10까지 콩을 심고, 트랙2 섹터1부터 섹터 5까지는 옥수수를 심는다. 이렇게 하면, 콩을 수확할 때 넓은 밭을 헤매지 않고 곧바로 콩의 주소를 보고 찾아갈 수 있다. 디스켓에 저장된 정보도 각기 트랙과 섹터라는 주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에서 작업을 할 때 빠른시간 내에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차세대 디스켓 - 1.44MB디스켓 80개가 한장에
요즘은 컴퓨터에서 문서만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영화까지 본다. 그러므로 저장해야 할 파일의 크기가 1.44MB보다 큰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그래서 대용량 저장매체로 CD롬을 사용한다. 그러나 CD롬은 특수한 장치없이는 다시 지우고 쓰기가 어렵다. 또 CD롬 드라이브에서는 기존의 디스켓을 사용할 수 없다.
드디어 기존의 3.5인치 디스켓과 호환성을 가지면서도, 80배(120MB)의 저장용량을 지닌 디스켓이 탄생했다. 이 차세대 디스켓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상용단계는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 디스켓은 지금 사용되고 있는 디스켓과 소비전력이 같으면서도, 홀로그램으로 정보를 저장/재생하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5배나 빠르다. 이 디스켓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드라이브를 구입해야 하지만, 기존의 3.5인치 디스켓도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포맷전과 포맷후 용량이 다른 점
우리가 알고있는 1.44MB 디스켓의 원래 용량은 2.0MB이다. 이를 잘못 알면 나머지 0.56MB의 저장용량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오해한다. 그러나 그 차이에는 이유가 있다. 디스켓의 자기밀도는 사용함에 따라 감소하는데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저장된 정보를 잃어버릴 수가 있다. 그래서 디스켓을 만들 때는 여유있게 만든다. 360kB 디스켓의 용량을 500kB로, 1.2MB 디스켓의 용량을 1.6MB로 맞춰 제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만약 2.0MB으로 포맷하는 드라이브용 디스켓을 만든다면 그 이상의 용량을 가진 디스켓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